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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찾기
전아리 지음, 장유정 원작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품절
첫사랑을 떠올리게되는 책 <김종욱을 찾기>는 내게 참 반가운 책 이었다. 얼마전 읽은 <팬이야>를 통해 전아리 작가의 글을 처음 접했는데 통통튀다못해 맛있게 쓰는 글솜씨에 반해버렸다. 단숨에 읽히는 즐거움이 남다른 글! 역시나 이번책도 손에 붙들자마다 한순간도 놓지못하고 마지막까지 내달렸다. 개봉전부터 인터넷과 각종 언론을통해 뜨겁게 달궈지고있는 영화 [김종욱 찾기]에 대한 기사를 나도 읽었다. 공유와 임수정이라는 그럴싸한 두 배우의 만남부터 주목을 끌었고, 첫사랑을 찾아나선 여자와 첫사랑을 찾아준다는 남자의 이야기가 독특하고 재밌게 여겨졌다. 영화개봉하면 봐야지.. 하고 있던차에 전아리작가의 글로 새롭게 태어난 소설 <김종욱 찾기>를 만난것은 행운이다. 발그레한 분홍색 표지가 시선을 잡아끌고 커다란 띠지를 살짝들추면 두그두근 하트가 눈길을 사로잡은 어여쁜 책이다.

내게도 첫사랑은 있었다. 남녀가 만나 데이트를 즐기고 하는 첫사랑은 스무살초반 이었지만, 내 진짜 첫사랑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시작되어 자그만치 5년이나 이어진 지독한 짝사랑의 기억이다. 7살에 이사간 동네에서 처음만난 녀석,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불운의 여신은 우릴 6년동안 단 한번도 같은반에 넣어주지 않았다. 그래도 한 동네에서 숨바꼭질, 꼼꼼이, 땅따먹기 등을 통해 우정을 쌓아가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는 같은 학원을 다니며 끊임없이 얼굴을 마주했다. 바야흐로 내게도 사춘기가 시작된 것인지.. 어느순간부터 그녀석이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고, 눈만 마주쳐도 벌렁벌렁~ 그아이를 만날 생각에 벙싯벙싯 연방 웃음꽃이 피었다. 부끄러움과 소심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인지라 '니가 좋아'라는 고백은 꿈도꾸지 못했고, 그저 일기장에 내 마음을 적어내려가며 짝사랑을 키워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헤어짐의 순간은 찾아왔고 멀리멀리 이사를 가버린 그 녀석을 지금까지 두번다시 만나지 못했다.
이런 내 앞에 '당신의 첫사랑을 찾아드립니다.'라는 누군가가 나타난다면 은근슬쩍 그녀석을 찾고도 싶은 마음이다. 요즘이야 미니홈피만 뒤져도 쉬이 누군가를 찾아내고 하는 세상이니 마음만 먹으면 그녀석을 찾는건 시간문제 일지도 모른다.(비밀을 하나 이야기하자면, 워낙 이름이 특이한 녀석이라 금방 찾아낼 수 있을듯..^^) <김종욱 찾기>의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면, 여행을 좋아하는 여주인공,인도여행길에 만난 운명적인 첫사랑을 가슴속에품고 살아가고있다. 갑자기 실업자가 되어버린 남자주인공은 엄마와 아들이 나란히~~ 동네아주머니에게 사기를 당하고 도망친 사기꾼의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텅빈 먼지뿐인곳에 자신만의 공간을 삼는다. 대출전단지에 적힌'첫사랑을 찾아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들고 남자의 사무실에 나타난 여주인공은 자신의 취직을 부탁하고 그녀를 잠시 놀려줄 심산으로 첫달월급은 당신의 첫사랑 김종욱을 찾는걸로 치고 함께하기로 한다.
여차저차 전국의 김종욱 리스트를 만든 두사람은 본격적으로 여자의 첫사랑 김종욱을 찾아나서고, 산넘고~ 물건너 방방곡곡 뒤져봐도 김종욱은 깜깜무소식이다. 그러던 차에 덜렁대기로 둘째가라면 서럽고 식탐도 많고 순진해빠진 여자에게 점점 마음이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는 남자.... .... 과연 김종욱을 찾았을지 못찾았을지, 또 첫사랑을 찾아준다는 그와 첫사랑을 잊지못하고 살아가는 그녀가 사랑에 빠질수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___________^
읽는내내 너무 예쁘기도 하고 서로의 맘을 잘 몰라주는 남녀 주인공을 보며 애가 타기도 하고 과연 김종욱을 찾기는 할 것인가.. 또, 그를 찾게되면 어찌되는건가를 상상하며 기쁘게 읽었다. 우리는 누구나 첫사랑의 기억과 첫사랑을 가슴에 품고사는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흔한말로 남자는 첫사랑을 평생 잊지 못한다고들 하는데, 여자에게 있어서도 첫사랑은 오랫동안.. 혹은 평생을 간직할 소중한 기억이 아닐까?! 세상에 모든 첫사랑이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처음 이라는 단어와 사랑이라는, 두근거리는 두 친구가 만났으니 첫사랑은 이름 그대로 참 어여쁘고 소중한 추억이다. 나의 첫사랑이 언제나 행복하길 바라본다.
[인터뷰를 하기로 한 여행 블로거가 횡단보도를 건너오고 있었다. -중략-
"로마에서 만났다는 J군 말이예요." -중략-
"사실 난 J군이랑 있었던 로맨스가 제일 재밌었거든요. 두 사람은 계속 연락하고 있어요?" -중략-
"아니요. 연락할까 하다가 그만뒀어요."
"왜요?"
"그때 일이 너무 꿈 같아서요. 서울에서 만나면 왠지 꿈이 깰거 같잖아요." -중략-
"여락해 봐요."
호기심 어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입술이 찻물로 반들거렸다.
"어쩌면 꿈보다 더 멋진 현실을 만나게 될 수도 있어요." p.257~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