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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 만물의 평등에 관하여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드디어 카를로 로벨리 교수님의 새 강의가 담긴 책을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이분은 양자 이론과 중력 이론을 결합한 루프 양자중력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블랙홀과 관련된 이론을 연구하며 우주론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천재 물리학자로서, 흔히 ‘제2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불리는 분입니다. 이번에는 '만물의 평등에 관하여' 라는 제목를 가진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카를로 로벨리 교수님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책을 접하기 전부터 상당히 기대가 되었는데요.
과학자가 쓴 책이기 때문에 과학과 관련된 내용이 적어도 '내용면에서는' 물론 주로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리학자가 들려주는 전문적인 물리학 강의와 같은 책은 아닙니다. 내용이 어렵거나 물리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두드러기가 나는 분들을 자극하는 책도 아닙니다.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고요. 물리학의 오묘하고 복잡한 내용들을 풀어서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친절하고 상세하게 전달해 주는 대중 교양 과학 서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학자의 시선에서 물리적인 측면을 통해 이 세상의 법칙과 여러 현상이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이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주와 현재와 미래, 그리고 현대 물리학에서 바라보는 시간의 변수와 동역학적 변수, 여러 현상이 작동하는 원리 등에 관한 내용들이 설명되는데요. 얼핏 보면 상당히 어려워 보이는 내용들이지만, 그 안에서는 양자 현상과 현대 물리학의 개념을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철학에 관한 내용과 결합했다는 점도 인문학의 깊이를 이해하기에 참 좋은 부분이었어요. 일반적으로 이 책이 설명하는 방식은 상당히 친숙합니다. 이를테면 악보를 읽는 것이라든지,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방식이라든지, 체스 게임을 하는 방식 등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대상으로 예시를 들면서 어려운 과학적인 내용을 설명해 주는게 이해가 더 잘 되더라고요. 어려운 과학적 개념들을 독자에게 가장 친숙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카를로 로벨리 교수님의 설명 방식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분이 왜 대중 과학 서적의 저자로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과학자인지를 역시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프린스턴대학교의 특별 강의에서 비롯된 내용과 아마존 베스트셀러, 퍼블리셔스 위클리 추천 도서라는 이력을 비롯해 책을 둘러싼 여러 요소에서도 관심을 끌 만한 책이었습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 하나하나가 굉장히 주옥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올해 쌤앤파커스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 가운데서도 단연 주목해 볼 만한 수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과학에만 올인하는 책이 아니라는 점이 아니라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철학이 함께합니다. 장자와 헤라클레이토스의 이야기 등 동양 철학과 서양 철학을 넘나드는 인문학적인 내용도 함께 들어 있는데요. 과학적인 사고와 철학적인 사고를 서로 분리해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연결해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처럼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을 중요한 가치로 바라보고, 그런 인재를 선호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도 매우 절묘하게 잘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리학이라는 전문적인 분야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철학과 인문학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을 좋아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인간과 세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구조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겉보기에는 어려운 현대 물리학의 내용을 전달해주고, 물리학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바라보고, 그 세계를 철학과 인문학적인 시선으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너무 좋은 책이었어요. 과학과 인문학이 서로 다른 영역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여러 가지 관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교양 과학 도서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