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존 프럼이 돌아오는 날을 2월 15일이라고 믿었지만, 연도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추종자들은 해마다 2월 15일에 모여서 그를 맞이하는 종교 의식을 올린다. 아직까지 그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들은 낙심하지 않는다. 아텐버로는 샘이라는 숭배자에게 물었다.


  "하지만, 샘. 존이 화물이 올 거라고 말한 지 19년이나 지났잖아요. 그는 약속하고 또 약속했지만 화물은 아직 안 오고 있어요. 19년이면 좀 오래 기다린 거 아닌가요?"
  샘은 땅을 향해 있던 시선을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당신들이 예수 그리스도가 돌아오기를 2000년 동안 기다릴 수 있었다면, 나도 존을 19년 이상 기다릴 수 있지요."


<만들어진 신> 313쪽, 리처드 도킨스, 김영사

  믿음은 맹목적이다. 진실조차 믿음 앞에서는 흐려지고 본질을 드러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 믿음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굳이 종교적인 믿음만이 아니다. 세상 어느 분야에서도 믿음은 존재한다. 믿음의 유의어는, 아마도 미련함일 것이다.
  신념 또한 믿음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자신이 가진 신념은 자신이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일을 이루게 이끌어 주지만, 눈 옆을 가리면서 세상을 온전히 보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세상에서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다가, 크게 성공한 이의 이야기도, 크게 망한 이의 이야기도, 크게 성공했다가 더 크게 망한 이의 이야기도, 크게 망했다가 더 크게 성공한 이의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렇다면, 믿음을 가지고 행동하여야 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 그 어떤 일에도 공통되는 확고한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그것에 대한 믿음으로 모든 것을 시작해야 하는 것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은 점점 늘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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