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와 야채만큼 혼용되고 있는 한자어가 있다. 바로 '개발'과 '계발'이다. 먼저 개발은 '닫혀 있던 것을 열어 밖으로 드러내는 일'이다.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갖는데 첫 번째는 자원과 기술을 활용해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지식이나 재능 따위를 발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다음으로 계발은 '이미 안에 있던 것을 깨워 밖으로 드러내는 일'이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개발'은 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이고, '계발'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계발'이라는 말이 조금 마음에 든다. 내가 몰랐거나 잊고 있었던 나의 강점을 갈고 닦는 일이니까. 이에 저자는 자기 계발을 위해 거창한 목표보다 하루 30분 독서, 세 줄 일기 쓰기, 나를 위해 운동하기 같은 일과들을 차곡차곡 쌓아보라고 권한다. 그러면 생각의 방식이 바뀌고 판단의 기준이 정리되기 때문이다. 이 축적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어느 순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나를 발견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계발을 단순한 '준비 단계'로만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준비를 마친 뒤에 실행하려 하지만 사실 계발은 실행 속에서 완성된다. 배운 것을 바로 써 보고, 생각한 것을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내 것이 된다. 개발은 결과를 통해 평가되지만, 계발은 실행을 통해 확인된다.
<품격 있는 어른의 한자어>는 이 외에도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다양한 한자어를 소개하고 있다. '각자가 제 몫을 낸다'는 뜻의 각출과 '같은 목적에 참여한 사람들이 돈을 나누어 내는 행위'를 가리키는 갹출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각출이 구조에서 출발해 기준에 의해 나뉜다면, 갹출은 관계에서 나와 공감을 기반으로 한다. 전자는 계산의 언어이고, 후자는 연대에 가깝다.
어떤 책을 읽기 전후를 비교해 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책이 있고, 딱 기대했던 만큼 하는 책이 있다. 그리고 <품격 있는 어른의 한자어>처럼 기대보다 훨씬 훌륭한 책도 있다. 제목으로 보나 표지로 보나 흥미로움보다 없는 품격을 갖다 붙이기라도 해 보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었는데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다. 그러니 조금 열린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말하는 '품격 있는 어른'이란 결코 어려운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다. 말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말이 놓여야 할 자리를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이 꺼낸 말의 무게를 감당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지금의 나는 아니다.
깊이 반성한다. 나부터 잘하자고 또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