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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문장
김애현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1월
평점 :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오후에 햇살처럼 따뜻하고 조용하게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줄것만같은 기분이었다, 단지 제목만으로. 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는책. 한편 한편 작가의 글을 읽어내려감에따라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이 점점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빛나는 아이를 둔 어머니의 어두운 삶,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진실한 삶을 살아갈 용기를 주는 래퍼K, 숨막히는 탈 안에 갇힌채 하루하루 쪼그라드는 빠삐루파의 삶까지.... 이 외에도 모든 글에서 각기다른 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이다보면 그들의 상처가 내게도 보이는듯해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K2블로그' 이다. 왜 블로그명이 K2일까. 이 블로그를만든 주인공은 자신의 부모가 모두 김씨이기에 블로그명을 그리 지었다 말한다. 그러나 K3가 맞는게 아닐까? 주인공은 부모의 삶속에 녹아들길 거부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부정할 수없는 K의 일원이아닌가. 사촌간에 사랑을해 아이를 낳고 행여 그 아이가 어디가 아플까, 잘못되기라도 할까 조바심내며 살고 아꼈던부모. 그런 그들의 사랑에서 벗어나고만 싶어하는딸은 내면의 상처를 점점 키워 나가는듯했다. 주인공의 심정이 어떠할지 짐작되면서도 부모에대한 그녀의 그롯되고 어긋난 마음이 못내 못마땅한 나였다. 내가 그녀라면 어땠을까....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글에서 그래도 주인공의 아픔이 전해져와 마음을 짓누르는걸 떨쳐낼 수 없었다.
<오후의 문장>이 나에게 들려주고자함은 어떤것이었을까. 작가의 섬세한 문장들 속에서 느껴지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참 좋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서 소외당한 이들을 어루만져주는 그 따뜻함이 좋았다. 각 단편들은 모두 한결같이 첫 문장부터 훅~ 하고 빨려들어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처음 한두편의 단편들을 읽으면 살짝 어리둥절하고 알쏭달쏭한 느낌을 받은반면 글이 거듭될수록 점점 내 마음속에 차오르는 그 무언가가 날 만족이란 느낌으로 차오르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하찮게 여기는 작은 물고기의 생명을 더없이 소중히 여기는 주인공을 바라보며 그녀의 마음을 내가 다독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기도했고, 실버타운 이야기를 읽으며 내 부모의 모습과 내 노후의 모습을 상상하지 않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가만히 내 주변을 돌아보고 오후의 조용한 햇살을 사랑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안겨준 따뜻한 책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