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일흔, 처음으로 ‘나’로 살기 시작했다
장미킴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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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 즈음이 되었어도 결혼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한다, 안 한다가 아니라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의 예시를 만나보지 못했으므로. 

 <내 나이 일흔, 처음으로 '나'로 살기 시작했다>의 저자 장미킴은 1957년생 닭띠다. 우리 엄마 또래인 그녀는 스무살에 만난 남자와 결혼 후 마음 고생이 몸으로 나타날 정도로 참고 살았다. 이유는 명확했다. 요즘과 달리 이혼, 특히 여자의 이혼은 '낙인'이었던 시절이었다. 잘잘못을 떠나 동네방네 이혼녀로 소문이 나서 손가락질 받는 것은 물론이고, 친정 부모 얼굴에 먹칠한 자식이 돼 버렸다. 살기 위해 선택한 이혼이었더라도 어딜 가서도 떳떳하게 고개 한 번 들지 못했다. 그러니 죽는 것보다야 낫다는 절박함으로 이 악물고 버텼다. 

 또 하나 자신의 불행한 가정 생활을 보고 자란 딸이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결혼 따윈 하지 않고 평생 혼자 살 거야!"라고 선언할까 봐 겁이 났었다. 하지만 일흔이 되어, 37년 만에 이혼 도장을 찍은 '언니'로서 말한다. 나를 아프게 하는 환경에서 스스로를 구할 사람은 오직 자신 뿐이라고.






가슴에 독이 쌓이기 전에 '욕'으로 씻어내라.

비결치고는 좀 투박하지? 하지만 엄마에게 욕은 단순한 상말이 아니라 살기 위한 '해독제'였단다.

내 나이 일흔, 처음으로 '나'로 살기 시작했다, 28쪽

 장미킴의 웬수떼기 남편은 죽을 때까지도 철들지 않는 남자였다. 서로 뭣 모르고 시작한 신혼 생활에서 반찬 투정이 웬 말인가. 

 저자는 이혼 전까지 마음 편히, 몸 편히 쉬어본 날이 없었다. 그날도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날이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느라 손가락뼈가 툭 불거져 나오고, 손을 조금만 움직여도 비명이 나올 정도로 아파서 물건 하나 집는 일도 고역이었다. 그럼에도 명절이라고 가족들 밥 한 끼 먹이겠다고 부엌에 선 그녀는 아픈 손으로 온 힘을 다해 정성껏 갈비탕 한 솥을 끓여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을 보며 '그래도 고깃국은 올렸으니 됐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제사도 안 지내는 집인데 뭐가 그리 힘드냐? 명절날 가족들 다 같이 모이는데 갓김치 안 담그고 겉절이 한 번 하는 게 그렇게 어렵냐?"


 이러니 '김치 싸대기'가 나왔지. 

 저자의 웬수떼기는 뒷목 잡게 하는 망발로 모자라 그 뜨거운 갈비탕 그릇을 마룻바닥에 그대로 쏟아버렸다.


 잠시 명상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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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을 울면서 참고 살았더니 몸 여기저기서 구조 신호를 보내왔다. 이대로 가슴 속 응어리를 부둥켜안고 살다가 결국 병이 될 거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저자는 욕을 하기 시작했다. 머리를 감고, 몸을 씻으며 남편을 향해 독한 말을 쏟아 부었다. 물소리를 방패 삼아 오로지 자신만의 공간에서 가장 솔직하게 분노를 터트렸다. 땀과 먼지를 씻어내듯, 남편에게 받은 모욕과 상처를 욕설이라는 비누로 닦아 냈다. 그러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물로 깨끗이 씻어내면 그 독한 말들이 물줄기를 타고 하수구로 흘러 들어갔다. 

 그 덕분인지 저자는 70대가 되었지만 동안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말한다. 딸아, 너도 가슴이 답답할 때면 참지 말고 마음껏 뱉어내렴. 그게 너를 지키는 가장 값싼 보약이란다.







진짜 모습은 시간이 지나야, 그리고 힘든 순간을 함께 겪어봐야 보이는 법이거든.

성실하다는 건 결국 책임감이고, 그 책임감은 상대를 향한 예의에서 나온단다.

내 나이 일흔, 처음으로 '나'로 살기 시작했다, 46쪽

 "엄마, 나 또 헤어졌어. 도대체 어떤 남자를 만난서 연애하고 결혼해야 하는 거야?"


 장미킴은 마음 고생하는 딸을 다독이며 말한다. 

 첫째, 성실함 속에 '따뜻한 인성'이 깃든 남자를 만나라.

 둘째, 네가 아플 때 가장 먼저 달려와 '1순위'로 챙겨줄 남자를 만나라.


 성실하다는 것은 결국 책임감이고, 그 책임감은 상대를 향한 배려에서 나온다는 말도 덧붙였다. 인사를 할 때도 고개만 까딱하는 것이 아니라 90도로 깍듯이 정성을 다하는 남자를 눈여겨 보라고. 그런 남자는 일터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그 따뜻한 에너지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전해지기 때문이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날, 무사히 퇴근했는지 묻는 안부 전화 한 통. 그것은 '너를 지켜주겠다'는 가장 뜨거운 약속이라는 일흔 살 언니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어쩌다 이렇게 세 남자를 지키는 뜨거운 슈퍼 우먼이 되었을까. 나도 보호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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