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로드 - 가슴이 뛰는 방향으로
문종성 지음 / 어문학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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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를 배우겠다 야멸차게 다짐한게 언제이던가.(생각하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자전거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는 기분은 어떤 느낌일까? 광활한 대지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하고 눈망울이 고운 여인네들과 순수한 아이들을 만나면 잠시 쉬어가기도 하는 그런 낭만과 젊음이 있을것만같다. 내 이런 예상과 그럴듯하게 맞아떨어지는 책 한권을 만났다. 스물일곱 청춘이 써내려간 멕시코 여행길에 동행해보자.
 

여행길엔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우면서도 놀라운 경험들을 하게된다. 재미있고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심장이 멈칫 할 정도로 긴장되고, 때론 낯선이방인을 물로보는 나쁜 사람들덕분에 콧김을 씩~씩~ 뿜어대며 즐겁게 읽어내려갔다. 폭풍설사에대한 이야기를 읽을적엔 다소 인상을 찌푸리게 되었지만 저자가 취했을 자세를 상상하니 웃음이 나오는건 어쩔 수 없었다. 초등학생시절 벌 받느라고 투명의자 자세를 여러번 경험해본 나는 십분 그 고통을 이해하게되었다. 저자가 방문한 고아원에서 만난 아이들은 머뭇머뭇대고 있는 문(책의 저자 문종성 씨)에게 오히려 먼저 다가와 살갑게 대해주었다. 숨이 막히도록 힘껏 껴안으며 체온과 체온을 나눈 문과 아이들의 미소가 내게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그런가 하면 문이 만난 자동차 정비소의 수리기사는 장인의 면모를 보여주기도했다. 펑크난 문의 자전거 바퀴를 수리하기위해 애쓰는 수리기사의 모습에서 다정스런 미소가 흘러나오는건 당연한 일! 그 외에도 멕시코에서 문이 만난 많은 사람들은 감동과 함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물론, 문의 뒷통수를 후려치며 뼈저리게 반성하게 만들고 쓰린속을 달래게 만든 사람들도 있었지만.   
 

[잘못은 그 아이의 행동이 아닌 녀석을 바라보는 내 마음속에 있음을 깨달았다. (.....) 아이에게 소소한 행복 하나 안겨줄 줄 모르는 넓은 아량이 없는 남자, 1달러짜리 친구도 되지 못하는 못난 남자. 여행이 나 자신에 대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자 하루의 시작이 우울해졌다. (.....) 배울 게, 반성할 게 너무 많은 멕시칸 로드다.   p.109]
여행을 하다보면, 특히나 장기여행일 경우, 자신을 돌아보게되는 시간이 주어지게되는 것같다. 길에서 마주친 작은 아이 한명으로인해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인가를 깨닫게되고, 넉넉한 인심의 사람들을 만나 처음보는 이방인에게도 친구처럼 손내밀어주는 이들의 따뜻함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한다. 어느 여행길에서나 이같은 느낌들을 만날 수는 있겠지만,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여행자들을 향해 정렬의 손짓을 보내오고, 때론 생각지도 못하게 뒷통수를 날리는 멕시코 여행길에서의 느낌은 사뭇 다르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한눈에 들어온 장관에 탄성을 지르지 않는다면 얼마나 감성이 메마른 영혼일까. 이런 풍경을 하루에 다 둘러보겠다는 욕심은 결코 과나후아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저 게을리 거리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흠뻑 이 도시의 매력에 빠지고 말 것이다. 흔해 빠진 골목 풍경이 감미로움에 젖은 불빛이 켜지면서 동화의 세계로 탈바꿈 하는 곳, 밤 미사에 터지는 성가 소리가 주위의 분위기와 맞물려 마음이 떨릴 정도로 로맨틱해지는 곳. 온통 아름다움이 넘실대는 로맨틱한 분위기가 발 아래 펼쳐지고, 그 분위기에 푹 빠지기 위해서는 어깻죽지로부터 날개를 펴 뛰어 들어가야만 했다. 역사와 예술로 남은 웅장한 건물들과 순간을 영원처럼 즐기는 로맨티스트들이 북적대는 사이사이 골목마다 나의 청춘을 비벼대고 싶었다.   p.238~239]
문이 자전거를 타고 누빈 수많은 아름다운 곳 중에서도 유독 내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과나후아토'였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곳인지 충분히 느껴졌고, 그곳을 내 두 발로 직접 밟고 내 두 눈으로 바라보고싶다는 열망이 솟아났다. 안그래도 로맨틱한 분위기에 약한 나인데 과나후아토에가면 분위기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건 아닐까?^^
 

가난한 자전거 여행자인 문에게는 천사같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유쾌한 소방서 사람들을 만나 잠자리를 제공받기도하고 어느 경찰서에선 피자를 대접받고 호텔방까지 잡아주는 따뜻한 사람을 만나 감동의 도가니로 물들기도 하였다. 그런가하면 지치고 힘겨워 거의 쓰러질 지경의 문 앞에 콧수염남자 셋이 나타나 천사의 날개를 펄럭이며 그를 인도하기도 했다. 먹을것을 주고~ 여행경비에 보태라며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진심어린 미소와 응원을 보내준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당혹스럽고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다시금 힘을 얻고 용기를 내어 힘차게 페달을 밟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제의 놓쳐버린 아쉬움과 내일에 잡힐 듯한 꿈 사이의 막연한 오늘이지만 오늘이 오늘로서 행복한 이유는 지금 이 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리라.   p.317]
문이 만난 수백만마리의 나비떼처럼 두 날개를 활짝펴고 훨~훨~ 가슴 뛰는 방향으로 날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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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트리 : 마법의 빨간 의자 -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어린이책예술센터 우수 추천 도서 선정 아무도 못 말리는 책읽기 시리즈 4
안제이 말레슈카 지음, 이지원 옮김, 이고르 모르스키.이고르 모르스키 그림 / 책빛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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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고 생생한 그림에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 사실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에 매료되었다. 책의 저자 안제이 말레슈카는 2010년 한국에 방분했다. 영화감독이기도한 그는 「매직 트리」라는 영화를 만들었고 이 영화가 한국에서도 상영되어 영화의 관객들을 만나러 초대받은 것이었다. 작가의 말을 읽다보니 아주 반가운 소식 하나, '매직 트리'시르즈의 어떤 모험담을 한국을 배경으로 써볼까도 생각하고 있다니.... 와우!

필립, 토시아, 그리고 막내 쿠키까지 삼남매가 사랑하는 부모님과 살고있었다. 그러다 어느날 악기연주가인 부모님이 일자리를 잃게되어 쿠키네집은 형편이 어려워지고 말았다. 할 수 없이 마릴라이모에게 돈을 빌리기로하지만 짠순이에 냉정한 이모가 쉽게 돈을 빌려줄까? 이모를 맞이하기위해 집안을 청소하고 엄마심부름에 나선 삼남매, 쿠키는 우연히 강에 떠내려오던 빨간 의자를 발견하게된다.

["아니, 이건.....?"
휙! 빨간 의자는 마치 호랑이처럼 트럭 운전사를 넘어 하늘로 솟구쳤다. 찐빵은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다시 용기를 내어 눈을 뜰 때까지 한참이 걸렸다. 빨간 의자는 마치 보통 가구처럼 잔디밭에 놓여 있었다. 찐빵은 주저하면서 의자 다리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랬더니 의자는 찐빵을 한 대 걷어차고는 도로 옆 강가의 다리로 껑충 뛰어 올라가고 말았다. 그러더니 다리 난간 위에서 춤이라도 추듯 네 다리로 깡충깡충 뛰었다. p.24]
빨간 의자는 정말 신통방통하다. 위기에 처하면 스스로가 꿈틀꿈틀~ 자신의 몸을 마구 움직이기도하고, 쿠키에게 어려운일이 생기면 척척 마법을 일으킨다.

쿠키네 삼남매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부모님이 하루아침에 다른사람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을 두고 멀리멀리 떠나버리겠다고 선언하고 말았다. 아이들은 변해버린 부모님을 보며 슬픔에 잠길사이도없이 마릴라 이모네집으로 보내지고마는데....

곰곰이 생각에 잠긴 아이들은 부모님이 떠나버린 일 하며, 그동안 자신들에게 일어난 신기한 사건들(쿠키의 소원이 이루어지고, 피자가 눈앞에 나타나는 등....)이 빨간 의자에의한 마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쿠키네 삼남매는 부모님을 찾기위한 모험길에 나서게된다. 아, 물론 빨간 의자도 함께!

빨간 의자의 신비한 능력을 알아버린 악당 막스는 아이들에게서 의자를 빼앗기위해 위협을 가하며 여행길에 오른 아이들을 미행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동행하게된 마릴라 이모의 웃지못할 변신사건또한 책 읽는 재미를 한껏 끓어올린다. 심술궂고 차갑던 마릴라 이모의 깜짝변신으로 인해 귀여워진 그녀의 활약을 기대하시라! 쿠키네 삼남매의 여정은 험난하지만, 그 과정에서 빨간 의자의 마법으로 인해 벌어지는 갖가지 신기한 일들로 인해 즐거움이 끊이지 않는다. 엄마아빠를 빨리 만나기위해 영리하면서도 귀여운 마법을 부리고, 악당 막스때문에 필립과 토시아가 위기에 처하자 막내쿠키는 위험을 무릅쓰고 형과 누나를 구하기위해 애쓴다. 드디어 엄마 아빠를 만나기 네시간 전.... 아이들에겐 또 어떤 놀라운 일들이 벌어질까?

신비한 마법의 힘을 가진 빨간 의자덕분에 위기에 처한 쿠키네 가족에게 즐겁고 짜릿한 일들이 벌어지고,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생생한 이야기 속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게된다. 만약 내 앞에 마법의 빨간 의자가 나타난다면 무슨 소원을 빌게될까? 생각만해도 신나는 기분이다. 재미있는 '매직 트리'시리즈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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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콜라 쇼콜라
김민서 지음 / 노블마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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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여자가 있다. 스물일곱과 스물여섯의 사촌지간. 언니인 아린은 엄친딸 단희덕에 고달픈 인생을 살아왔다 말한다. 툭하면 비교당하기 일쑤이니 사촌동생 만나길 꺼려하게된다. 임용고시를 준비중인 아린은 반백수의 인생을 살고있다, 학원임시강사에 때론 주먹밥을 만들기도하고 주말엔 단기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기 바쁘다. 반면 단희는 어렸을적부터 똑소리나는 인생을 살고있다, 외고에 입학하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으며 대기업에 취직까지.... 그녀의 인생은 말 그대로 완벽하다. 누구나가 부러워하는 20대의 모습을 하고있는 단희이지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없는 그녀의 인생을 결코 부러워만 할 수는 없다.
 

이야기의 시작은 단희가 아린의 집에 들어와 살게되면서부터 이다. 언제나 옳은말만 내뱉는 단희와 지내려니 영 껄끄럽기 그지없는 아린. 절대 동생앞에서 기죽긴 싫고, 그렇다고 내새울 것 하나없는 자신의 인생이 하루아침에 뒤바뀔리도 만무한 아린은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단희는 회사생활에서 힘겨움을 느끼고있다, 대놓고 따돌리진 않지만 은근히 자신을 멀리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하루하루 지쳐만간다. 이런 단희앞에 어느날 나타난 멋진남자 마이클. 비밀투성이인 그의 존재가 궁금하긴 독자인 나도 마찬가지였다. 늘 잘빠진 정장차림에 고급 스포츠카를 몰고다니고 말솜씨또한 유창한 그를 아린은 깡패며 사기꾼이라고 싫어하지만 단희는 첫눈에 반하고 마는데....
 

어렸을적부터 엄마의 감시아래 해선 안될것들이 너무도 많았고, 자신의 인생에 잠깐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았으며, 사람들과 융화되지 못하는 단희의 고민. 자라오는내내 사촌동생과 비교당하고, 자신이 진정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아직 찾지못해 방황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않는게 있는 것 아니냐며 스트레스만 쌓여가는 하루하루를 살고있는 아린의 고민. 이 두명의 청춘 중 누구의 고민이 덜하고 더하고를 판단할 수는 없다. 아린은 청춘이란 글자에는 좌절이란 글자가 원플러스원처럼 딸려온다고 말한다. 하지만 책의 후반부에 등장한 신비한 여인은 말한다. 남보다 더 비참한 걸 확인받으면 좋아지냐고, 나보다 더 비참한 사람을 만나야만 기분이 나아지냐고 말이다. 창창한 청춘인 두 여인에게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준다.
 

[아린은 대답 없이 캐러멜 라테를 마셨다. 단희가 무얼 말하고 싶은지는 알고 있었다. 무엇이 더 안정적이고 부모님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도 알았다. 무엇이 더 해내기 힘들고 무엇이 더 도피하는 것처럼 보이는지도. 그러나 주인이 2호점 얘기를 꺼냈을 때 아린의 심장은 이미 작동을 시작했다. 스무 살, 우주의 사랑 고백 이후 그렇게 심장이 뛴 일은 없었다. 심장이 뛰기 시작하면 할 일은 한 가지다. 심장이 뛰는 방향대로 움직이는 것. 현실적인 장래성이나 계산은 뒷전이 되어버린다.   p.300]
서로 삐걱대기만 하던 두 여인이 서로에게서 보고 느끼며 배우게 되는 것들이있다. 내겐 없지만 상대방이 갖고있는 장점을 발견한 것이다. 서로서로 자극제가 되기도하고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촌지간이란 이름하에 의지하는 아린과 단희. 이 둘을지켜보며 내 청춘을 되돌아보았다. 불평불만 투성이었던 내 이십대, 그러면서도 뚜렷히 무엇인가를 향해 나아가고자 했던 의지는 부족했던 나를 생각하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지금에 와서야 왜 내 청춘은 좀 더 반짝반짝 빛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를 하게되는데, 생각해보니 내 청춘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여전히 청춘이며 더더욱 찬란한 내일을 위해 오늘도 아자! 나에게 응원의 미소를 건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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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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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잔한 드라마로 시작된 이야기는 주인공 로저가 전설로만 전해져오던 그림을 발견하곤, 그것을 훔치기로 작정한 순간부터 급물살을 타기시작한다. 주인공 로저는 겉으로는, 손꼽히는 최고의 헤드헌터로 유명세를 타고, 아름다운 아내 디아나와의 풍요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지만, 뒤를 캐보면 고미술품 도둑에 분에넘치는 생활비를 충당하느라 골머리를 앓고있다.
 

아이를 원하는 아내 디아나에게 중절수술까지 시켜가며 아이를 포기시키고, 그 대가로 갤러리를 차려준 로저. 갤러리 파티에서 클라스 그레베를 만나고 그를 자신의 고객에게 소개하기위해 헤드헌터로서의 기질을 발휘한다.
["아인바우, 리드, 버클리."  (중략)
"그건 FBI에서 쓰는 9단계 심문 모델이라고. 장난감 총이 난무하는 세상 속의 기관총이랄까. 두터운 짚더미에 거대한 구멍을 뚫고, 타협의 여지없이 신속하게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는단 말이야."
"그래서 그 결과물이 뭔데, 로게르?"  (중략)
"복종, 자백, 진실. 이 모두 매우 단순한 원칙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p.26]
 

호락호락 넘어올것같지 않던 그레베는 로저와의 면접에서 놀라운 언변과 뛰어난 두뇌로 그를 압도하고, 어차피 자신만한 적임자를 찾기 힘들지 않느냐며 우위를 점거한다. 둘은 이야기도중 그레베에게 엄청난 그림 한점이 있다는걸 알게되고, 로저는 순간 긴장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 그림 한 점으로 인하여 로저의 인생이 어떻게 뒤바뀔지, 그의 목숨을건 사투가 벌어질걸 알았다면 절대 탐하지 않았을 것이다. 로저는 아내와의 윤택한 생활을 위해, 그녀에게 아이를 선물해주기위해 그 그림이 필요했다. 
 

[키 168센티미터. 고리타분한 심리학 같은 것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몸집이 작은 사람에게 무언가 커다란 업적을 이루고자 하는 일종의 보상심리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으니까.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 중 놀라울 만큼 많은 수가 몸집이 작은 남자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제국을 정복하고, 가장 똑똑한 생각을 해내고, 은막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들을 손에 넣은 것도 바로 나 같은 사람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늘 최고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는 말이다.   p.44]
로저는 스스로의 키가 충분히 작다는걸 알고있다. 겉으로는 자신은 절대 난장이가 아니며, 그저 평균신장보다 조금 작을뿐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가 자신의 키에 갖고있는 콤플렉스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충분히 알고도 남을 일이다. 헤드헌터로서 그는 면접시 면접자의 키를 꼭 체크하고, 키에따라 상대방을 판단하는 생각도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듯하다. 이 작고 당찬 남자주인공 로저는 위기에 처하자 끈질긴 생명력과 명석한 두뇌회전력으로 탈출에 탈출을 거듭하며 위태롭게 목숨을 이어간다. 너무나 사실적인 장면 묘사에 속이 울렁거리기도 하고, 긴박한 상황들 속에서 짜릿함을 느끼기도 했다. 절대 옳은 인생을 살고있다 말 할 수없는 로저를 응원하게되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그가 처한 암흑속에서 반드시 살아남기를 바라고, 그의 인생자체를 이해하게되는 힘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는 끝 무렵, 『빅 픽처』가 생각났다. 한 남자의 일상과 숨막히는 이야기 방식이 비슷하다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한명의 이야기꾼을 만난듯한 즐거움이 전해져온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니 곧 작가의 그 유명한 해리 홀 시리즈를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같다. 신나게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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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예보
차인표 지음 / 해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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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가슴찡한 책 한권을 만났다. 고되고 힘든 절망의 끝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재밌게 풀어낼 수 있다니, 작가의 글솜씨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세 남자의 각기 다르지만, 어깨위에 짊어진 인생의 무게만큼은 천근만근 똑같은 인생사를 들여다보며, 마지막엔 '그래도 이 세상은 한번 살아볼 만 하지 않은가!' 하는 위안을 얻게된다.
 

노숙자의 인생을 살고있는 첫번째 주인공 나고단 씨. 그의 이름만큼이나 그의 인생길은 고난의 연속이니 고단한 인생을 이제그만 마감하려한다. 그러나 자살마저 뜻대로 되지않는 이놈의 세상. 누구하나 위로해주는 이 없고 그의 말을 들어주려는 이 또한 있을리 만무하다. 아무도 슬퍼해줄이가 없는데 더 살아서 무엇하리.... "나고단 씨, 그러지 말아요. 이 책을 통해 당신을 알게된 수 많은 독자들이 슬퍼할 꺼예요."
 

두번째 주인공은 드라마 보조출연자로 근근히 살아가고있는 이보출 씨. 사정이 힘들어 어린 아들을 친척집에 맡기고 하루일당 4만원의 엑스트라 인생에 전부를 건 남자이다.
[화적들이 한 줄로 서자, 첫 번째 여자아이가 호주머니에서 붓을 꺼내 스피리트 검을 듬뿍 묻히더니, 인중과 턱 밑에 페인트칠하듯 척척 바른다. 혹자는 묻는다. 본드 냄새가 괴롭지 않냐고. 아니, 안 괴롭다. 오히려 향기롭다. 이것을 바르는 날, 이 냄새를 맡는 날은 일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p.96]
그마저도 매일같이 일당 4만원을 벌 수 있는게 아니기에 그는 어떡해서든지 윗사람에게 잘보여 다음 드라마에 보조출연자로 합류하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야만 아들과 살 수 있는 단칸방이로도 얻을 수 있을테니까. 윗사람 눈에 띄려는 이보출 씨의 사투는 눈물겹도록 재미있다. 절대 웃으며 바라볼 수 없는 그의 인생사를 빙그레 미소지으며 바라볼 수 있게 만들다니. "차인표씨, 당신은 진정 능력자 이시군요!"
 

마지막 세번째 주인공은 하루하루 목숨이 위태로운 딸 봉봉이의 아버지 박대수 씨. 어둠의 세계에서 손 털고 사랑하는 아내와 만지기도 아까워 잘 쓰다듬지도 못하는 딸과 함께 제대로 살아보고자 결심한 대수. 김밥집을 차리려 갖고있던 돈을 몽땅 후배에게 사기당하고 설상가상 봉봉이는 희귀병을 앓게된다. 떼인돈을 받기위해 날마다 후배를 찾아다니는 그의 희망은 단 하나, 봉봉이의 골수이식이다. 의리파 후배 김 부장과 나누는 대화는 큭큭큭 끊임없는 웃음을 자아낸다. 대수의 뒤를 걱정하는 김 부장의 마음 씀씀이에 안타까운 감정이 생겨나는건 왜일까? "그래도 대수 씨, 태평이에겐 나중에 꼭 사과 하셔야 해요~"
 

[다름이 아니라 나고단 씨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들을 볼 수 있게 된 거지. 자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 혹은 자신이 말을 걸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 가득, 치열하게 자기 자리를 지켜내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거지. 분명 예전에는 안 보였는데 딱 한 발자국 더 다가가는 순간, 보이기 시작했대. 먼저 다가가는 그 순간, 멀리서는 안 보이던 진실이 보이기 시작한 거지.   p.231]
이 우울한 인생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나고단 씨는 정말 자살에 성공했을지, 보출 씨는 다음 드라마에 무사히 캐스팅 되었을지, 대수 씨의 딸 봉봉이는 어떻게 되었고 후배를 잡아 떼인돈을 받아내기는 했는지 말이다. 단 하나 분명한건, 이들의 인생에도 쨍~! 하고 해뜰날이 돌아오리란 믿음이다. 내가 응원하고, 또한 이들을 만난 많은 독자들이 힘을 팍팍 불어넣어 주었을 것이기에. "나고단 씨, 이보출 씨, 박대수 씨~ 당신들의 오늘 예보는 맑음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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