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다르크를 떠올릴 때면 유관순이 겹쳐진다. 그 어린 소녀들을 앞에 나서게 한 이유는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느낌, 여기 멈춰있지 말고 저기로 가야 한다는 느낌이었다.
잔 다르크는 자신의 운명을 의심하지 않았다.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무엇이 되었든 내 인생을 위한 결정의 주체는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감각 때문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잔 다르크는 하나의 이정표였다. 지도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그 길을 걸어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병법을 배운 적도 없었고, 전장을 겪은 적도 없는 시골 소녀였다. 그녀로 대변되는 이정표는 길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정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어떤 정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결정이었다.
얼마 전 아이들과 서대문 형무소에 다녀왔다. 독립 운동에 대해 접할 때마다 '과연 나였으면' 이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때마다 나는 고개를 떨구곤 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려졌다. 모두가 입을 닫고 고개를 돌릴 때 잔 다르크나 유관순처럼 이정표 같은 사람이 옆에 있다면 조금 용기가 날 것 같다.
갱년기가 시작된 것 같다. 하루하루 더욱 즐겁게, 자신있게 살아야겠다. 내일을 의심하기보다 오늘의 광기를 믿어 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