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종의 넋풀이 같은 것이다. 지상에 못다한 한이 남아 자꾸 출몰하는 귀신들은 그들을 불러내어 이런저런 사정을 들어주고 그들의 한을 풀어주면 편안히 저승으로 떠난다. <손님>은 멋모르고 들어온 손님들에게 자리를 내주며 그들과 야합하여 혹은 그들에게 희생당한 원혼들의 넋풀이이다. 이 책에 나타난 대표적인 손님은 맑시즘, 기독교 등이다. 그 손님들은 아직도 떠나지 않고 우리 주위에 남아 자신들이 원래 주인인양 행세하고 있다. 어쩌면 이미 우리와 너무 오래 살아 우리 속에 체화되어 있고, 그것이 마냥 부정적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 것은 신화로 남아 억압의 기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기억을 지배하는 자가 권력을 잡는다라는 관점에서 볼 때, 양민학살의 문제를 이야기함에 있어서도 <손님>의 시각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특별한 분단의 상황하에서 한민족끼리 죽이고 싸울 수 밖에 없던 사람들. 누가 누구를 죽이고 왜 죽였느냐보다는 그것을 담담하게 기억해내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손님'에게 덮어씌웠다는 느낌이 들어서 찝찝한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