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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욘더 - Good-bye Yonder,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김장환 지음 / 김영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욘더가 뭐야?" 내가 아바타에게 물었다. 다행이 인공지능은 안정을 되찾은 것 같았다. "욘더? 그런 게 있어? 난 모르겠는데?"
"Y.O.N.D.E.R."
"아, 잠깐 뭔가 떠오르는게 있는 것 같아. 그건 영어로 저기, 저편의란 뜻이잖아? 그리고 이 세상."
"이 세상?"
"저기, 저편, 욘더, 여기."
"여기?"
"아아, 모르겠어. 지금, 여기, 이 세상. 내가 사는 곳."
"여보, 이후야!" P.194~195]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지지 않고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진다면 난 어떡할까? 당연히 그곳으로 가고싶어지고 가지않을까. 내 목숨을 버리고 떠나야 할지라도 말이다.

책의 배경은 통일이된 30년 후의 뉴 서울 안에서 펼쳐진다. 마치 미래과학 영화를 보는 듯 모든것이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모든것이 기계회되고 심지어 자신의 신체까지도 기계화하는 사람들. 그들이 진짜 사람인지 로봇인지 나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주인공 김 홀은 사랑하는 아내를 암으로 잃고 힘든 나날을 보내다 어느날 놀라운 메일 한통을 받는다. "여보, 나야. 잘 지내?" 하는 아내의 음성메일 이었다.
아내는 죽기전 자신이 떠나고나면 힘들어할 남편을 위해 자신의 기억을 바이앤바이라는 추모사이트에 남겨두었다. 그녀를 그리워하고 힘들어 할 남편이 그녀의 기억을 간직한 아바타를 통해 이별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그러나 단순하게만 여겼던 이 일이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욘더의 겉 포장지에 불과했다는걸 그녀도 그도 미처 몰랐다. 아내의 모습을 닮고 목소리를 내는 아바타와 만나면서 주인공은 더욱 큰 혼란에 빠져들게된다. 사이버상에 존재하는 그녀의 모습이 문득 기억에만 의존하는 모습이아닌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는 모습에 바이앤바이에대한 의구심을 품게된다. 더이상 그곳에 발걸음하지 않겠다 다짐도 해보지만 사랑하는 아내 이후를 만나고픈 갈망은 간절하다. 난 중반부를 넘게 읽으면서까지도 이런 추모사이트를 찾는 등장인물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건 자신들의 슬픔을 잊거나 살아생전 고인들에게 못다한 한을 풀기위한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죽은이들이 편히 눈감지 못하게 끈질기게 잡아당기고 있는 듯한 느낌.
그러나 후반부에 욘더의 정체가 확실해 지면서 내 생각도 서서히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그곳이 사이버 천국이면 어떠하고 욘더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사람들이 내 환상에서 비롯된 것이면 어떤가. 내가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이를 다시만나 끝없는 미래를 함께 할 수만 있다면. 현 세상에서 아무리 뛰어난 문명, 진짜 살아숨쉬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도 내가 원하는 단 한사람이 곁에 없다면 그 혼란과 텅 비어버린 마음을 다시 채우기 위해 나 또한 욘더로 가는 길에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책을 읽어내려갈 수록 욘더에 대한 환상이 짙어질 수록 정말 머지않은 미래에 이처럼 신비롭고 영원한 사이버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가져본다. 하루하루가 살기 바쁘고 웃을일이 적어지는 세상에서 천국으로의 문이 열린다면, 죽음의 공포또한 떨쳐버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책속의 그들처럼 복잡한 선들과 차가운 부품으로 자신의 몸을 무장한채 기계음을 내고 내 모든 삶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개개인의 선택의 존중보단 사회가 원하는 작은 틀 속에 갇혀버리게 되는건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문명의 발전, 과학의 발달을 환영하면서도 점점 따뜻함을 잃어가는 현실속에서 혼란스러운모순으로 둘러싸인 내 마음을 바라본다. 계속되는 새로움의 신선함을 선물해준 <굿바이, 욘더>는 여태껏 만나보지 못했던 특별한 소설이었다.
["아주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사이버 임모탈리티Cyber Immortality, 가상공간에 마련된 불멸의 세상이죠. 또 다른 말로 하면 사이버 천국이라 해야 할까요?" p.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