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랜드
섀넌 헤일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그보단 <제인에어>의 작가 샬롯 브론테를 훨씬 좋아한다. 오스틴의 소설은 왠지 너무 내 감정을 날카롭게 건드린다고나 할까? 너무도 생생하고 그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 앞에서 나도모르게 분노하고 실망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글에 너무 깊이 몰입해 그런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두근거림이 다소 부족한 오스틴의 글을 아주 사랑할 순 없어도 그녀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은 무척 좋아한다. 몇번씩이나 새로만들어질 만큼 오스틴 원작의 영화들은 다양하다. 여섯편모두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특히 BBC에서 제작한 [오만과 편견 : 6부작]을 좋아하고, 다른 BBC제작 영화들도 무척 즐겨보고 좋아한다. 개인적으론 [노생거 사원]을 무척 재밌게 봤는데 <오스틴 랜드>의 작가 '섀넌 해일'은 그닥 이 작품을 좋아하는 것같지 않다.
 

책의 주인공 제인역시 오만과편견 영화를 좋아해 DVD를 소장중이며 소설은 열두번도 더 읽었을 정도이다. 역대 다이시 역할을 맡았던 배우 중 '콜린 퍼스'가 단연 최고라 꼽는다. 그녀는 똑똑하고 예쁘며 완벽한 헤어스타일까지 겸비한 매력적인 삼십대 미혼여성이다. 오스틴의 소설에 사로잡혀 다아시 환상에서 헤어나오지못해 결혼을 못하고 있다 생각하는 그녀. 현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중엔 결코 미스터 다이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독신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제인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앞에 대고모님의 유산으로 여행상품권이 생겨난다. 1816년에 시간이 정지해있는 영국 켄트 지방에 위치한 펨브룩 파크로의 3주간의 여행!
 

여행을 통해 다아시 환상을 깨트려버리자 결심한 제인은 '오스틴 랜드'에 첫 발을 내딛는다.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시기에 여행을 온 차밍양을 만나고(그녀는 오십대의 가슴이 엄청나게 큰 여성이지만, 펨브룩 파크에선 22살의 미혼여성으로 설정된다.) 오스틴 랜드에 상주하고 있는 배우들을 여럿 만나게된다. 제인의 이모역할을 맡은 새프로니아 이모가 그녀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멋진 두 신사를 소개해준다. 
[노블리 씨는 앤드루스 대령보다 키가 컸고, 턱은 긴 구레나룻을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윤곽이 뚜렸했다. 어깨선으로 보아 제인이 그랜드 홀에서 마주쳤던 그 멋진 남자임이 분명하다. 밝은 불빛 아래서 보니 침울한 분위기를 풍기긴 했지만 아주 미남이었다. 물론 다양한 유형의 남자가 준비되어 있겠지, 하고 제인은 생각했다. 나쁠 것 없지, 뭐.    p.76]
 

제인은 그토록 꿈꾸던 '오스틴 랜드'에 입성했건만 오히려 너무 현실감 떨어지는 그곳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모든것이 그리고 모두가 가짜인 그곳에서 진짜를 찾고자 방황하는 그녀. 그런 제인앞에 정원사 시어도어가 눈에 띄고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내비친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진짜 이름이 마크라 이야기하며 자신또한 연극을 하기가 무척 괴롭다며 제인을 위로한다. 거짓속에서 진짜를 발견한 제인은 그에게 빠져들지만 그들의 관계는 어긋나버리고 펨브룩파크에 적응하고 즐기고자 새로이 다짐한 제인은 노블리씨의 시선에 사로잡힌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아침식사를 하고 응접실에 모여 신사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이웃집을 방문하며(혹은 손님을 맞으며) 오후엔 산책이나 승마를 즐기고 여가시간엔 수를놓거나 독서를 한다. 이런 지루한 일상들 속에 서서히 스며드는 제인은 오랫동안 잊고지내던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곧 다가올 댄스파티를 두근거리며 기다린다. 다아시와 매우 흡사한 노블리씨를 통해 미스터 다아시 환상에서 벗어나고자 생각하는 그녀. 과연 19세기로 돌아가 만난 다아시의 고백앞에서도 단호해질 수 있을까?
[오스틴 자신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그녀 역시 희망에 가득 차있었을까? 제인은 평생 결혼하지 않은 이 작가가 오스틴랜드 안에서 과연 자신과 비슷한 감정들을 느끼며 살았을지 궁금했다. 즐거우면서도 무섭고, 휩쓸려버릴 위험이 아주 높은 그러한 감정들을.   p.220]
 

18세기~ 19세기 배경 영화를 보며 나 또한 그 시대 여인들의 생활과 문화에 깊이 매료되었던 적이 있다. 깍듯한 예의를 갖춘 신사들과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 그리고 푸르고 따뜻해보이는 영국의 시골 속 웅장한 저택들까지 무엇하나 맘을 사로잡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였다. 이런 내게 이 책은 아주 고맙게도 환상을 적당히 깨트려주면서도 '오스틴 랜드'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두근거림을 즐겁게 보여주었다. 내가 오스틴 소설 속 여인이 될 수 없듯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미스터 다아시를 꿈꾸기란 어림없는 것임을.... 그럼에도 오스틴 소설을 읽으며 즐기는 것은 너무도 행복한 일임을 다시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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