팃포탯 프로그램은 컴퓨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다양한 전략들을 상대로 상호작용을 잘했기 때문이다. 평균으로 보았을 때, 팃포탯은 대회에 참가한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팃포탯은 참가 프로그램들과 대전을 하면서 단 한 차례도 상대방보다 좋은 점수를 얻은 적이 없다! 사실 그럴 수가 없다. 상대방이 먼저 배반하게 하고, 상대보다 더 많이 배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팃포탯의 점수는 매 수에서 상대방과 같거나 상대방보다 약간 적을 수밖에 없다. 팃포탯이 우승을 한 것은 상대방을 무찔러서가 아니라 함께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행동을 상대방으로부터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팃포탯 전략은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함께 높은 점수를 얻도록 상대를 유도함으로써 다른 어떤 전략보다 높은 총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비제로섬의 원리가 작동하는 이 세상에서 전체적으로 좋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매 게임마다 상대방보다 잘해야 할 필요는 없다. 매우 다양한 사람들과 수많은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더욱 더 그렇다. 내가 주의해서 잘하는 한, 각 상대들이 나와 같거나 조금 높은 점수를 얻도록 내버려두어도 좋다. 상대방이 거둔 성공을 질투해서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랜 기간 반복되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는 상대방의 성공이 사실상 내가 성공을 거두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협력의 진화> 138~139쪽, 로버트 액설로드, 시스테마
팃포탯 전략은 간단하다. 우선 처음엔 상대방과 협력하라. 그리고 그때 상대방이 보여준 태도를 다음번에 그대로 상대에게 되돌려주어라. 만약 상대방이 협력의 손길을 내밀면 나 역시 다음번에 협력을 한다. 상대방이 배반의 비수를 들이밀면, 나 역시 다음번엔 배반으로 보복한다.
이 간단한 전략은 '죄수의 딜레마'를 계속 반복해서 실행하는 게임에서 다른 전략들을 제치고 승리하였다. 간단히 말해서, 나만 선을 행하지 말고, 타인과 함께 선을 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략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악조차 선으로 되갚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악은 그만큼 징계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유심히 관찰해 보면, 좋은 공동체에서는 함께 공동체의 선을 행하길 권장하는 구조와, 악이 행해졌을 때 그것을 징벌하는 구조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팃포탯 전략에서 진정 중요한 부분은, 타인이 자신의 악을 뉘우치고 다시 협력을 요청할 때, 과거의 악을 용서하고 협력을 한다는 점에 있다. 이는 '과거사 청산'이라고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팃포탯 전략의 논리로 아주 간단하게 말해 보자. 상대방이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있다면, 우리는 그를 용서해 주고 함께 나아가는 길을 택하면 된다. 이는 우리에게 가장 커다란 승리를 주는 길이다. 그러나 현재 '과거사 청산'을 외치는 전직 가해자들을 보면,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있기 때문에 옛 일은 잊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오해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