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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남친
아리카와 히로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얼마전 아주 재밌게 읽은 책 <백수알바 내 집 장만기>의 작가라니~! 반가운 마음이 배가되어 책장을 펼쳤다. 총 6편의 단편으로 묶인 이 연애집은 달달하면서도 씩씩하고 유쾌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일본 자위대원들의 사랑을 담고있는 특별한 사랑이야기가 사뭇 색다른 통통거림으로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비록 국가에 매인 몸(?)들 이지만 그들도 한창 피끓는 청춘들이요~ 사랑에 울고웃는 여리디 여린 존재들인것을....
1. 고래남친 - 잠수함을타는 해상자위대남친을 둔 여자친구의 불안감과 기다림의 힘겨움을 잘 보여주고있는 작품이다. 뜻하지 않게 소개팅에 나가게된 여주인공은 꽃미남 남친을 만나게되고 달콤하지만 짧은 휴식기간을 끝낸 그녀의 앞엔 길고 지루한 기다림만이 남았을 뿐이다. 바다로 돌아간 남자친구를 몇달씩 기다려여하고 그나마 그동안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으니 애가타는건 당연지사. 몇주에 한번, 한달에 한번 문자가 오지만 달랑 서너줄. 그녀는 서서히 남자친구의 마음을 의심하기도하고 이번에 그가 돌아와도 여전히 자신을 사랑할지 걱정이 앞선다.
["얼마나 '힘들'지는 모르지만, 견디고 싶어."
"지금 '견딜 수 있어'가 아니라 '견디고 싶다'는 표현, 참 좋다." p.35]
과연 이들의 사랑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책의 6편의 이야기중 내가 가장 재밌게 읽었고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2. 롤아웃 - 화장실을 놓고 벌이는 두 남녀의 재미난 화장실 쟁탈전! 항공자위대에 근무하는 남자주인공은 그들의 열악한 비행환경을 호소하며 제발 화장실만큼은 제대로 만들어달라 요구하고, 항공설계사인 여주인공은 여러 제약된 여건들로 인해 그의 요구를 수락해줄 수 없다 주장한다.
["이것이 저희가 사용하는 화장실입니다. 커튼에서부터 승무원 거리까지는 약 65센티미터, 확인해 보십시오."
(..........) "지금부터 여러분께서는 이 화장실에서 대변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p.121]
무뚝뚝하고 화장실에 거의 목을 매다시피 강력히 칸막이 화장실 설치를 요구해대는 강압적이고 딱딱한 남자앞에서 여주인공이 어떤 무기를 가지고 그를 대항할지, 과연 이 화장실 전쟁에서 승자는 누가될까. 무뚝뚝하지만 의외로 따뜻한 남자와 은근 요조숙녀지만 내면이 강한 여자의 어여쁜 사랑이야기가 즐겁다.
3. 국방연애 - 과연 우리나라 여군들도 이토록 도도하기가 하늘을 찌를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난 작품. 여성 육상자위관(WAC)이 현저히 적다보니 부대안에서 그녀들의 존재는 여신이요 절대적이다. 심하게 도도한 그녀들 중 주인공 미이케역시 어여쁜외모까지 소유한 폭군 WAC이다. 그녀의 동기인 노부시타는 매번 그녀의 종노릇을 자처하며 끌려다니기 일쑤이다. 툭하면 남자들에게 차이고와 그를 앉혀놓고 하소연하는 미이케. 이런 그녀와 그녀앞에서 절대 자신의 속내를 보이지 못하는 노부시타의 눈물겹도록 재밌는 연애담이 펼쳐진다.
[여하튼 치마만 둘렀으면 여신이다. 바깥 사회에선 눈길도 주지 않을 '호박'이나 '폭탄'도 부대 안에서는 "난 남자가 끊긴 적이 없어." 하고 떠들고 다닐 정도로 연애의 고수가 된다. (...........) 상황이 이러하니, 걔네들도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하사관 정도는 거들떠 보지 않고, 오로지 장래가 유망한 간부급을 '낚는'데 여념이 없다. p.132]
4. 여친은 유능해 - 나츠키는 잠수함 승무원이다. 그에겐 어리고 예쁘고 능력까지 뛰어난 여자친구가있다. 한번 잠수함을 타면 몇달씩 떨어져 지내고 연락도 잘 되지 않는 자신의 상황때문에 어린 여친이 혹 마음이 변한건 아닐까, 직장에 잘나가는 녀석들이 그녀를 채가진 않을까 늘 노심초사이다. 연애앞에선 한없이 소심해지는 그가 과연 유능한 여친과의 행복한 미래를 거머쥘 수 있을까??
["예쁘고 능력 있고 마음씨도 착한 널, 내가 같은 사무실에 있었다면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았을 거야. 애인이 잠수함 승조원이라 거의 곁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 더 적극적으로 덤볐을 거라고. p.238]
5. 탈책 - 책의 모든 이야기들이 거의 즐거운 분위기를 띄고있는 반면 이 이야기는 조금 가슴아프기도하고 화가나기도했다. 자신이 보고싶어 눈물바람인 여자친구를 위해 탈책(탈영)을 감행하는 모험적이고도 낭만적인 어리석음을 펼치는 그들. 하지만 만나기로한 애인은 깜깜무소식이고 벌레 시체들이 나뒹구는 대합실에서 추위에떨며 졸다 잡으러온 구대장의 발에 걷어채이는 현실만이 있을뿐이다. 이렇듯 애인을 위기에 빠트린 눈물바람의 그녀들은 그 순간, 그 후에도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청춘들이 사랑앞에 두려울게 무엇이겠는가! 말이다....
6. 파이터 파일럿 - 항공자위대의 전투기 조종사 아내를둔 남자와 그들의 아이 이야기를 담고있다. 아무래도 똑같은 조건에서 근무하다보면 여성들만이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게마련이다. 결혼을 하게되면 아이가 생기고 그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자신의 일을 잠시 포기해야하는 상황들. 출산 후에도 자위대원이란 특성상 아이와 마음껏 시간을 보내줄 수 없는 엄마의 슬픔을 잘 보여주고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부심도 높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인 아이의 기다림을 지켜보기란 가슴이 미어지는 일이다.
[최소한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출산을 하여 신생아와 함께 있는 몇 달간은 비행훈련에 참가할 수 없다. 대부분의 여자 파일럿이 감을 잃는 게 두려워서 출산한 지 반 년가량 만에 훈련에 복귀한다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임신 기간을 포함하면 1년 이상은 물리적으로 '탈 수 없는' 기간인 셈이다. p.315]
일본 자위대가 어떤지 잘 모르지만 그들의 특수하고 중요한 임무앞에선 그 누구보다 용감하고 책임감있는 그들이지만, 사랑앞에선 한없이 무모하고 소심하고 나약한 그들이었다. 사회의 평범한 사람들보단 확실히 사랑하기에 많은 어려움과 제약이 따르는 그들. 그래도 사랑앞에서 솔직하고 용감하며 진실된 모습과 때론 어리숙하고 주저하는 모습들까지보여주는 그 누구보다보 평범한 청춘들이었다. 그들의 사랑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