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어벤저스 28 - 중독, 고통에서 벗어나라! ㅣ 어린이 의학 동화 28
고희정 지음, 조승연 그림, 류정민 감수 / 가나출판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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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마트에서 일하고, 새벽에는 녹즙 배달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혜진 엄마. 그날도 새벽녘 집을 나서며 혜진이 걱정에 전기장판을 켜 놓고 나온 것이 화근이었던 걸까. 혼자 자고 있던 혜진이는 이상한 냄새를 맡고 잠에서 깼다. 곧바로 집에 불이 났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소방서에 신고할 테니 베란다로 나가 있으라는 엄마의 말을 따랐다. 하지만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셔 정신이 혼미해진 탓인지, 소방대원이 도착했을 때는 혜진이가 베란다 밖으로 떨어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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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다사랑 어린이 종합 병원 권역 외상 센터에 도착했다. 연락을 받고 대기하고 있던 의사 어벤져스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재빠르게 판단하고 움직였다. 구토, 동공 확대, 자가 호흡 불가, 두개골 골절로 인한 뇌출혈, 그리고 일산화탄소 중독까지. 내가 읽어본 의사 어벤저스 응급 상황 중 가장 위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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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화탄소 중독이 위험한 이유는 일산화탄소가 혈액 속 헤모글로빈과 산소보다 200배 이상 강하게 결합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일산화탄소를 흡입하면, 폐에서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산소 대신 일산화탄소와 결합해,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이 급격히 떨어져.

의사 어벤저스 28,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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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화탄소는 밀폐된 공간에서 빠르게 퍼지고, 냄새와 색, 맛이 없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흡입할 수 있어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혈액과 함께 운반되는 산소의 양이 적어지고, 두통, 어지럼증,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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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화탄소 중독이 의심되면 가장 먼저 신선한 공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2~3기압의 특수 챔버(벽을 둘러싸인 밀폐된 공간이나 특수 목적의 방)에서 100%의 산소를 흡입하는 고압 산소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러면 혈액 속 산소 농도가 높아져 손상된 조직의 재생과 회복을 돕는다. 같은 원리로 잠수병과 감압병에 걸린 잠수사들도 고압 산소 치료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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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어벤저스들의 발빠른 대응으로 위기를 넘긴 혜진. 하지만 집이 모두 불에 타 버려 돌아갈 곳이 없는 혜진 엄마의 한숨이 깊다. 이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구해조가 병원 이사장의 아들인 나선우에게 도움의 손길을 구한다.

"너희 재단에서 치료비 지원 사업을 하고 있잖아. 도와줄 방법은 없어?"

"재원이 한정돼 있어서 모두를 도와주기는 어려워요. 서류를 제출하면 환자의 상태와 가정 형편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서 지원 대상을 선정하거든요. 혜진이네도 사정이 어려우니까 신청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긴 해요."

"그래, 도련님이 힘을 좀 써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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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나선우의 집안을 보자 천재수의 얼굴이 굳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잘 생기고 매너 좋고 집안 좋은 걸로 유명했던 나선우. 나서기를 좋아해 '나 대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선후배 중에는 나선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구해조가 좋아할 만하네.'

오랫동안 구해조를 짝사랑했던 천재수는 자신은 나선우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재수의 태도에서 무언가 평소와 다름을 눈치챈 강훈이 그를 살피지만 천재수는 별 일 아니라며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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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는 얼마 전 읽은 신문 기사가 생각났다. 응급실을 찾는 10대 약물 중독 환자 10명 중 2명 이상이 아세트아미노펜 과다 복용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약국이나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보니, 위험한 약이라는 인식이 부족해 무심코 오남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의사 어벤저스 28, 123쪽

두통약에 많이 들어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일반적으로 안전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메스꺼움, 구토 등의 위장관 증상이나 드물게 두통이나 발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아세트아미노펜의 하루 최대 섭취 용량은 성인 기준 4g이다.

그런데 마리는 2시간 정도의 간격으로 2알씩 다섯 번, 총 10알을 먹었다. 2알을 먹고도 계속 머리가 아파 더 먹었다. 배가 아프다는 딸이 혹시 충수염이 아닐까 싶어 병원에 데려 왔던 마리 엄마는 난데없는 약물 중독이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마리의 혈액을 검사해 본 결과 공주인이 예상한 대로 아세트아미노펜 중독 상태였다. 해독제를 이용한 치료가 시급했다. 마리 엄마는 불안에 휩싸였다.

"해독제는 어떤 걸 쓰는데요?"

"아세트아미노펜의 독성을 줄여 주는 아세틸시스테인이라는 해독제가 있어요. 정맥으로 1일에서 수일 동안 반복적으로 투여하는데, 빨리 투여할수록 효과가 좋아요. 해독제가 간 손상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이미 발생한 손상을 회복시켜 주지는 못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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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제를 투여하는 데 주의해야 할 점도 많고, 그 사이 심각한 중독 증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마리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기로 했다.

해독제는처음 8시간 동안은 많은 용량을 투여하고, 그 다음 16시간 동안은 절반 정도의 양을 투여하는 등 여러 단계에 걸쳐 계속 투여해야 한다. 그리고 매일 혈액 검사를 통해 간 기능 변화를 살펴야 한다. 혈액 응고 장애, 신장 이상, 뇌증, 급성 간 부전이 발생하는지도 꼼꼼하게 관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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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는 중환자실 앞에서 초조하게 면회 시간을 기다리는 마리 엄마를 만났다. 두통 약 좀 먹었다고 약물 중독이라니. 다행히 간 이식까지는 안 해도 된다는 소식에 병실로 돌아간 마리는 병원에서 이틀 동안 더 휴식과 치료를 한 뒤 퇴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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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이도 상태가 많이 좋아져 퇴원을 할 수 있게 됐다. 거기다 나선우 아버지가 운영하는 재단에서 치료비 지원도 받았다. 당분간 친한 언니네 집에서 머물기로 한 혜진이네를 보내며 의사 어벤저스들은 한숨을 돌린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응급실이지만, 오늘도 그 안에서 사랑과 우정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자랑스러운 영웅들에게 달콤한 휴식 시간이 주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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