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경제정책이 성공을 거두어 놀라운 성장을 이룩했다고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불공평한 분배를 유발한다면 그 성공은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불공평한 분배로 인한 사회적 응집력의 상실이나 사가의 저하가 궁극적으로는 성장 그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경제이론은 이런 측면을 간과하고 공평성과 효율성이 상충하는 관계에 있다는 도식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재분배정책이 최소한 단기에서는 효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여지가 다분히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공평한 분배를 지향하는 정책이 어떤 형태로 수행되느냐에 따라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를 수 있고, 심지어는 긍정적인 효과까지 기대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공평한 분배를 위한 정부 개입이 효율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도식적인 사고에 젖어 재분배정책에 대해 불필요하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경직된 태도를 갖는 것보다는, 효율성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최소화한 합리적인 재분배정책을 찾아보겠다는 유연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갖는 편이 훨씬 더 바람직하리라고 생각한다.
<재정학> 269~270쪽, 이준구, 다산출판사
세상을 받아들이는 법은 무척 쉽거나 무척 어려운 것 같다. 쉬운 길은, 자신의 생각을 단순하게 맞추는 것이다. 특정한 이념, 종교, 사상, 혹은 구호 같은 거라도 좋다. 그 '목소리'대로 따르는 것이다. 그것만이 옳다고 믿으며.
어려운 길은, 자신의 생각을 단순하게 다듬는 것이다. 갈등과 모순을 계속해서 바라보며, 몸으로 움직이고,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괴로워하면서, 계속해서 깨트려 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뭔가 불변하는 것이 남을 것이다. 혹 그런 것이 남지 않는다 해도, 그것은 그것대로 족할 것이다. 그렇게 얻은 단순함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분배에 대해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 긍정하는 목소리, 부정하는 목소리, 감정적인 목소리, 팩트를 중시하는 목소리, 비판하는 목소리, 비난하는 목소리, 옹호하는 목소리, 찬양하는 목소리, 침묵하는 목소리. 이 목소리들 중에서 과연 나는 어떤 목소리에 맞출 것인가? 나는 나의 목소리를 가지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그 길의 끝은 멀리 있는 것 같다. 이준구 교수의 말 속에서, 그 먼 길을 걸어가는 방법이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