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2011)로 반교리 돌담길은 전장 2킬로미터의 복원사업이 마우리된다. 얼마 전 돌담길보존회장과 이장이 나를 찾아왔다. 동네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청장이라고 부른다.

  "청장님, 감사하고 미안하구먼유."
  "뭐가요?"
  "살다보니 우리는 나라에서 돌담을 다 고쳐주는 혜택을 받았는데 청장님네는 사비로 했으니 미안헌 거쥬."
  "우리집은 외딴집이라 문화재구역이 아니라서 내가 한 건데 뭘 그러세요. 동네 훤해진 거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그래서 하는 말인디 그때 빼놓은 돌담도 다시 하게 해줄 수 읎시유?"
  "이젠 청장이 아닌걸요."
  "그래두 전관예우라는 것이 있다구 방송에서 하데유."
  "그건 법조계 얘기죠."
  "같은 공무원인디 그래두 뭔가 조금은 있갔지유."
  "아, 전관예우 받다가 혼나는 것은 방송에서 못 보셨어요?"
  "그래두 결국은 다 무사하더구먼유 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342쪽, 유홍준, 창비

 

  뒤에서 끼리끼리 주고받으며 '이를 세상이 알 리가 없지.'라고 생각하는 무리들이 있다. 그러나 옛 말에도 있듯이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아니, 벌써 넷이 아는 셈이다. 어찌 그 넷 뿐이겠는가? 아무리 진짜 모습을 감추려고 거짓된 모습을 꾸며서 연기한다 해도, 그 뒤의 진실을 감출 수는 없다. 결국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변의 진리를 비유하여 옛 사람들은 '하늘의 도'라고 하였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백이와 숙제는 천하의 의인이나 굶어죽었고, 도척은 천하의 큰 도적이나 천수를 누렸다. 하늘의 도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탄식했다. 그러나 하늘의 도는 결국 그들의 삶을 후대에 전하여 진정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역사가 판가름하기를 기다릴 것도 없이, 당장 그 사람의 수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밝혀지는 옳고 그름은 더욱 부지기수다. 이럴진대 어찌 감히 함부로 비밀리에 그릇됨을 취하려고 행동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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