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잔잔한 드라마로 시작된 이야기는 주인공 로저가 전설로만 전해져오던 그림을 발견하곤, 그것을 훔치기로 작정한 순간부터 급물살을 타기시작한다. 주인공 로저는 겉으로는, 손꼽히는 최고의 헤드헌터로 유명세를 타고, 아름다운 아내 디아나와의 풍요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지만, 뒤를 캐보면 고미술품 도둑에 분에넘치는 생활비를 충당하느라 골머리를 앓고있다.
 

아이를 원하는 아내 디아나에게 중절수술까지 시켜가며 아이를 포기시키고, 그 대가로 갤러리를 차려준 로저. 갤러리 파티에서 클라스 그레베를 만나고 그를 자신의 고객에게 소개하기위해 헤드헌터로서의 기질을 발휘한다.
["아인바우, 리드, 버클리."  (중략)
"그건 FBI에서 쓰는 9단계 심문 모델이라고. 장난감 총이 난무하는 세상 속의 기관총이랄까. 두터운 짚더미에 거대한 구멍을 뚫고, 타협의 여지없이 신속하게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는단 말이야."
"그래서 그 결과물이 뭔데, 로게르?"  (중략)
"복종, 자백, 진실. 이 모두 매우 단순한 원칙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p.26]
 

호락호락 넘어올것같지 않던 그레베는 로저와의 면접에서 놀라운 언변과 뛰어난 두뇌로 그를 압도하고, 어차피 자신만한 적임자를 찾기 힘들지 않느냐며 우위를 점거한다. 둘은 이야기도중 그레베에게 엄청난 그림 한점이 있다는걸 알게되고, 로저는 순간 긴장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 그림 한 점으로 인하여 로저의 인생이 어떻게 뒤바뀔지, 그의 목숨을건 사투가 벌어질걸 알았다면 절대 탐하지 않았을 것이다. 로저는 아내와의 윤택한 생활을 위해, 그녀에게 아이를 선물해주기위해 그 그림이 필요했다. 
 

[키 168센티미터. 고리타분한 심리학 같은 것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몸집이 작은 사람에게 무언가 커다란 업적을 이루고자 하는 일종의 보상심리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으니까.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 중 놀라울 만큼 많은 수가 몸집이 작은 남자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제국을 정복하고, 가장 똑똑한 생각을 해내고, 은막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들을 손에 넣은 것도 바로 나 같은 사람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늘 최고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는 말이다.   p.44]
로저는 스스로의 키가 충분히 작다는걸 알고있다. 겉으로는 자신은 절대 난장이가 아니며, 그저 평균신장보다 조금 작을뿐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가 자신의 키에 갖고있는 콤플렉스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충분히 알고도 남을 일이다. 헤드헌터로서 그는 면접시 면접자의 키를 꼭 체크하고, 키에따라 상대방을 판단하는 생각도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듯하다. 이 작고 당찬 남자주인공 로저는 위기에 처하자 끈질긴 생명력과 명석한 두뇌회전력으로 탈출에 탈출을 거듭하며 위태롭게 목숨을 이어간다. 너무나 사실적인 장면 묘사에 속이 울렁거리기도 하고, 긴박한 상황들 속에서 짜릿함을 느끼기도 했다. 절대 옳은 인생을 살고있다 말 할 수없는 로저를 응원하게되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그가 처한 암흑속에서 반드시 살아남기를 바라고, 그의 인생자체를 이해하게되는 힘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는 끝 무렵, 『빅 픽처』가 생각났다. 한 남자의 일상과 숨막히는 이야기 방식이 비슷하다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한명의 이야기꾼을 만난듯한 즐거움이 전해져온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니 곧 작가의 그 유명한 해리 홀 시리즈를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같다. 신나게 기다려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