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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 백년의 고독, 천년의 사랑
이사강.김태환.유쥬쥬 지음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0년 12월
품절
인도를 혼자 꿈꿔온지 제법 여러해가 되었다. 모든것을 꽁꽁싸매고 있는듯하여 조심스레 들여다 볼라치면 자유로움이 강처럼 흐르는 모습에 놀라움도 잠시, 보수적이면서도 그 어느곳보다 개방적인 신비로운 나라 인도. 이 나라를 떠올리면 우선 여인네들의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어여쁜 옷이 떠오른다. 하늘하늘 찰랑이는 옷감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르고 커다랗고 반짝이는 눈망울을 빛내는 여인들. 그리고 인도의 성인 남성이나 아이들은 호기심 대마왕이다. 특히나 외국인을 보면 꼭 말을 붙이고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오고, 이것저것 궁금한것도 많은 그들이다.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다가오는 그들에게 마음을 닫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보통 인도는 두가지 얼굴을 하고있다고 한다. 더러움과 깨끗함, 천함과 귀함. 그래서 인도를 다녀온 이들은 "인도는 정말 매력적이야. 모든것이 신비롭고 가도가도 또 가고싶은 곳이지."라고 하는 이들과 "인도, 윽~~ 말도 꺼내지마. 두번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곳이야."하는 반응도 있다. 내가 인도를 여행하게 된다면 난 어떤 이야기를 하게될까?
[인도가 정말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언제, 어디서든 양극이 두루 공존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바라나시의 경우, 비좁은 골목골목에 개똥과 소똥, 음식물 쓰레기(소 먹으라고 내놓은 과일 껍질과 음식 잔여물.), 일상 쓰레기와 모기, 파리와 함께 아름다운 컬러의 실크 제품이 즐비하게 늘어진 비단 가게, 장난갑 숍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러운 오물과 아름다운 실크가 하나의 풍경 속에 함께하는 것이다. p.260]
<인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세명의 아티스트가 여행한 이야기이다. 첫이야기는 영화감독 이사강의 인도와의 만남이다. 확실히 영화인다운 이야기를 가득담고있는 그녀의 이야기는 내게 새로운 인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발리우드라고 불리우는 인도의 영화를 난 딱 한편 본적이 있다. 뮤지컬 영화를 보는듯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신기한 영화였다. 인도영화의 대부분이 이처럼 연기+노래+춤이 어우러져 있다고하니 정말 독특하다. 극 중간중간에 느닷없이 펼쳐지는 신나는 음악을 듣고있노라면 "어? 갑자기 이게 뭐야? 분명 두사람이 재회했는데 왜 갑자기 춤을 추고난리지?"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평소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지않는 나도 단 한편만으로 인도영화의 매력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인도엔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많은 신들이 존재한다고한다. 각 집마다 모시는 신이 전부 다르니, 내가 인도인이라면 어떤신을 모실지 살짝 궁금한 마음이 생긴다. 깊은 신앙심과 자신이 받드는 신을 무엇보다 신성시하고 예를 다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내 얕은 신앙심에 죄스러운 마음이 밀려와 몸둘바를 모르겠다. 난 그동안 인도라는 나라가 궁금할 따름이었다. 그 나라는 어떤 첫인상일까? 어떤 냄새가 날까? 거리는 어떤 풍경일까? 거리음식의 맛은 어떨까? 등등. 그러나 이젠 사람들이 더욱 궁금해진다. 인도에서 처음 만나게될 사람은 어떤사람일까? 시장에서 내게 인사를 건네오는 사람이 있을까? 바가지 요금을 씌우고 다음날 반갑게 손 흔들며 결혼식에 초대하는 사람은? 바라나시강에서 목욕하는 사람과 이야기도 나눠보고싶고, 아주 맑은 눈동자를 빛내는 인도의 아이들과도 사귀어보고싶다.
책의 두번째 이야기꾼은 사진작가 김태환이다. 정말 근사한 사진들과함께 그가 인도에서 보고느낀것들이 아주 정직한 느낌으로 담겨있어 좋았다. 몇십년전 우리나라 서커스단을 보는것같은 서커스를 발견한 그. 신나는 마음으로 찾아간 서커스공연은 기대만큼은 아니었다고 했는데, 같은 공연을 관람한 유쥬쥬는 어릴적 추억과 옛 향수, 그리고 배꼽빠지는 웃음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처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서로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인도. 광대들의 진솔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싶다는 김태환의 꿈이 꼭 실현되길 바라본다.
마지막 인도의 순수함과 예술성을 잘 보여준 설치미술가 유쥬쥬의 이야기는 밝고 명랑한 인도, 친숙한 인도의 느낌을 느끼게 해주었다. 인도 여러곳을 누비며 그 때마다 예술적 영감을 얻고 인도인들의 타고난 미적감각과 위대한 예술품앞에서 감탄한 그녀. 남들은 별것아닌, 기억에서조차 남아있지 않을 그물망 하나에도 그녀는 하늘의 녹빛 구름이 땅으로 내려온 것같다 이야기한다. 무수히 많은 하찮은 아름다움이 넘치는 곳이 인도라 말하는 그녀의 남다른 시각과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그로인해 기쁨을 누리는 모습이 부러울만큼 보기 좋았다.
한동안 인도로 당장이라도 떠나고싶어 맘을 조리던 때가 있던가 하면, 인도라는 나라를 알면알 수록 그늘에 드리워진 어두운 면들을 알게되면서 인도에대한 로망이 슬금슬금 달아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인도는 내게 꼭 가보고싶은 나라임은 틀림없다. 달콤한 짜이한잔과 함께시작하는 인도의 아침을 상상해보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인도는 내게 영원히 매력적인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