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랜드
섀넌 헤일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그보단 <제인에어>의 작가 샬롯 브론테를 훨씬 좋아한다. 오스틴의 소설은 왠지 너무 내 감정을 날카롭게 건드린다고나 할까? 너무도 생생하고 그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 앞에서 나도모르게 분노하고 실망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글에 너무 깊이 몰입해 그런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두근거림이 다소 부족한 오스틴의 글을 아주 사랑할 순 없어도 그녀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은 무척 좋아한다. 몇번씩이나 새로만들어질 만큼 오스틴 원작의 영화들은 다양하다. 여섯편모두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특히 BBC에서 제작한 [오만과 편견 : 6부작]을 좋아하고, 다른 BBC제작 영화들도 무척 즐겨보고 좋아한다. 개인적으론 [노생거 사원]을 무척 재밌게 봤는데 <오스틴 랜드>의 작가 '섀넌 해일'은 그닥 이 작품을 좋아하는 것같지 않다.
 

책의 주인공 제인역시 오만과편견 영화를 좋아해 DVD를 소장중이며 소설은 열두번도 더 읽었을 정도이다. 역대 다이시 역할을 맡았던 배우 중 '콜린 퍼스'가 단연 최고라 꼽는다. 그녀는 똑똑하고 예쁘며 완벽한 헤어스타일까지 겸비한 매력적인 삼십대 미혼여성이다. 오스틴의 소설에 사로잡혀 다아시 환상에서 헤어나오지못해 결혼을 못하고 있다 생각하는 그녀. 현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중엔 결코 미스터 다이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독신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제인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앞에 대고모님의 유산으로 여행상품권이 생겨난다. 1816년에 시간이 정지해있는 영국 켄트 지방에 위치한 펨브룩 파크로의 3주간의 여행!
 

여행을 통해 다아시 환상을 깨트려버리자 결심한 제인은 '오스틴 랜드'에 첫 발을 내딛는다.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시기에 여행을 온 차밍양을 만나고(그녀는 오십대의 가슴이 엄청나게 큰 여성이지만, 펨브룩 파크에선 22살의 미혼여성으로 설정된다.) 오스틴 랜드에 상주하고 있는 배우들을 여럿 만나게된다. 제인의 이모역할을 맡은 새프로니아 이모가 그녀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멋진 두 신사를 소개해준다. 
[노블리 씨는 앤드루스 대령보다 키가 컸고, 턱은 긴 구레나룻을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윤곽이 뚜렸했다. 어깨선으로 보아 제인이 그랜드 홀에서 마주쳤던 그 멋진 남자임이 분명하다. 밝은 불빛 아래서 보니 침울한 분위기를 풍기긴 했지만 아주 미남이었다. 물론 다양한 유형의 남자가 준비되어 있겠지, 하고 제인은 생각했다. 나쁠 것 없지, 뭐.    p.76]
 

제인은 그토록 꿈꾸던 '오스틴 랜드'에 입성했건만 오히려 너무 현실감 떨어지는 그곳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모든것이 그리고 모두가 가짜인 그곳에서 진짜를 찾고자 방황하는 그녀. 그런 제인앞에 정원사 시어도어가 눈에 띄고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내비친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진짜 이름이 마크라 이야기하며 자신또한 연극을 하기가 무척 괴롭다며 제인을 위로한다. 거짓속에서 진짜를 발견한 제인은 그에게 빠져들지만 그들의 관계는 어긋나버리고 펨브룩파크에 적응하고 즐기고자 새로이 다짐한 제인은 노블리씨의 시선에 사로잡힌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아침식사를 하고 응접실에 모여 신사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이웃집을 방문하며(혹은 손님을 맞으며) 오후엔 산책이나 승마를 즐기고 여가시간엔 수를놓거나 독서를 한다. 이런 지루한 일상들 속에 서서히 스며드는 제인은 오랫동안 잊고지내던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곧 다가올 댄스파티를 두근거리며 기다린다. 다아시와 매우 흡사한 노블리씨를 통해 미스터 다아시 환상에서 벗어나고자 생각하는 그녀. 과연 19세기로 돌아가 만난 다아시의 고백앞에서도 단호해질 수 있을까?
[오스틴 자신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그녀 역시 희망에 가득 차있었을까? 제인은 평생 결혼하지 않은 이 작가가 오스틴랜드 안에서 과연 자신과 비슷한 감정들을 느끼며 살았을지 궁금했다. 즐거우면서도 무섭고, 휩쓸려버릴 위험이 아주 높은 그러한 감정들을.   p.220]
 

18세기~ 19세기 배경 영화를 보며 나 또한 그 시대 여인들의 생활과 문화에 깊이 매료되었던 적이 있다. 깍듯한 예의를 갖춘 신사들과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 그리고 푸르고 따뜻해보이는 영국의 시골 속 웅장한 저택들까지 무엇하나 맘을 사로잡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였다. 이런 내게 이 책은 아주 고맙게도 환상을 적당히 깨트려주면서도 '오스틴 랜드'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두근거림을 즐겁게 보여주었다. 내가 오스틴 소설 속 여인이 될 수 없듯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미스터 다아시를 꿈꾸기란 어림없는 것임을.... 그럼에도 오스틴 소설을 읽으며 즐기는 것은 너무도 행복한 일임을 다시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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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남친
아리카와 히로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얼마전 아주 재밌게 읽은 책 <백수알바 내 집 장만기>의 작가라니~! 반가운 마음이 배가되어 책장을 펼쳤다. 총 6편의 단편으로 묶인 이 연애집은 달달하면서도 씩씩하고 유쾌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일본 자위대원들의 사랑을 담고있는 특별한 사랑이야기가 사뭇 색다른 통통거림으로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비록 국가에 매인 몸(?)들 이지만 그들도 한창 피끓는 청춘들이요~ 사랑에 울고웃는 여리디 여린 존재들인것을....
 

1. 고래남친 - 잠수함을타는 해상자위대남친을 둔 여자친구의 불안감과 기다림의 힘겨움을 잘 보여주고있는 작품이다. 뜻하지 않게 소개팅에 나가게된 여주인공은 꽃미남 남친을 만나게되고 달콤하지만 짧은 휴식기간을 끝낸 그녀의 앞엔 길고 지루한 기다림만이 남았을 뿐이다. 바다로 돌아간 남자친구를 몇달씩 기다려여하고 그나마 그동안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으니 애가타는건 당연지사. 몇주에 한번, 한달에 한번 문자가 오지만 달랑 서너줄. 그녀는 서서히 남자친구의 마음을 의심하기도하고 이번에 그가 돌아와도 여전히 자신을 사랑할지 걱정이 앞선다.
["얼마나 '힘들'지는 모르지만, 견디고 싶어."
"지금 '견딜 수 있어'가 아니라 '견디고 싶다'는 표현, 참 좋다."   p.35]
과연 이들의 사랑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책의 6편의 이야기중 내가 가장 재밌게 읽었고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2. 롤아웃 - 화장실을 놓고 벌이는 두 남녀의 재미난 화장실 쟁탈전! 항공자위대에 근무하는 남자주인공은 그들의 열악한 비행환경을 호소하며 제발 화장실만큼은 제대로 만들어달라 요구하고, 항공설계사인 여주인공은 여러 제약된 여건들로 인해 그의 요구를 수락해줄 수 없다 주장한다.
["이것이 저희가 사용하는 화장실입니다. 커튼에서부터 승무원 거리까지는 약 65센티미터, 확인해 보십시오."
(..........) "지금부터 여러분께서는 이 화장실에서 대변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p.121]
무뚝뚝하고 화장실에 거의 목을 매다시피 강력히 칸막이 화장실 설치를 요구해대는 강압적이고 딱딱한 남자앞에서 여주인공이 어떤 무기를 가지고 그를 대항할지, 과연 이 화장실 전쟁에서 승자는 누가될까. 무뚝뚝하지만 의외로 따뜻한 남자와 은근 요조숙녀지만 내면이 강한 여자의 어여쁜 사랑이야기가 즐겁다.
 

3. 국방연애 - 과연 우리나라 여군들도 이토록 도도하기가 하늘을 찌를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난 작품. 여성 육상자위관(WAC)이 현저히 적다보니 부대안에서 그녀들의 존재는 여신이요 절대적이다. 심하게 도도한 그녀들 중 주인공 미이케역시 어여쁜외모까지 소유한 폭군 WAC이다. 그녀의 동기인 노부시타는 매번 그녀의 종노릇을 자처하며 끌려다니기 일쑤이다. 툭하면 남자들에게 차이고와 그를 앉혀놓고 하소연하는 미이케. 이런 그녀와 그녀앞에서 절대 자신의 속내를 보이지 못하는 노부시타의 눈물겹도록 재밌는 연애담이 펼쳐진다.
[여하튼 치마만 둘렀으면 여신이다. 바깥 사회에선 눈길도 주지 않을 '호박'이나 '폭탄'도 부대 안에서는 "난 남자가 끊긴 적이 없어." 하고 떠들고 다닐 정도로 연애의 고수가 된다. (...........) 상황이 이러하니, 걔네들도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하사관 정도는 거들떠 보지 않고, 오로지 장래가 유망한 간부급을 '낚는'데 여념이 없다.   p.132]
 

4. 여친은 유능해 - 나츠키는 잠수함 승무원이다. 그에겐 어리고 예쁘고 능력까지 뛰어난 여자친구가있다. 한번 잠수함을 타면 몇달씩 떨어져 지내고 연락도 잘 되지 않는 자신의 상황때문에 어린 여친이 혹 마음이 변한건 아닐까, 직장에 잘나가는 녀석들이 그녀를 채가진 않을까 늘 노심초사이다. 연애앞에선 한없이 소심해지는 그가 과연 유능한 여친과의 행복한 미래를 거머쥘 수 있을까??
["예쁘고 능력 있고 마음씨도 착한 널, 내가 같은 사무실에 있었다면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았을 거야. 애인이 잠수함 승조원이라 거의 곁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 더 적극적으로 덤볐을 거라고.   p.238]
 

5. 탈책 - 책의 모든 이야기들이 거의 즐거운 분위기를 띄고있는 반면 이 이야기는 조금 가슴아프기도하고 화가나기도했다. 자신이 보고싶어 눈물바람인 여자친구를 위해 탈책(탈영)을 감행하는 모험적이고도 낭만적인 어리석음을 펼치는 그들. 하지만 만나기로한 애인은 깜깜무소식이고 벌레 시체들이 나뒹구는 대합실에서 추위에떨며 졸다 잡으러온 구대장의 발에 걷어채이는 현실만이 있을뿐이다. 이렇듯 애인을 위기에 빠트린 눈물바람의 그녀들은 그 순간, 그 후에도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청춘들이 사랑앞에 두려울게 무엇이겠는가! 말이다....
 

6. 파이터 파일럿 - 항공자위대의 전투기 조종사 아내를둔 남자와 그들의 아이 이야기를 담고있다. 아무래도 똑같은 조건에서 근무하다보면 여성들만이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게마련이다. 결혼을 하게되면 아이가 생기고 그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자신의 일을 잠시 포기해야하는 상황들. 출산 후에도 자위대원이란 특성상 아이와 마음껏 시간을 보내줄 수 없는 엄마의 슬픔을 잘 보여주고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부심도 높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인 아이의 기다림을 지켜보기란 가슴이 미어지는 일이다.
[최소한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출산을 하여 신생아와 함께 있는 몇 달간은 비행훈련에 참가할 수 없다. 대부분의 여자 파일럿이 감을 잃는 게 두려워서 출산한 지 반 년가량 만에 훈련에 복귀한다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임신 기간을 포함하면 1년 이상은 물리적으로 '탈 수 없는' 기간인 셈이다.   p.315] 
 

일본 자위대가 어떤지 잘 모르지만 그들의 특수하고 중요한 임무앞에선 그 누구보다 용감하고 책임감있는 그들이지만, 사랑앞에선 한없이 무모하고 소심하고 나약한 그들이었다. 사회의 평범한 사람들보단 확실히 사랑하기에 많은 어려움과 제약이 따르는 그들. 그래도 사랑앞에서 솔직하고 용감하며 진실된 모습과 때론 어리숙하고 주저하는 모습들까지보여주는 그 누구보다보 평범한 청춘들이었다. 그들의 사랑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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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와 비밀의 부채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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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정'이란 이름으로 엮인 두여인의 운명이 어쩜 이토록 기구하고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1823년에 태어난 설화와 나리. 평생을 함께한다는 라오통으로 맺어진 두 아이의 우정은 죽어서도 영원할 것만같다. 보통 여자들의 우정이 남자의 우정보다 못한 취급을 받을때가 종종있다. 여자는 사랑앞에선 우정을 과감히 져버릴 수 있다 했던가.... 그러나 이 책을 보면 그러한 말들이 터무니없는 남자들사이의 그저 그런 농담에 지나지 않는다는걸 알 수 있다. 바로 얼마전 <펄 벅을 좋아하나요>책을 통해 여인들의 우정이 얼마나 아름답고 깊을 수 있는지 잘 느꼈기에 <설화와 비밀의 부채>를 읽으며 다시한번 여자의 우정에 감동하고 그 위대함에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오래전 중국 여인들은 전족이란 전통에 얽매여 있었다. 아주 어린나이에 뼈가 말랑할 때 발가락 뼈를 부러트리고 붕대로 칭칭감아 발이 더이상 자라지 못하게 만드는 가혹한 행위. 전족으로 연꽃같이 어여쁜 발이 만들어지면 그 여인의 운명은 탄탄대로를 걷게된다. 책의 주인공 나리역시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났지만 훌륭하고 뛰어난 발모양 덕분에 이웃마을의 지체높은 집안으로 시집을가게된다. 반면 명문가의 딸로태어났지만 집안의 사정과 나리보단 덜 예쁜 발 덕분에 설화의 운명은 180도 다른 길로 접어든다. 
[........ 너는 곧 나에 대해 알게 될 거야. 나는 계속 걱정을 했단다. 네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 가슴으로, 입으로 계속 울었단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너에 대한 내 마음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줘.          -설화로부터-            p.163]
 

책은 나리와 설화의 어렸을적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두 여인이 어떻게하여 단짝으로 맺어지고 어떤 소녀시절, 처녀시절을 거치며 우정을 단단히 쌓아가는지 긴장감 넘치면서도 슬프고 즐거움이 뒤섞인 그네들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인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비밀문자 누슈를 배우며 나리와 설화는 자신들만의 사랑을 속삭인다. 이 시기가 그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찬란하고도 아름다운 시절임을 미처 몰랐으리라. 앞으로 두 소녀에게 닥칠 운명의 험난함을 알았더라면....
 

[나는 여자의 안내에 따라 시댁의 문지방을 넘고 사람들 앞에섰다. 그리고는 시댁 사람들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대고 세 번 조아리며 말했다.
"여러분께 복종하겠습니다. 여러분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p.164]
이 책을 읽으며 어쩜이리 여인들의 운명이 기고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속상하고 화가나는걸 감출 수 없었다. 우리나라또한 오래전 남존여비사상이 팽배할 때가 있었음을 너무도 잘 알기에 중국 여인들의 삶이 우리네와 그닥 다르지 않음에 더욱 슬프고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나리는 자라오면서 내내 엄마에게 "딸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집안의 식량을 축내는 존재다. 시집을 가 그 집의 대를 이어주기위해 태어난 존재다. 여자는 남자를 위해 존재한다." 같은 말들을 들으며 지냈다. 성인이된 후 결혼을 한 그녀는 집안의 가르침대로 여자의 도리를 다하며 지내지만, 어려움에 처한 설화에게도 여인으로 남편을 모시고 시어머니께 복종하라고 강요한다. 나리는 말한다, 언제나 진실만을 말 해달라고.... 그러나 설화가 진심어린 편지를 보내도 나리의 대답은 언제나 충고로만 가득하고 친구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책의 후반부로 넘어갈 수록 위태위태한 두 여인의 우정을 바라보며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안타까움이 밀려왔고, 설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리를 보며 답답하고, 나리에게 좀 더 편안히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는 설화에게 화가 나기도했다. 언제나 함께하자던 두 여인의 삶에 보이지않는 벽이 두터워짐을 보면서 그들의 인생이 측은하게 여겨졌다. 오랜 시간이 흘러 나리는 말한다. 자신의 그릇된 판단과 이기심으로인해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고 남은 평생을 고통속에 지내야 했다고. 큰 부와 명성을 거머쥔 그녀지만 설화에대한 죄책감으로 후회의 노년을 보내온 그녀. 그러나 설화와 나리의 우정은 언제나 변함없었고 그들의 우정이.... 사랑이 영원하다는건 절대적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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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문장
김애현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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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오후에 햇살처럼 따뜻하고 조용하게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줄것만같은 기분이었다, 단지 제목만으로. 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는책. 한편 한편 작가의 글을 읽어내려감에따라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이 점점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빛나는 아이를 둔 어머니의 어두운 삶,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진실한 삶을 살아갈 용기를 주는 래퍼K, 숨막히는 탈 안에 갇힌채 하루하루 쪼그라드는 빠삐루파의 삶까지.... 이 외에도 모든 글에서 각기다른 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이다보면 그들의 상처가 내게도 보이는듯해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K2블로그' 이다. 왜 블로그명이 K2일까. 이 블로그를만든 주인공은 자신의 부모가 모두 김씨이기에 블로그명을 그리 지었다 말한다. 그러나 K3가 맞는게 아닐까? 주인공은 부모의 삶속에 녹아들길 거부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부정할 수없는 K의 일원이아닌가. 사촌간에 사랑을해 아이를 낳고 행여 그 아이가 어디가 아플까, 잘못되기라도 할까 조바심내며 살고 아꼈던부모. 그런 그들의 사랑에서 벗어나고만 싶어하는딸은 내면의 상처를 점점 키워 나가는듯했다. 주인공의 심정이 어떠할지 짐작되면서도 부모에대한 그녀의 그롯되고 어긋난 마음이 못내 못마땅한 나였다. 내가 그녀라면 어땠을까....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글에서 그래도 주인공의 아픔이 전해져와 마음을 짓누르는걸 떨쳐낼 수 없었다.
 

<오후의 문장>이 나에게 들려주고자함은 어떤것이었을까. 작가의 섬세한 문장들 속에서 느껴지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참 좋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서 소외당한 이들을 어루만져주는 그 따뜻함이 좋았다. 각 단편들은 모두 한결같이 첫 문장부터 훅~ 하고 빨려들어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처음 한두편의 단편들을 읽으면 살짝 어리둥절하고 알쏭달쏭한 느낌을 받은반면 글이 거듭될수록 점점 내 마음속에 차오르는 그 무언가가 날 만족이란 느낌으로 차오르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하찮게 여기는 작은 물고기의 생명을 더없이 소중히 여기는 주인공을 바라보며 그녀의 마음을 내가 다독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기도했고, 실버타운 이야기를 읽으며 내 부모의 모습과 내 노후의 모습을 상상하지 않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가만히 내 주변을 돌아보고 오후의 조용한 햇살을 사랑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안겨준 따뜻한 책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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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 백년의 고독, 천년의 사랑
이사강.김태환.유쥬쥬 지음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0년 12월
품절


인도를 혼자 꿈꿔온지 제법 여러해가 되었다. 모든것을 꽁꽁싸매고 있는듯하여 조심스레 들여다 볼라치면 자유로움이 강처럼 흐르는 모습에 놀라움도 잠시, 보수적이면서도 그 어느곳보다 개방적인 신비로운 나라 인도. 이 나라를 떠올리면 우선 여인네들의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어여쁜 옷이 떠오른다. 하늘하늘 찰랑이는 옷감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르고 커다랗고 반짝이는 눈망울을 빛내는 여인들. 그리고 인도의 성인 남성이나 아이들은 호기심 대마왕이다. 특히나 외국인을 보면 꼭 말을 붙이고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오고, 이것저것 궁금한것도 많은 그들이다.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다가오는 그들에게 마음을 닫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보통 인도는 두가지 얼굴을 하고있다고 한다. 더러움과 깨끗함, 천함과 귀함. 그래서 인도를 다녀온 이들은 "인도는 정말 매력적이야. 모든것이 신비롭고 가도가도 또 가고싶은 곳이지."라고 하는 이들과 "인도, 윽~~ 말도 꺼내지마. 두번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곳이야."하는 반응도 있다. 내가 인도를 여행하게 된다면 난 어떤 이야기를 하게될까?

[인도가 정말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언제, 어디서든 양극이 두루 공존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바라나시의 경우, 비좁은 골목골목에 개똥과 소똥, 음식물 쓰레기(소 먹으라고 내놓은 과일 껍질과 음식 잔여물.), 일상 쓰레기와 모기, 파리와 함께 아름다운 컬러의 실크 제품이 즐비하게 늘어진 비단 가게, 장난갑 숍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러운 오물과 아름다운 실크가 하나의 풍경 속에 함께하는 것이다. p.260]

<인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세명의 아티스트가 여행한 이야기이다. 첫이야기는 영화감독 이사강의 인도와의 만남이다. 확실히 영화인다운 이야기를 가득담고있는 그녀의 이야기는 내게 새로운 인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발리우드라고 불리우는 인도의 영화를 난 딱 한편 본적이 있다. 뮤지컬 영화를 보는듯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신기한 영화였다. 인도영화의 대부분이 이처럼 연기+노래+춤이 어우러져 있다고하니 정말 독특하다. 극 중간중간에 느닷없이 펼쳐지는 신나는 음악을 듣고있노라면 "어? 갑자기 이게 뭐야? 분명 두사람이 재회했는데 왜 갑자기 춤을 추고난리지?"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평소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지않는 나도 단 한편만으로 인도영화의 매력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인도엔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많은 신들이 존재한다고한다. 각 집마다 모시는 신이 전부 다르니, 내가 인도인이라면 어떤신을 모실지 살짝 궁금한 마음이 생긴다. 깊은 신앙심과 자신이 받드는 신을 무엇보다 신성시하고 예를 다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내 얕은 신앙심에 죄스러운 마음이 밀려와 몸둘바를 모르겠다. 난 그동안 인도라는 나라가 궁금할 따름이었다. 그 나라는 어떤 첫인상일까? 어떤 냄새가 날까? 거리는 어떤 풍경일까? 거리음식의 맛은 어떨까? 등등. 그러나 이젠 사람들이 더욱 궁금해진다. 인도에서 처음 만나게될 사람은 어떤사람일까? 시장에서 내게 인사를 건네오는 사람이 있을까? 바가지 요금을 씌우고 다음날 반갑게 손 흔들며 결혼식에 초대하는 사람은? 바라나시강에서 목욕하는 사람과 이야기도 나눠보고싶고, 아주 맑은 눈동자를 빛내는 인도의 아이들과도 사귀어보고싶다.

책의 두번째 이야기꾼은 사진작가 김태환이다. 정말 근사한 사진들과함께 그가 인도에서 보고느낀것들이 아주 정직한 느낌으로 담겨있어 좋았다. 몇십년전 우리나라 서커스단을 보는것같은 서커스를 발견한 그. 신나는 마음으로 찾아간 서커스공연은 기대만큼은 아니었다고 했는데, 같은 공연을 관람한 유쥬쥬는 어릴적 추억과 옛 향수, 그리고 배꼽빠지는 웃음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처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서로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인도. 광대들의 진솔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싶다는 김태환의 꿈이 꼭 실현되길 바라본다.

마지막 인도의 순수함과 예술성을 잘 보여준 설치미술가 유쥬쥬의 이야기는 밝고 명랑한 인도, 친숙한 인도의 느낌을 느끼게 해주었다. 인도 여러곳을 누비며 그 때마다 예술적 영감을 얻고 인도인들의 타고난 미적감각과 위대한 예술품앞에서 감탄한 그녀. 남들은 별것아닌, 기억에서조차 남아있지 않을 그물망 하나에도 그녀는 하늘의 녹빛 구름이 땅으로 내려온 것같다 이야기한다. 무수히 많은 하찮은 아름다움이 넘치는 곳이 인도라 말하는 그녀의 남다른 시각과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그로인해 기쁨을 누리는 모습이 부러울만큼 보기 좋았다.

한동안 인도로 당장이라도 떠나고싶어 맘을 조리던 때가 있던가 하면, 인도라는 나라를 알면알 수록 그늘에 드리워진 어두운 면들을 알게되면서 인도에대한 로망이 슬금슬금 달아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인도는 내게 꼭 가보고싶은 나라임은 틀림없다. 달콤한 짜이한잔과 함께시작하는 인도의 아침을 상상해보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인도는 내게 영원히 매력적인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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