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 들판을 내려다보았다. 고개를 들어 해가 떠오르는 남동쪽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일출 시간이 지났지만 두터운 구름과 자욱한 아침안개 때문에 아직 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곧 태양이 솟을 것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다리를 곧게 펴고 섰다.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 마을의 정겨운 산과 들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본 세상은 평화로웠다.
<운명이다> 335쪽, 노무현재단 엮음, 유시민 정리, 돌베개
생각이 많다. 글 따위로는 모두 옮길 수가 없을 만큼 과하게 넘쳐흐른다. 그래서 생각을 글로 옮기지 못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 너머에서, 저문 해는 다시 떠오른다는 진리는 여전히 당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