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와 비밀의 부채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우정'이란 이름으로 엮인 두여인의 운명이 어쩜 이토록 기구하고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1823년에 태어난 설화와 나리. 평생을 함께한다는 라오통으로 맺어진 두 아이의 우정은 죽어서도 영원할 것만같다. 보통 여자들의 우정이 남자의 우정보다 못한 취급을 받을때가 종종있다. 여자는 사랑앞에선 우정을 과감히 져버릴 수 있다 했던가.... 그러나 이 책을 보면 그러한 말들이 터무니없는 남자들사이의 그저 그런 농담에 지나지 않는다는걸 알 수 있다. 바로 얼마전 <펄 벅을 좋아하나요>책을 통해 여인들의 우정이 얼마나 아름답고 깊을 수 있는지 잘 느꼈기에 <설화와 비밀의 부채>를 읽으며 다시한번 여자의 우정에 감동하고 그 위대함에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오래전 중국 여인들은 전족이란 전통에 얽매여 있었다. 아주 어린나이에 뼈가 말랑할 때 발가락 뼈를 부러트리고 붕대로 칭칭감아 발이 더이상 자라지 못하게 만드는 가혹한 행위. 전족으로 연꽃같이 어여쁜 발이 만들어지면 그 여인의 운명은 탄탄대로를 걷게된다. 책의 주인공 나리역시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났지만 훌륭하고 뛰어난 발모양 덕분에 이웃마을의 지체높은 집안으로 시집을가게된다. 반면 명문가의 딸로태어났지만 집안의 사정과 나리보단 덜 예쁜 발 덕분에 설화의 운명은 180도 다른 길로 접어든다. 
[........ 너는 곧 나에 대해 알게 될 거야. 나는 계속 걱정을 했단다. 네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 가슴으로, 입으로 계속 울었단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너에 대한 내 마음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줘.          -설화로부터-            p.163]
 

책은 나리와 설화의 어렸을적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두 여인이 어떻게하여 단짝으로 맺어지고 어떤 소녀시절, 처녀시절을 거치며 우정을 단단히 쌓아가는지 긴장감 넘치면서도 슬프고 즐거움이 뒤섞인 그네들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인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비밀문자 누슈를 배우며 나리와 설화는 자신들만의 사랑을 속삭인다. 이 시기가 그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찬란하고도 아름다운 시절임을 미처 몰랐으리라. 앞으로 두 소녀에게 닥칠 운명의 험난함을 알았더라면....
 

[나는 여자의 안내에 따라 시댁의 문지방을 넘고 사람들 앞에섰다. 그리고는 시댁 사람들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대고 세 번 조아리며 말했다.
"여러분께 복종하겠습니다. 여러분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p.164]
이 책을 읽으며 어쩜이리 여인들의 운명이 기고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속상하고 화가나는걸 감출 수 없었다. 우리나라또한 오래전 남존여비사상이 팽배할 때가 있었음을 너무도 잘 알기에 중국 여인들의 삶이 우리네와 그닥 다르지 않음에 더욱 슬프고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나리는 자라오면서 내내 엄마에게 "딸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집안의 식량을 축내는 존재다. 시집을 가 그 집의 대를 이어주기위해 태어난 존재다. 여자는 남자를 위해 존재한다." 같은 말들을 들으며 지냈다. 성인이된 후 결혼을 한 그녀는 집안의 가르침대로 여자의 도리를 다하며 지내지만, 어려움에 처한 설화에게도 여인으로 남편을 모시고 시어머니께 복종하라고 강요한다. 나리는 말한다, 언제나 진실만을 말 해달라고.... 그러나 설화가 진심어린 편지를 보내도 나리의 대답은 언제나 충고로만 가득하고 친구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책의 후반부로 넘어갈 수록 위태위태한 두 여인의 우정을 바라보며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안타까움이 밀려왔고, 설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리를 보며 답답하고, 나리에게 좀 더 편안히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는 설화에게 화가 나기도했다. 언제나 함께하자던 두 여인의 삶에 보이지않는 벽이 두터워짐을 보면서 그들의 인생이 측은하게 여겨졌다. 오랜 시간이 흘러 나리는 말한다. 자신의 그릇된 판단과 이기심으로인해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고 남은 평생을 고통속에 지내야 했다고. 큰 부와 명성을 거머쥔 그녀지만 설화에대한 죄책감으로 후회의 노년을 보내온 그녀. 그러나 설화와 나리의 우정은 언제나 변함없었고 그들의 우정이.... 사랑이 영원하다는건 절대적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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