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경은 부산포 사람이다. 그는 성정이 거칠지 않고 선을 찾고 행하려 애쓰기를 즐겨하였으나, 게으르고 놀기를 좋아하며 굼뜸이 있었다.
  하루는 무경이 문득 탄식하여 말했다.
  "공자가 말한 이립은 자신이 바로 서는 때를 말함인데, 그것이 나이 서른이다. 아! 이제 내 나이 스물 아홉이 되었는데, 돌아보니 이립은 커녕 궁색하면서도 좀스럽게 하루하루 연명해 나갈 생각만 하고 있으니, 이 어찌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아! 심하도다, 나의 비루함이! 어찌 이런 모습을 산 사람의 행색이라고 말하고 다닐 수 있을 것인가! 궁하도다, 나의 무능함이!"
  그러다 문득 어떤 이의 글을 읽고 무릎을 치며 다시 말했다.
  "여기에 내 살 길이 들어 있구나! 해가 떠서 질 때까지 글을 정성을 다해 읽는다. 그리고 밤이 되면 읽었던 글의 내용을 깊이 생각하여, 그 중 가장 긴요한 부분을 따로 기록하고 나의 생각을 정리한다. 이를 백 일만 한다면 잘 되면 세상에 내놓을 경륜이 깃들 것이고, 못 되어도 내가 올바른 길을 가고자 하는 축이 곧게 설 것이다! 이것이 내 살 방법이로구나!"
  그리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손발을 휘휘 저으며 춤을 추었다. 내가 이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다 배를 잡고 웃었는데, 곧 정신을 차리고 우스운 행색을 여기에 기록했다.
  아! 대저 아무런 흠이 없는 호박이 아름다워 보이기는 하나, 그 안에 모기나 매미 같은 흠을 품은 호박을 더 높은 가치로 매기고 찬탄하니, 여기에 무경이 깨달은 바가 들어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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