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 1
마츠모토 토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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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항상 미묘하고 복잡하고 모호하다. 특히나 그것이 사랑이라는 주제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기를 잃었을 때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키스는 8권의 짧은 만화이지만 그 안에서 남녀간의 애정이 가지는 감정적인 모순들을 실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녀가 여성이 되어가는 과정, 냉정하기 그지없는 남자가 그 소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습들, 그 안에서 그들은 고민하고 상처받고 사랑한다. 속된 말로 하는 연애라는 것은 사실은 가장 본질적인 의미를 가지는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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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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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관계맺는 과정에서 오컬트적인 요소를 소재로 다루어왔다. 소설 속에서 오컬트가 가지는 힘은 절대적인 것이고 그것은 갈등을 풀어가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심령적인 현상이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를 필요로 하는 그 마음이 가장 중심에 선다. 저 사람에게 힘이 되고 싶다. 저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 내 상처를 함께 나누고 싶다라는 느낌들...바나나의 소설 속에서 항상 다루어졌던 치유라는 관점으로 씌인 소설들을 엮었다는 이 책은 그래서, 어쩌면 가장 바나나적인 소설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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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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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을 처음 읽고 책을 덮었을 때 가장 강렬하게 받았던 느낌은 상큼함이었다. 막 쪼갠 시원한 수박을 한입 베어물었을 때의 상큼함. 바나나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각의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살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그것들을 치유한다. 키친에서의 남자와 여자도 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남기고 죽어버리는 과정을 되풀이해서 겪은 공통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렇게 처음부터 서로를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었다.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지만 바나나의 소설이 주는 상큼함 속에서 그런 것들도 가볍게 용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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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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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종의 넋풀이 같은 것이다. 지상에 못다한 한이 남아 자꾸 출몰하는 귀신들은 그들을 불러내어 이런저런 사정을 들어주고 그들의 한을 풀어주면 편안히 저승으로 떠난다. <손님>은 멋모르고 들어온 손님들에게 자리를 내주며 그들과 야합하여 혹은 그들에게 희생당한 원혼들의 넋풀이이다.

이 책에 나타난 대표적인 손님은 맑시즘, 기독교 등이다. 그 손님들은 아직도 떠나지 않고 우리 주위에 남아 자신들이 원래 주인인양 행세하고 있다. 어쩌면 이미 우리와 너무 오래 살아 우리 속에 체화되어 있고, 그것이 마냥 부정적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 것은 신화로 남아 억압의 기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기억을 지배하는 자가 권력을 잡는다라는 관점에서 볼 때, 양민학살의 문제를 이야기함에 있어서도 <손님>의 시각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특별한 분단의 상황하에서 한민족끼리 죽이고 싸울 수 밖에 없던 사람들. 누가 누구를 죽이고 왜 죽였느냐보다는 그것을 담담하게 기억해내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손님'에게 덮어씌웠다는 느낌이 들어서 찝찝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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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창비아동문고 175
박기범 지음, 박경진 그림 / 창비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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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실 등장인물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아이들의 눈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학술적인 형태로 풀고 있지는 않지만 충분히 사회구조적인 관점에서 글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조조정에 의해 희생당하는 가족애, 촌지가 당연한 학교 속에서 상처받는 아이들, 정부의 강제철거에 무기력할 수 밖에 없는 서민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손가락 무덤>에 나온 말처럼 너무 어렵고 많은 것을 배우느라 가장 쉬운 것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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