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엄(峻嚴)한 마음으로 고고(孤高)하게 행동하고 세상에서 떠나 속습(俗習)에 등을 돌린 채 고상한 논의(論議)를 하며 세상을 원망하고 헐뜯는다 함은 거만한 태도를 해 보이는 것일 뿐이다. 이는 산골짜기에 숨어 사는 사람, 세상을 비난하는 사람, 지칠 대로 지쳐서 깊은 못에 몸을 던지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다. 인의(仁義)와 충신(忠信)을 말하고 공손하게 겸양(謙讓)한다 함은 [자기 자신의] 수양(修養)을 하는 것일 뿐이다. 이는 평온한 세상에 사는 사람, 교육을 일삼는 사람, 한가하게 사는 학자가 좋아하는 것이다. 뛰어난 공적을 말하고 큰 공명(功名)을 세워 군신(君臣)의 예(禮)를 정하고 상하[의 질서]를 바로잡는다 함은 정치를 하는 일일 뿐이다. 이는 조정(朝廷)에서 일하는 사람, 군주를 존중하고 나라를 강하게 하는 사람, 공적을 세워 적국을 병합(倂合)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다. 인적이 드문 시골에서 지내거나 조용하고 넓은 곳에 있으며 낚시나 하고 한가하게 산다 함은 도피하는 것일 뿐이다. 이는 강해(江海)에 노니는 사람, 세상을 피하는 은둔자(隱遁者), 하릴없이 한가한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다. 숨을 내쉬고 들이쉬고 하여 심호흡을 하며 곰이 나뭇가지에 매달리듯 새가 목을 길게 늘이듯 체조를 한다 함은 오래 살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이는 장생법(長生法)의 수행자, 육체를 단련하는 사람, 팽조(彭祖) 같은 장수자(長壽者)가 좋아하는 것이다.


<장자> 397쪽, 안동림 역주, 현암사

  지금까지 해 온 것이 단지 거만한 태도를 해 보이는 것일 뿐이며, 내가 숨어 살며 세상을 비난하며 지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못에 몸이라도 던져야 한단 말인가? 장자는 정신을 잘 지켜 고요하고 순수함, 거짓됨 없는 자연스런 행동을 통해 얽매이지 않는 것으로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순수 소박하라는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아니, 굳이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인가? 과연 이 글쓰기가 나의 때를 벗겨내는 것일까, 오히려 더하는 것일까? 알 수 없다. 하지만 계속 쓸 수 밖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