순자가 말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어진 사람의 군대이고, 왕자의 뜻입니다. 군께서는 권모술수와 형세를 이용하여 유리함을 얻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공격과 약탈과 변화와 속임수를 행하려 하는데, 이것은 제후 정도가 하는 일입니다. 어진 사람의 군대는 속일 수가 없습니다. 속일 수 있는 상대란 대비에 태만한 군대이거나 함부로 부려 지쳐 있는 군대입니다. 임금과 신하와 위아래 사람들 사이가 덕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자들입니다. 그러므로 걸왕 같은 사람의 군대가 걸왕 같은 사람의 군대를 속인다면 교묘하고 졸렬한 방법으로 다행히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걸왕 같은 사람의 군대가 요임금 같은 사람의 군대를 속인다는 것은 마치 달걀로 바위를 치고 맨손가락으로 끓는 물을 휘젓는 것과 같으며, 물이나 불 속에 뛰어드는 것처럼 들어가기만 하면 타 버리거나 빠져 죽을 것입니다."


<순자> 491쪽, 순자, 김학주 옮김, 을유문화사

  얼마전 '브로콜리 너마저'의 보컬 덕원을 인터뷰한 포스팅을 보았다. 사실 그 인터뷰 자체는 그리 맘에 들지 않는게, 노래에 대한 것보다 정치적 입장을 묻는 질문의 비중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서 덕원이 한 말 중 하나가 인상적이었다. "지지 않는 전략의 일환이겠으나 염치가 없는 것입니다. 패배를 피하는 정도를 넘어 그건 보신주의에 가깝다고 봅니다. 비겁합니다."라는 말. 맥락까지 자세히 옮기기에는 공간이 부족하지만, 이 말 자체에서 뭔가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나는 패배를 피하기 위해 염치없이 내 몸 하나의 안위를 지키려고 웅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었다.
  순자가 말하는 '어진 사람의 군대'는 지지 않는 싸움을 하는 군대가 아니라, 이기기 위한 싸움을 하는 군대이다. 능동적인 군대이고, 그렇기에 그 군대는 당당하고 정당하다. 그 앞에서는 권모술수를 통한 임시변통이 통하지 않는다. 과연 이러한 군대는 이상적이고 개념에 불과한 군대인가?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군대가 아닌 나의 행동으로 이 개념을 확장해 비추어 보자면, 지지 않는 싸움을 하는 삶보다는 이기려는 싸움을 하는 삶을 추구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당당함과 올바름을 찾아야 한다. 나의 그것은 무엇인가? '바르게 살기 원한다'라는 한 가지 실마리를 붙들고, 계속 그것을 찾아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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