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르몬트의 정원 - 네덜란드식 인생 음미법
금경숙 지음 / 고즈윈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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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담긴 책을 만난 느낌이다. 알록달록 예쁜 꽃밭이 펼쳐진 책의 표지부터가 미소로 마음을 물들인다. <루르몬트의 정원>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사뭇 궁금한 마음으로 첫장을 펼쳤다. 동네전체가 거대한 정원인듯 느껴지는 그곳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으로 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그 잔잔함 속에서 소박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게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엿볼 수 있었고, 뒤이어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네덜란드 사람들의 예술혼과 지혜들을 여럿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책 읽기 초반에 만난 이 어여쁜 사진은 날 한없는 만족감과 행복으로 물들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튤립이기 때문이다. 색색의 튤립이 그득한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입이 벙실거리는건 물론이요~ 당장 튤립한송이 실물로 만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꽃만큼 바라만 보고있어도 만족감과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도 드물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인데, 뭐에 치여사느라 바쁜건지 꽃 한다발 사본게 언제적 이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작가가 살고있는 루르몬트동네 사람들은 자신의 집보다도 훨씬 드넓은 정원을 가꾸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런 정원을 정성스레 가꾸고 돌보며 이웃들 정원엔 무슨무슨 꽃이 피었나를 구경하고 품평하는 것도 일과의 중요한 일이라하니 나같이 귀찮음으로 똘똘뭉친 사람들은 살아볼 엄두도 못낼 동네인듯....^^ 꽃이나 식물을 보는건 참 좋아하면서도 감히 키울 엄두는 내지 못하는 사람이 나 이기 때문이다. 그 연약한 생명을 죽일까 지레 걱정이 앞서는 소심함도 식물과 어울려 살지못하는데 큰 몫을 차지한다.

내년에 호주로 1년정도 머물다올 예정인 친구는 그들의 언어는 물론이고, 행동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런 친구가 어느날 "외국인들은 비가와도 그냥 맞고다니더라~ 왠만한 비에는 우산을 안써~" 나는 조금 놀라며 "그러면 대머리 될텐데... 안돼 안돼~ 나쁜습관이야" 라고 말했다. 평소나는 조금의 부슬비라도 비맞기는 물론이거니와 눈도 맞는걸 정말 싫어한다. 내게 낭만이 없다 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갑작스레 쏟아지는 소나기야 내 어찌할 수가 없으니 그렇다쳐도 내리는 비를 궂이 맞으며 다닐 이유가 뭘까.... 하는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루르몬트의 정원>에서도 작가는 처음 그곳에 살게되며 놀란것중 하나가 그곳사람들이 우산을 잘 안쓴다는 것을 말해줄때 '아! 정말 외국인들은 비를 좋아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읽을때 참 재밌는 표현이라고 생각된 말이 있었는데 ["네가 설탕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잖아? p.90] 라는 말 이었다. 아이가 비가온다 투덜대면 부모들이 나무라며 하는 말 이라는데, 거참 그럴듯하다. 설탕도 아니니 비에 젖어 녹아버릴일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홀란트 카스 센트륌에서 치즈 무게를 달아 잘라 주는 뽀얀 남자아이가 소문의 치즈 소년임을 그 앞에 늘어선 줄만 봐도 알 수 있다. 사근사근한 데다 무엇보다 사람 눈을 쳐다보며 이야기한다. -중략- "뭐 더 필요한 것 없나요?", "주말 잘 보내세요."라고 내게만 따로 얘기하는 듯한 눈으로 말이다. p.113] 하하핫! 내가 또 치즈라면 사족을 못쓰고 달려들만큼 좋아하는데, 이 치즈소년의 이야기를 들었을땐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달려가 그 소년이 잘라주는 치즈를 사면서~ 눈과 눈을 맞추며 인사하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분명 나도 단골이 될 수 있을텐데...하핫!)

하얀마을 토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땐 우선 사진만을 바라보며~ 집들이 어쩜저리 예쁠까~ 하는 생각만 가졌는데, 나폴레옹 점령당시 프랑스가 집들의 창문과 굴뚝의 크기로 세금을 거둬들이니 주민들이 임시방편으로 창문을 가리기위해 벽에 석회를 칠한데서 유래되었다하니 씁쓸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은 관광 온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의 자부심을 키워주는 곳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것이 순수하고 어여쁘게만 느껴질 것같은 토론에 꼭 한번 가보고싶다.

역시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멋진 서점에 눈과 마음이 향하는건 어쩔 수 없다. 높은 천장에 아름다운 실내를 갖춘 세계에서 가장 멋진 서점 이란다. 이곳 사람들은 이런 근사한 곳에서 책을 구입할 수 있으니 행운중에 행운이 아닌가! 저 곳에서 커피도 마시고 책도보면 어떤느낌일까? 상상만으로도 근사하다.^^ 평소 딱히 무슨 책을 사야해서가 아닌 구경하고 즐기러 서점에 들르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러나 매우 아쉽게도 항상 혼자라는 점이 날 우울하게한다. 주위에 책 좋아하는 친구들이 없다보니 내가 선뜻 서점에 가자고 말 꺼내가가 어려운게 사실이다. 난 서점에서 어떤책이 새로나왔나~ 사람들은 어떤책을 손에 들고있나~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던데 말이다. 언젠간 유럽의 멋진 서점들을 탐방하고 말겠다는 나의 꿈이 이뤄질 날이 오겠지?! 그러기위해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과 불끈!불끈! 두 주먹을 쥐어본다.

네덜란드의 다양한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어 정말 풍요로운 시간 이었다. 어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전부 흡수하기가 벅찰정도 였는데, 시간이 될때 다시한번 꼭 읽고싶은 책이다. 내가 <루르몬트의 정원>이 담고있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글로 표현하지못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난 외국의 여행기나 에세이집을 읽을때면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책을 좋아한다. 머나먼 곳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그 나라의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가끔 정말로 내 가슴을 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때 그곳에 가고싶어진다. 그에비해 <루르몬트의 정원>은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일상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뒤로갈 수록 정보에 치중한 듯한 느낌이 들어 조금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어디가 좋다, 나쁘다 라고 평을 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이야기보단 장소의 이야기가 넘쳐나다보니 사람냄새나는 이야기가 생각나는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곳곳에서 네덜란드인들의 생활모습을 간략하게나마 엿볼 수도 있고, 그들의 문화와 네덜란드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색깔을 잘 나타내 주고있어 좋았다. 또한 작가인 금경숙씨가 네덜란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네덜란드라는 아름다운 나라로의 초대장을 보낸 듯한 느낌을 받은 고마운 책 이었다.

[하늘이 이렇게 낮고, 넓을 수도 있구나.
느리고 졸린 풍경, 우주에 우리만 존재하는 듯한 아득함. p.300]

[가슴이 거의 다 드러난 옷차림을 한 빨간 머리 중년 여성, 머리부터 발끝까지 히잡으로 꽁꽁 싸맨 소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거리, 라틴 카페와 인도네시아 식당이 나란한 이 시장이 가장 암스테르담다운 곳이라는 데 암스테르다머르들은 이견이 없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고집하는, '헤젤러흐'한 유쾌함으로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 헤젤러흐함은 이 동네에 감도는 '관용'이라는 기운 덕분일 테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국적 존재이며 그래서 푸근하기만 한 기운.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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