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로드 - 가슴이 뛰는 방향으로
문종성 지음 / 어문학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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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를 배우겠다 야멸차게 다짐한게 언제이던가.(생각하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자전거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는 기분은 어떤 느낌일까? 광활한 대지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하고 눈망울이 고운 여인네들과 순수한 아이들을 만나면 잠시 쉬어가기도 하는 그런 낭만과 젊음이 있을것만같다. 내 이런 예상과 그럴듯하게 맞아떨어지는 책 한권을 만났다. 스물일곱 청춘이 써내려간 멕시코 여행길에 동행해보자.
 

여행길엔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우면서도 놀라운 경험들을 하게된다. 재미있고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심장이 멈칫 할 정도로 긴장되고, 때론 낯선이방인을 물로보는 나쁜 사람들덕분에 콧김을 씩~씩~ 뿜어대며 즐겁게 읽어내려갔다. 폭풍설사에대한 이야기를 읽을적엔 다소 인상을 찌푸리게 되었지만 저자가 취했을 자세를 상상하니 웃음이 나오는건 어쩔 수 없었다. 초등학생시절 벌 받느라고 투명의자 자세를 여러번 경험해본 나는 십분 그 고통을 이해하게되었다. 저자가 방문한 고아원에서 만난 아이들은 머뭇머뭇대고 있는 문(책의 저자 문종성 씨)에게 오히려 먼저 다가와 살갑게 대해주었다. 숨이 막히도록 힘껏 껴안으며 체온과 체온을 나눈 문과 아이들의 미소가 내게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그런가 하면 문이 만난 자동차 정비소의 수리기사는 장인의 면모를 보여주기도했다. 펑크난 문의 자전거 바퀴를 수리하기위해 애쓰는 수리기사의 모습에서 다정스런 미소가 흘러나오는건 당연한 일! 그 외에도 멕시코에서 문이 만난 많은 사람들은 감동과 함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물론, 문의 뒷통수를 후려치며 뼈저리게 반성하게 만들고 쓰린속을 달래게 만든 사람들도 있었지만.   
 

[잘못은 그 아이의 행동이 아닌 녀석을 바라보는 내 마음속에 있음을 깨달았다. (.....) 아이에게 소소한 행복 하나 안겨줄 줄 모르는 넓은 아량이 없는 남자, 1달러짜리 친구도 되지 못하는 못난 남자. 여행이 나 자신에 대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자 하루의 시작이 우울해졌다. (.....) 배울 게, 반성할 게 너무 많은 멕시칸 로드다.   p.109]
여행을 하다보면, 특히나 장기여행일 경우, 자신을 돌아보게되는 시간이 주어지게되는 것같다. 길에서 마주친 작은 아이 한명으로인해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인가를 깨닫게되고, 넉넉한 인심의 사람들을 만나 처음보는 이방인에게도 친구처럼 손내밀어주는 이들의 따뜻함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한다. 어느 여행길에서나 이같은 느낌들을 만날 수는 있겠지만,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여행자들을 향해 정렬의 손짓을 보내오고, 때론 생각지도 못하게 뒷통수를 날리는 멕시코 여행길에서의 느낌은 사뭇 다르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한눈에 들어온 장관에 탄성을 지르지 않는다면 얼마나 감성이 메마른 영혼일까. 이런 풍경을 하루에 다 둘러보겠다는 욕심은 결코 과나후아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저 게을리 거리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흠뻑 이 도시의 매력에 빠지고 말 것이다. 흔해 빠진 골목 풍경이 감미로움에 젖은 불빛이 켜지면서 동화의 세계로 탈바꿈 하는 곳, 밤 미사에 터지는 성가 소리가 주위의 분위기와 맞물려 마음이 떨릴 정도로 로맨틱해지는 곳. 온통 아름다움이 넘실대는 로맨틱한 분위기가 발 아래 펼쳐지고, 그 분위기에 푹 빠지기 위해서는 어깻죽지로부터 날개를 펴 뛰어 들어가야만 했다. 역사와 예술로 남은 웅장한 건물들과 순간을 영원처럼 즐기는 로맨티스트들이 북적대는 사이사이 골목마다 나의 청춘을 비벼대고 싶었다.   p.238~239]
문이 자전거를 타고 누빈 수많은 아름다운 곳 중에서도 유독 내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과나후아토'였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곳인지 충분히 느껴졌고, 그곳을 내 두 발로 직접 밟고 내 두 눈으로 바라보고싶다는 열망이 솟아났다. 안그래도 로맨틱한 분위기에 약한 나인데 과나후아토에가면 분위기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건 아닐까?^^
 

가난한 자전거 여행자인 문에게는 천사같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유쾌한 소방서 사람들을 만나 잠자리를 제공받기도하고 어느 경찰서에선 피자를 대접받고 호텔방까지 잡아주는 따뜻한 사람을 만나 감동의 도가니로 물들기도 하였다. 그런가하면 지치고 힘겨워 거의 쓰러질 지경의 문 앞에 콧수염남자 셋이 나타나 천사의 날개를 펄럭이며 그를 인도하기도 했다. 먹을것을 주고~ 여행경비에 보태라며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진심어린 미소와 응원을 보내준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당혹스럽고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다시금 힘을 얻고 용기를 내어 힘차게 페달을 밟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제의 놓쳐버린 아쉬움과 내일에 잡힐 듯한 꿈 사이의 막연한 오늘이지만 오늘이 오늘로서 행복한 이유는 지금 이 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리라.   p.317]
문이 만난 수백만마리의 나비떼처럼 두 날개를 활짝펴고 훨~훨~ 가슴 뛰는 방향으로 날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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