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 찾기
전아리 지음, 장유정 원작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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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을 떠올리게되는 책 <김종욱을 찾기>는 내게 참 반가운 책 이었다. 얼마전 읽은 <팬이야>를 통해 전아리 작가의 글을 처음 접했는데 통통튀다못해 맛있게 쓰는 글솜씨에 반해버렸다. 단숨에 읽히는 즐거움이 남다른 글! 역시나 이번책도 손에 붙들자마다 한순간도 놓지못하고 마지막까지 내달렸다. 개봉전부터 인터넷과 각종 언론을통해 뜨겁게 달궈지고있는 영화 [김종욱 찾기]에 대한 기사를 나도 읽었다. 공유와 임수정이라는 그럴싸한 두 배우의 만남부터 주목을 끌었고, 첫사랑을 찾아나선 여자와 첫사랑을 찾아준다는 남자의 이야기가 독특하고 재밌게 여겨졌다. 영화개봉하면 봐야지.. 하고 있던차에 전아리작가의 글로 새롭게 태어난 소설 <김종욱 찾기>를 만난것은 행운이다. 발그레한 분홍색 표지가 시선을 잡아끌고 커다란 띠지를 살짝들추면 두그두근 하트가 눈길을 사로잡은 어여쁜 책이다.

내게도 첫사랑은 있었다. 남녀가 만나 데이트를 즐기고 하는 첫사랑은 스무살초반 이었지만, 내 진짜 첫사랑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시작되어 자그만치 5년이나 이어진 지독한 짝사랑의 기억이다. 7살에 이사간 동네에서 처음만난 녀석,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불운의 여신은 우릴 6년동안 단 한번도 같은반에 넣어주지 않았다. 그래도 한 동네에서 숨바꼭질, 꼼꼼이, 땅따먹기 등을 통해 우정을 쌓아가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는 같은 학원을 다니며 끊임없이 얼굴을 마주했다. 바야흐로 내게도 사춘기가 시작된 것인지.. 어느순간부터 그녀석이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고, 눈만 마주쳐도 벌렁벌렁~ 그아이를 만날 생각에 벙싯벙싯 연방 웃음꽃이 피었다. 부끄러움과 소심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인지라 '니가 좋아'라는 고백은 꿈도꾸지 못했고, 그저 일기장에 내 마음을 적어내려가며 짝사랑을 키워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헤어짐의 순간은 찾아왔고 멀리멀리 이사를 가버린 그 녀석을 지금까지 두번다시 만나지 못했다.

이런 내 앞에 '당신의 첫사랑을 찾아드립니다.'라는 누군가가 나타난다면 은근슬쩍 그녀석을 찾고도 싶은 마음이다. 요즘이야 미니홈피만 뒤져도 쉬이 누군가를 찾아내고 하는 세상이니 마음만 먹으면 그녀석을 찾는건 시간문제 일지도 모른다.(비밀을 하나 이야기하자면, 워낙 이름이 특이한 녀석이라 금방 찾아낼 수 있을듯..^^) <김종욱 찾기>의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면, 여행을 좋아하는 여주인공,인도여행길에 만난 운명적인 첫사랑을 가슴속에품고 살아가고있다. 갑자기 실업자가 되어버린 남자주인공은 엄마와 아들이 나란히~~ 동네아주머니에게 사기를 당하고 도망친 사기꾼의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텅빈 먼지뿐인곳에 자신만의 공간을 삼는다. 대출전단지에 적힌'첫사랑을 찾아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들고 남자의 사무실에 나타난 여주인공은 자신의 취직을 부탁하고 그녀를 잠시 놀려줄 심산으로 첫달월급은 당신의 첫사랑 김종욱을 찾는걸로 치고 함께하기로 한다.

여차저차 전국의 김종욱 리스트를 만든 두사람은 본격적으로 여자의 첫사랑 김종욱을 찾아나서고, 산넘고~ 물건너 방방곡곡 뒤져봐도 김종욱은 깜깜무소식이다. 그러던 차에 덜렁대기로 둘째가라면 서럽고 식탐도 많고 순진해빠진 여자에게 점점 마음이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는 남자.... .... 과연 김종욱을 찾았을지 못찾았을지, 또 첫사랑을 찾아준다는 그와 첫사랑을 잊지못하고 살아가는 그녀가 사랑에 빠질수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___________^

읽는내내 너무 예쁘기도 하고 서로의 맘을 잘 몰라주는 남녀 주인공을 보며 애가 타기도 하고 과연 김종욱을 찾기는 할 것인가.. 또, 그를 찾게되면 어찌되는건가를 상상하며 기쁘게 읽었다. 우리는 누구나 첫사랑의 기억과 첫사랑을 가슴에 품고사는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흔한말로 남자는 첫사랑을 평생 잊지 못한다고들 하는데, 여자에게 있어서도 첫사랑은 오랫동안.. 혹은 평생을 간직할 소중한 기억이 아닐까?! 세상에 모든 첫사랑이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처음 이라는 단어와 사랑이라는, 두근거리는 두 친구가 만났으니 첫사랑은 이름 그대로 참 어여쁘고 소중한 추억이다. 나의 첫사랑이 언제나 행복하길 바라본다.

[인터뷰를 하기로 한 여행 블로거가 횡단보도를 건너오고 있었다. -중략-
"로마에서 만났다는 J군 말이예요." -중략-
"사실 난 J군이랑 있었던 로맨스가 제일 재밌었거든요. 두 사람은 계속 연락하고 있어요?" -중략-
"아니요. 연락할까 하다가 그만뒀어요."
"왜요?"
"그때 일이 너무 꿈 같아서요. 서울에서 만나면 왠지 꿈이 깰거 같잖아요." -중략-
"여락해 봐요."
호기심 어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입술이 찻물로 반들거렸다.
"어쩌면 꿈보다 더 멋진 현실을 만나게 될 수도 있어요." p.257~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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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 마라 - 박해선 詩를 담은 에세이
박해선 지음 / 헤르메스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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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표지가 어여뻐 책을 보자마자 몇번을 쓰다듬었다. 그 매혹적인 표지를 살짝 들췄더니 겨울이 내 앞에 펼쳐져 또다시 맘이 흐뭇~^_____^ 저 소복히 쌓인 눈속을 거닐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을 하며 첫장을 펼쳤다. 짧은 글 속에담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기분. 그 기분에~ 느낌에 취해 책장을 넘기다보니 느닷없이 밀려오는 울컥함에 책장을 덮어야만 했다. 순간 예상치못하게 코끝이 아려오고 눈시울이 붉어져 당황하기도 잠시.... 다음글이 궁금하여 책을 들었다~ 놓았다.... 끝내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새벽녘에 눈이 떠져 두리번거리다 침대옆 가만히 날 바라보고있는 이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깊은 밤 고요함속에 박해선 작가의 글을 읽고있으려니 글 속에 마디마디 전해져오는 그 울림이 더욱 깊어지는 시간들.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글에선 따뜻한 애정이 보이고,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과의 그리움에선 내 가슴이 저려온다. 그가 들려주는 일상이.. 아름다운 시 들이.. 마치 내 이야기같아 애잔함은 배가되고 때론 이야기속 누군가가 내가되어 나도 이렇게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에 목마름을 느끼기도 했었지.... 하는 기억이 찾아든다.

인생에 길을 잃고 헤메는.. 사랑에 길을 잃어 오랫동안 방황하는 마음에 위로와 가만히 다독거려주는 손길같은 고마운 글들. 이 책속에 담긴 글들을 읽고있으려니 아련한 기억들이 찾아오고 그 기억들속에 소중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그리고 미소가 지어지기도한다. 어느 글에선 내리는 빗소리가 들려오는 듯하고 또 어디선 그 옛날 내가 좋아하던 그의 냄새가 불어오는 듯도하여 반갑고 또 반갑다.

읽는 순간 마음에 와 닿아 몇번이고 반복해 읽게되는 글들이 있다. <다 지나간다>라는 시 또한 내 가슴에 깊이 와 닿은 글 이었다. '다 지나간다. 다 지나갔다. 걱정마라.'라는 이 마지막 구절이 나에게 들려주는 따뜻한 위로같아서 몇번이고 소리내어 읽고 또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엔 눈으로.. 마음으로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소리내어 읽곤했다. 소리내어 글들을 읽다보면 그 느낌이 훨씬 크게 다가오는 것만같아 참 좋다. <기도>를 읽으면서는 내가 매일 밤 드리는 기도를 떠올리며 그분에게 내 목소리가 좀 더 가깝게 들리기를 소망하기도 하면서 박해선 작가의 기도 말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풀빵엄마의 거룩한 삶을 이야기하고 추기경님의 따뜻함을 전해주며 스님의 맑은 심성을 이야기하는 글들에 내마음에도 덩실덩실 포근함이 찾아온다. <새벽 이슬>을 가만히 되내이며 나도 날마다 누군가에게 새로운 사람이 되고픈 간절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새로움이라는 단어가 전해주는 그 사랑스러움을 평생 간직할 수만 있다면....

때론 어릴적 추억을.. 어느순간엔 잊혀진 사랑을.. 그리고 부모님의 감사함과 가족에대한 애정까지. 이 많은 감정들과 고마움과 아련함과 미소를 불러일으킨 반갑고 고마운 글들에게 "참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건네고싶다. 책속에 있는 글을 멋진이들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CD는 더없이 반가운 선물~!^^ 성시경이 들려주는 <길위의 사람>은 어떤 느낌일까? 이소라의 차분하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선사하는 <공중전화>에선 사랑을 고백하는 그의 마음이 더욱 깊게 다가오진 않을까.... 이문세가 들려주는 <아버지>와 <자장자장>을 들으며 이 밤을 마무리한다면 정말 근사하겠지~^^ 《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마라》에 담긴 글들에 행복을 느꼈다면 멋진이들의 목소리가 전해주는 시 낭송에 다가오는 겨울을 한껏 느껴보는 것도 참 좋겠다.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전해준 고마운 글 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겨울을 닮아 더욱 어여쁜 책, 그리고 이야기들....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것만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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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르몬트의 정원 - 네덜란드식 인생 음미법
금경숙 지음 / 고즈윈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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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담긴 책을 만난 느낌이다. 알록달록 예쁜 꽃밭이 펼쳐진 책의 표지부터가 미소로 마음을 물들인다. <루르몬트의 정원>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사뭇 궁금한 마음으로 첫장을 펼쳤다. 동네전체가 거대한 정원인듯 느껴지는 그곳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으로 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그 잔잔함 속에서 소박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게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엿볼 수 있었고, 뒤이어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네덜란드 사람들의 예술혼과 지혜들을 여럿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책 읽기 초반에 만난 이 어여쁜 사진은 날 한없는 만족감과 행복으로 물들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튤립이기 때문이다. 색색의 튤립이 그득한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입이 벙실거리는건 물론이요~ 당장 튤립한송이 실물로 만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꽃만큼 바라만 보고있어도 만족감과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도 드물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인데, 뭐에 치여사느라 바쁜건지 꽃 한다발 사본게 언제적 이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작가가 살고있는 루르몬트동네 사람들은 자신의 집보다도 훨씬 드넓은 정원을 가꾸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런 정원을 정성스레 가꾸고 돌보며 이웃들 정원엔 무슨무슨 꽃이 피었나를 구경하고 품평하는 것도 일과의 중요한 일이라하니 나같이 귀찮음으로 똘똘뭉친 사람들은 살아볼 엄두도 못낼 동네인듯....^^ 꽃이나 식물을 보는건 참 좋아하면서도 감히 키울 엄두는 내지 못하는 사람이 나 이기 때문이다. 그 연약한 생명을 죽일까 지레 걱정이 앞서는 소심함도 식물과 어울려 살지못하는데 큰 몫을 차지한다.

내년에 호주로 1년정도 머물다올 예정인 친구는 그들의 언어는 물론이고, 행동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런 친구가 어느날 "외국인들은 비가와도 그냥 맞고다니더라~ 왠만한 비에는 우산을 안써~" 나는 조금 놀라며 "그러면 대머리 될텐데... 안돼 안돼~ 나쁜습관이야" 라고 말했다. 평소나는 조금의 부슬비라도 비맞기는 물론이거니와 눈도 맞는걸 정말 싫어한다. 내게 낭만이 없다 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갑작스레 쏟아지는 소나기야 내 어찌할 수가 없으니 그렇다쳐도 내리는 비를 궂이 맞으며 다닐 이유가 뭘까.... 하는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루르몬트의 정원>에서도 작가는 처음 그곳에 살게되며 놀란것중 하나가 그곳사람들이 우산을 잘 안쓴다는 것을 말해줄때 '아! 정말 외국인들은 비를 좋아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읽을때 참 재밌는 표현이라고 생각된 말이 있었는데 ["네가 설탕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잖아? p.90] 라는 말 이었다. 아이가 비가온다 투덜대면 부모들이 나무라며 하는 말 이라는데, 거참 그럴듯하다. 설탕도 아니니 비에 젖어 녹아버릴일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홀란트 카스 센트륌에서 치즈 무게를 달아 잘라 주는 뽀얀 남자아이가 소문의 치즈 소년임을 그 앞에 늘어선 줄만 봐도 알 수 있다. 사근사근한 데다 무엇보다 사람 눈을 쳐다보며 이야기한다. -중략- "뭐 더 필요한 것 없나요?", "주말 잘 보내세요."라고 내게만 따로 얘기하는 듯한 눈으로 말이다. p.113] 하하핫! 내가 또 치즈라면 사족을 못쓰고 달려들만큼 좋아하는데, 이 치즈소년의 이야기를 들었을땐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달려가 그 소년이 잘라주는 치즈를 사면서~ 눈과 눈을 맞추며 인사하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분명 나도 단골이 될 수 있을텐데...하핫!)

하얀마을 토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땐 우선 사진만을 바라보며~ 집들이 어쩜저리 예쁠까~ 하는 생각만 가졌는데, 나폴레옹 점령당시 프랑스가 집들의 창문과 굴뚝의 크기로 세금을 거둬들이니 주민들이 임시방편으로 창문을 가리기위해 벽에 석회를 칠한데서 유래되었다하니 씁쓸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은 관광 온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의 자부심을 키워주는 곳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것이 순수하고 어여쁘게만 느껴질 것같은 토론에 꼭 한번 가보고싶다.

역시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멋진 서점에 눈과 마음이 향하는건 어쩔 수 없다. 높은 천장에 아름다운 실내를 갖춘 세계에서 가장 멋진 서점 이란다. 이곳 사람들은 이런 근사한 곳에서 책을 구입할 수 있으니 행운중에 행운이 아닌가! 저 곳에서 커피도 마시고 책도보면 어떤느낌일까? 상상만으로도 근사하다.^^ 평소 딱히 무슨 책을 사야해서가 아닌 구경하고 즐기러 서점에 들르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러나 매우 아쉽게도 항상 혼자라는 점이 날 우울하게한다. 주위에 책 좋아하는 친구들이 없다보니 내가 선뜻 서점에 가자고 말 꺼내가가 어려운게 사실이다. 난 서점에서 어떤책이 새로나왔나~ 사람들은 어떤책을 손에 들고있나~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던데 말이다. 언젠간 유럽의 멋진 서점들을 탐방하고 말겠다는 나의 꿈이 이뤄질 날이 오겠지?! 그러기위해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과 불끈!불끈! 두 주먹을 쥐어본다.

네덜란드의 다양한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어 정말 풍요로운 시간 이었다. 어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전부 흡수하기가 벅찰정도 였는데, 시간이 될때 다시한번 꼭 읽고싶은 책이다. 내가 <루르몬트의 정원>이 담고있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글로 표현하지못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난 외국의 여행기나 에세이집을 읽을때면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책을 좋아한다. 머나먼 곳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그 나라의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가끔 정말로 내 가슴을 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때 그곳에 가고싶어진다. 그에비해 <루르몬트의 정원>은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일상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뒤로갈 수록 정보에 치중한 듯한 느낌이 들어 조금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어디가 좋다, 나쁘다 라고 평을 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이야기보단 장소의 이야기가 넘쳐나다보니 사람냄새나는 이야기가 생각나는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곳곳에서 네덜란드인들의 생활모습을 간략하게나마 엿볼 수도 있고, 그들의 문화와 네덜란드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색깔을 잘 나타내 주고있어 좋았다. 또한 작가인 금경숙씨가 네덜란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네덜란드라는 아름다운 나라로의 초대장을 보낸 듯한 느낌을 받은 고마운 책 이었다.

[하늘이 이렇게 낮고, 넓을 수도 있구나.
느리고 졸린 풍경, 우주에 우리만 존재하는 듯한 아득함. p.300]

[가슴이 거의 다 드러난 옷차림을 한 빨간 머리 중년 여성, 머리부터 발끝까지 히잡으로 꽁꽁 싸맨 소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거리, 라틴 카페와 인도네시아 식당이 나란한 이 시장이 가장 암스테르담다운 곳이라는 데 암스테르다머르들은 이견이 없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고집하는, '헤젤러흐'한 유쾌함으로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 헤젤러흐함은 이 동네에 감도는 '관용'이라는 기운 덕분일 테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국적 존재이며 그래서 푸근하기만 한 기운.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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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를 끼워주고 싶다
이토 다카미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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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전 첫 느낌은 매우 유쾌한 이야기가 펼쳐지겠구나~ 싶은 마음 이었다. 갑작스레 머리를다쳐 프로포즈 상대를 잊어버리게된 어처구니없지만 재밌는 설정에 궁금증이 일었다. 첫장을 펼치고 책읽기를 시작한지 몇분 지나지않아 "아니 뭐 이렇게 철 없는 남자가 다 있어?!"하는 마음이 들었다. 헤어진 전여자친구도 헤어진 이유가 그가 너무 어리고 철없이 행동하기 때문이라고 했으니 말 다했다. 그런 이 남자가 그녀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하나로 서른전엔 반드시 결혼을 하고말리라는 무모한 도전에 나섰고, 그리하여 양다리도 아닌 세다리를 걸치는 이기적인 놈으로 변하고 말았다.(나~~~쁜!!)

 남자주인공은 서른살생일을 몇주앞두고 스케이트장에서 가벼운 뇌진탕을 일으키며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리고만다. 그리하여 자신이 현재 사귀고있는 세명의 여자중 과연 누구에게 프로포즈를 하려했는지 잊어버리고만다. 분명 반지를샀고 그 반지를 건네주면 누군가에게 프로포즈하려한 것만은 분명한데 그게 누구인지 도통~ 전혀~~ 생각이 나질 않으니 그의 마음이 급해졌다. 그는 서둘러 세명의 여자를 번갈아가며 만나고, 그 중 누가 반지의 주인공인지 찾기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과 그의 내면이 잘 표현되어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부터였다. 이남자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건지.... 아무리 객관적인 독자입장에서 봐주려고해도 지나치게 한심스럽다. 이런남자 뭐가 좋다고 여자들이 셋씩이나 그를 만날까~~~ 뭐, 글을 읽다보니 그 여자들또한 그닥 정상은 아닌듯싶다.(이럴때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이 나오지..싶다.) 그저 전여자친구에대한 복수심 하나로 결혼을 하려하니 진정한 상대를 찾았을리 만무하고, 차라리 다행이라면 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결혼을 미룰 수 있게된게 잘됐다 싶다.

 세명의 여자를 아무리 만나봐도 당최 누가 자신의 짝인지 발견하지 못한그는 신비로운 소녀를 만나게되고 그녀에게서 강한 데자뷰를 느낀다. 소녀와 어울리며 점점 자신이 원하는게 뭔지 알아가는 듯한 그의 모습에 잘하고있다는 응원이라도 보내주고싶었다. 이야기의 결말은 전혀 예상치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마는데 과연 그의 사랑이 결실을 맺었을지 사뭇 궁금하다. 처음 <반지를 끼워주고 싶다>의 간략한 줄거리를 읽었을땐 그 세명의 여자중 진정한 사랑이 있을꺼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남자는 세명의 여자들과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이야기를 끌어나가다가 결말엔 사랑에 꼴~~~인! 한다는 해피엔딩을 예상했는데 보기좋게 빗나갔다. 읽는내내 어의없고 기가차는 남자주인공의 모습에 화가나고 눈쌀이 찌푸려지곤 했는데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은 그의 사랑이 좋은쪽으로 결실을 맺길 바라고 있는 나를보니 우습기도했다. 그래도 조금은 성장한 듯한 그의 모습을 흐뭇한 마음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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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튼
케이트 모튼 지음, 문희경 옮김 / 지니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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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고른숨을 내쉬듯 막힘없이 일정하게 읽어내려간 책 이었다. 일주일간 이 책과 함께하며 참 행복했다. 개인적으로 영국을 배경으로한 18세기에서 19세기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 책은 20세기 초반의 영국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있어 내내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그들 모습에 행복하고 즐거웠다. 책의 내용은 아흔이 훌쩍넘은 그레이스가 영화로 제작되어지는 리버튼에서의 일들을 회상하며 들려주고있다. 어린소녀였던 그레이스는 자신의 엄마가 하녀로 일했던 리버튼에 자신또한 하녀의 신분으로 들어가게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가 그곳에서 듣고 격었던 무수히 많은 날들이 어찌나 생생하게 와 닿던지 정말로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져도 참 근사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어린나이에 일을 시작한 그레이스는 매일같이 꾸지람을 들으며 동분서주하게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유아실에서 만난 눈부시게 어여쁜 소년소녀들이 그레이스의 눈과 마음에 와 박혔다. 리버튼 저택의 도련님과 아가씨들이었다. 특히 그레이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가 있었으니 첫째딸 해너였다. 그레이스는 그 후 어떻게 해서든 그들곁에서 가까이 머물길 원했고 전쟁이 터지면서 고요한 리버튼 저택에까지 그 파장이 밀려와 죽음이 난무하게 되면서 그레이스도 해너와 더욱 가까워질 계기가 생기게된다. 해너는 좀 더 넒은 세상에 대한 갈망으로 사랑없는 결혼을 선택하고 그레이스를 자신의 시중드는 하녀로 데려가면서 런던에서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리버튼에서의 생활이 눈부신 햇살과도같은 포근한 아름다움 이었다면, 런던생활은 곧 죽음과 어둠만이 뒤엉킨 비극의 시작 이었다. 해너의 여동생인 사고뭉치 에멀린을 런던저택에서 돌보게되면서 자매의 처절한 운명도 성큼 앞으로 다가온다.
 

오래전 헤어진 오빠의 친구 로비헌터가 등장하고 전쟁터에서죽은 오빠의 유품을 건네받은 해너는 그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끼고, 시인이된 그와 헤너사이에 만남이 잦아지면서 우울뿐이었던 런던생활에서 조금이나마 해너의 숨통을 틔어주게된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를 의심하는 눈들이 생기게되고 여기에 에멀린이 엮이면서 점점 더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게된다. 다시 리버튼으로 돌아온 해너는 근사하고 화려한 사교파티를 열고 그 날 자신의 새로운 미래에대한 계획을 세우지만 로비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일어나면서 두 자매의 운명도 같이 끝을 맞게된다. 로비의 죽음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고 세상엔 철저하게 봉쇠당했지만 단 한사람, 그레이스만이 진실을 아는 유일한 생존자가되었다.
 

죽음을 코앞에두고있는 그레이스는 작가인 손자에게 들려주기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녹음하는데, 그 고백같은 이야기가 나로 하여금 깊은 감동과 끝없는 여운으로 물들게 만들었다. 한세기동안 벌어진 끔찍하고도 비극적이게 파란만장한 이야기 이건만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웅장한 리버튼이라는 대 저택이 품고있는 그 무수한 이야가 고스란히 내 가슴속에 내려앉았다. 마지막장을 덮으며 해너와 로비의 사랑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까지 느껴지는 순간 이었다. 그 순간엔 내가 그레이스가되어 그녀의 행동을 자책하고 그 편지를 조금만 더 늦게 발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해너가 그녀에게남긴 마지막 편지가 뭉글하게 다가왔다. 670페이지가 넘는 기나긴 이야기 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흐트러짐없는 이야기속에서 참으로 즐겁고 가슴아팠다. 해너와 그레이스의 끊을래야 끊을수 없는 인연이 오래도록 계속되기를.... 그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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