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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 그런 나는 없다
홍창성 지음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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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무아에 관심 있는 분에게 입문서로 권하고 싶은 책.


교주나 경전의 권위를 등에 업고 부처님 말씀이니 믿어라하지 않고,

차근차근 개념과 문장을 따져 가는 서양철학의 논법으로 풀이해서 좋았다.


일부 매끄럽지 않게 느껴지는 예시가 있었는데,

더 쉬운 예와 정교한 논법을 구사하면 불교 입문자는 물론

인문학에 관심 있는 모두에게 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다른 분도 전체와 부분의 문제를 언급한 걸 봤는데,

2천년 전 <밀린다팡하(나선비구경)>에도 나오는 

예시와 논법을 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아 개념을 설명하는 좋은 예로 오랫동안 언급된 내용이지만,

책상의 부분과 전체라는 얘기로 바꿔 예시를 들었을 뿐인데도

오해나 다른 해석이 나오는 걸 보면, 철학이란 논리뿐만 아니라

예시의 선정과 그 나열에도 세심함이 필요한 작업인 것 같다.

 

머리털이 어디까지 빠져야 대머리인가 하는 예시라든지,

햄버거를 먹는 사람에 대한 노스님의 인식에 대한 예시도 그렇다.

대머리보다는 고전적인 테세우스의 배를 예로 들면 더 나았을 것도 같은데...

역시 일상적인 예를 들면서 약간 의아한 부분이 생긴 것 같다.

대머리는 대략 어디쯤부터 대머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딴지를 걸려면 테세우스의 배제논의 역설같이 

역사적으로 유명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이 책에서 쉽게 풀어쓴 중론의 논법, 비재귀성의 논법 같은 것도

그저 생각의 오류거나 말장난으로 오해받기 쉬울 것이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보게 하는 파격과 색다른 증명 과정,

그로 인해 도달하는 또 다른 시선과 깊이, 태도가 철학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무슨 경이니 무슨 논이니 하는 ..  

전문가만 알아들을 어려운 경론을 방패 삼아 들먹이지 않고,

동서양의 다양한 책에 나오는 무아관련 논법과 이야기들을 통해

불교의 무아설을 불교만의 논리에 갇히지 않고

예쁘장한 작은 책 한 권에 알기 쉽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현대적인 접근과 간결한 정리를 하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한다.


내가 비록 다섯 가지 부분의 묶음이고, 전체로서의 나는 궁극적으로 허구에 불과하지만(진제), 이 허구는 아주 쓸모 있는 허구이다(속제). 그래서 나는 아뜨만이나 영혼을 가지고 상주하지는 않지만(상주론 배격), 쓸모 있는 허구로는 약 80여 년 동안 묘하게 잘 살아 간다(단멸론 배격). 중도中道에 있는 나의 존재는 쓸모 있는 허구이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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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우주다 - 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왜 이것이 중요한가
디팩 초프라.미나스 카파토스 지음, 조원희 옮김 / 김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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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팩 초프라의 새 책이 나왔다. 그런데 마이클 셔머가 추천사를 쓰다니. 사이비 과학이라면 치를 떠는 잡지 <스켑틱>의 편집장이 말이다. 예전에 디팩 초프라가 한 과학자와 대담한 책이 있었는데, 거기선 초프라 vs 과학자의 대립 구도였다. 소위 영성 vs 과학같은. 그런데 이 책은 소개글에서부터 과학과 영성의 만남(아인슈타인과 타고르의 만남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이라는 분위기를 풍기더니, 실제 내용도 이전의 디팩 초프라 책들보다 훨씬 과학적이고 현실적이다. 게다가 그의 전매특허 같던 아유르베다나 신비주의의 냄새도 별로 나지 않는다. 그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공동저자인 미나스 카파토스와의 공동작업이 뭔가 변화를 가져온 모양새다. 한국에도 자주 방문하는 과학자인 것 같은데(유튜브 자료도 꽤 있으며, 무려 노벨상 후보로 추천된 석학), 두 사람의 인터뷰나 대담 형식이 아니라 아홉 가지 이슈에 대해 추리 문제를 해결하듯, 한목소리로 다양한 관점을 들여다보며 명백히 틀린 가설들을 하나씩 제거해 간다. 가능한 가설과 가정을 쭉 늘어놓고, 현재까지 발견된 과학적 사실과 이론에 입각해서 모순되거나 불일치하는 것은 걸러내는 방식이다. 그래서 남은 이론 또는 가설이라면, 앞서 살펴본 다른 것들보다 더 신빙성 있는 게 아니겠는가? 소거법으로 남은, 의식과 우주에 대해 그나마 신빙성 있는 관점이 책 제목으로 이미 스포일러 된 참여우주또는 의식이 있는 우주’, 다시 말해 인간적인 우주.

 

얼핏 보면 신비주의나 일부 종교에서 말하는 물아일체아함 브라마스미다 마음이다하는 말과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좀 다르다. 읽어보니 좀 다르다는 건 알겠는데,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번 읽어서인지 아직 명확하진 않다. 책 자체가 정교하게 쌓아 올린 투명한 구조체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여기선 개인의 특별한 체험으로 뭉개며 논리적 비약을 거쳐 아함 브라마스미!’ 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많은 과학적 정보와 이론, 실험들에 의해 차곡차곡 정리된 어떤 논리적 구조 속에서 일정한 방향성을 가진 결론에 도달하는 서술 구조다. 아마 종교나 물리학에 정통한 분들이 보면 더 잘 분석해주시겠지... 코로나 끝물인지 요샌 강연회도 많던데, 이런 책은 저자/역자 강연회 같은 행사라도 열면 질의응답이 꽤 시끌시끌할 것 같다.

 

아무튼 양자역학과 우주론, 의식과 관찰자 이슈를 꽤 깊게 다룬다. <시크릿>류의, 부자되고 소원 이루라는 책들이 이름만 빌려 쓰는 그 양자역학과는 정말 차원이 다르다. 파동, 입자, 고양이, 그러고는 갑자기 간절히 소원을 빌면 우주가 들어줄 거야하는 얄팍한 상술 냄새가 나는 양자역학이 아니라, 읽다가 몇 번이나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며 이런 내용이 다 있었어?’하는 그런 수준의 양자역학이다. 아인슈타인 시대 때부터 최근까지, 양자물리학과 우주론에서 다루는 중요한 개념들이 거의 다 나오는 것 같다. 정말 물리학자가 썼다는 티가 팍팍 난다. 초끈이론에 멀티버스(다중우주)는 물론이고, 식물의 광합성에 그런 신비한 원리가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예전 디팩 초프라 책을 생각하며 가볍게 주문했다가 갑자기 교양과학의 세례를 받은 셈이다.

 

그래서 좀 어렵긴 하지만, 선의 일화나 신비주의에서 다룰 법한 의식의 문제를 과학 이론과 실험으로 하나씩 하나씩 풀어내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두껍지도 않은 책에, 굉장한 밀도의 정보가 담겨 있다. 모르긴 몰라도, 디팩 초프라의 이름으로 나온 책들 중 가장 밀도 높고 빡신 책이 아닐까 싶다. 읽다가 보면 되게 두껍고 현란한 과학책을 보는 느낌인데, 고개를 들면 그냥 작은 책 한 권이 까꿍? 하며 달랑 있다. 아니 이 작은 책에 이런 내용이 골고루 담겼다고? 말이 어려운 게 아니라, 새로운 개념, 관점들이 자꾸 등장해서 소위 현실이나 의식에 대한 시각을 자꾸 돌아보게 만든다.

 

시각하니까 말인데, 책 초반에 우리가 본다라는 경험이 얼마나 이상하고 신비로운 것인지 설명하는 내용이 있다. 미리보기에도 나와 있는데, 이 책에서는 보기듣기처럼 우리가 늘 경험하는 가장 기본적인 감각 현상조차 실은 얼마나 이상하고 놀라운 일인지 되새김하게 해준다. 불교의 이근원통 수행법도 떠오르고, 요즘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챗GPT 등 인공지능 분야에서 스스로를 의식적 개체로 자각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보는 자, 듣는 자를 돌이켜보게 한다는 점에서 선불교와도 통하는 뭔가가 있다.

 

양자역학이라면 원자보다 더 작은 아원자 상태에서나 발생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미시세계가 아닌 우리 현실, 거시세계에서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아니, 알고 보니 스마트폰이며 인터넷이며 다 양자역학의 확률과 원리에 의해 작동되고 있는 것이었는데, 이 책에서 다루는 관찰자의 개입은 스마트폰의 작동 따위를 가볍게 넘어선다.

 

관찰자 문제(보는 자)를 이렇게 집중적으로 다룬 책은 일반적인 양자물리학 책은 물론 불교나 종교 책에서도 거의 못 본 것 같다. ‘이 뭣고?’ 하며 불교 공부하시는 분들, ‘난 야르하며 자아탐구하는 분들이 보더라도 자극이 되지 않을까? 특별한 체험도 좋지만, 개인적 체험이 그를 둘러싼 사회 속에서 실제로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관해 이 책은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블교의 보살이나 연기를 언급하지 않지만, 과학적 의심의 끝에서 이와 비슷한 뭔가를 결국 이야기하게 된다는 점도 신선했다.

PS. 결국 나와 현실과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는 내용인데, 그래서 관계란 문구가 초반에 반복되었나?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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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드™ 2023-05-19 0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퀼리아 프로젝트
 
당신이 우주다 - 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왜 이것이 중요한가
디팩 초프라.미나스 카파토스 지음, 조원희 옮김 / 김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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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속 관찰자의 의미와 역할, 불교의 ‘보는 자’나 ‘주인공’을 이처럼 깊게 다룬 책이 얼마나 있었나 싶다. 가벼운 의식적 체험에 취해 ‘내가 우주다’하는 것과는 천지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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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이야기 1 - 법구경 주석서
무념.응진 옮김 / 옛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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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게송의 아름다움은 익히 알고 있는 일이다.

그리고 각각의 게송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는 것도 알려진 일이고

한역 <법구비유경>이 번역되어 소개된 바도 있다.

이 책은 <법구경>의 빠알리어 주석서이 <담마빠다 아타까타>를 번역한 것이다.

한역 경전에는 없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상세히 소개되어 있고, 관련된 경전도 함께 소개되어 있어 초기경전에 관심 있는 나에겐 정말 귀한 정보였다.

뿐만 아니라 법구경 구절의 번역도 지금까지 보았던 여타의 한글 번역과는 색다른 맛이 있다.

정말 우리말화된 법구경 구절이 입에 착착 붙는다. 이런 방대한 번역을 해주신 두 분 스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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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칭 2 Watching 2 - 시야를 넓힐수록 마법처럼 이루어진다 왓칭 시리즈
김상운 지음 / 정신세계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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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칭 1권을 읽고 2권의 내용이 궁금해서 샀다. 1권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인간의 정신적 능력과 영적인 면에 관심 있는 이라면 일독할 만하다. 내용이 좀 중언부언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지만 그것은 주장에 근거를 강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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