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의 감정 수업 - 세상이란 파도를 거침없이 타기 위한 자현 스님의 가르침
자현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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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의 <엄마 수업>을 읽다 보면 무릎을 탁 칠만큼 명쾌한 구절이 많다. 어쩔 때는 이 스님이 어디다 갱년기 아내와 사춘기 아들을 숨겨 놓은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결혼을 해 본 것도 아니고, 아이를 키워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엄마들 마음을 그리 잘 알 수 있을까.

<부처의 감정 수업>이라는 책을 통해 만난 자현 스님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자현 스님은 공식적으로 아는 것이 많다.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와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와 고려대학교 철학과, 동국대학교 미술사학과, 역사교육학과, 국어교육학과 미술학과, 부디스트비즈니스학과 및 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과에서 총 8개의 학위를 취득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동국대학교 강의 교수와 능인대학교대학원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부 교수와 승가학부 학부장 및 동국대학교 객원교수 겸 교책 연구 기관에서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더불어 월정사 교무국장 및 수행 원장, 사단법인 인문학과명상연구소 이사장, 사단법인 한국불교학회 이사장 겸 회장,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진정 이 직함들이 한 사람의 몫이란 말인가.

세상이 인정하는 대한민국 대표 학승이지만 정작 스님 본인은 '일이 잘 안 풀려서' 그토록 많은 공부를 하게 됐다고 말한다. 본래 율곡 이이 선생처럼 세상을 바꾸는 실천적인 일을 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다산 정약용 선생과 닮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유배 아닌 유배를 간 처지가 되어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남아도는 시간에 공부를 하다 보니 박사 학위를 8개나 갖게 되었다지만 스님에게 공부는 거창한 구도의 길이 아니었다. 특별히 할 일이 없을 때 TV를 보며 십자수를 놓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고. 그냥 하다 보니 충분히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이었고, 나름의 재미도 있었다니. 나와는 정말 다른 사람이구나 싶어 멀어지려는데 스님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시작되자 의자를 당겨 앉게 되었다.

사람들이 감정 때문에 괴로운 진짜 이유는 감정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감정에 매몰되어서입니다. 감정이 곧 '나'라고 착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감정을 느끼는 것과 그 감정을 토대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감정을 온전히 느끼면서도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 것, 즉 '나'와 '감정'의 분리는 분명히 가능합니다.

부처의 감정 수업, 34쪽

인용하고 싶은 구절이 너무 많아 고민스럽다. 보통 책을 읽다 보면 잘 알고 있지만 간과하거나 잊고 있던 부분을 되새기는 경우가 많은데, <부처의 감정 수업>은 '감정'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본질에 대해 차분히 풀어나간다. 쉽게 말하면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감정은 우리의 일부분일 뿐이다. 때문에 순간 휘몰아치는 감정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얼굴을 살피듯 거울에 비춰보면 깨닫는 바가 있다.

거울은 자기 앞에 놓인 대상이 무엇이든 어떠하든 차별 없이 그 순간순간을 비춘다. 잘생겼다고 더 붙잡아두려 하지 않고, 못생겼다고 밀어내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비출 뿐이다. 우리의 감정도 이와 같다.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거울에 비치듯 잠시 나타난 것뿐이다. 그러니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 하거나 통제하려 애쓰지 말자. 감정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사라지면 사라지는 대로 지켜 보자.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바다 전체로 보면 물의 총량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바람이 불어 쓰나미가 몰려오든 파도가 몰아치든, 결과적으로 바다라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어요.

부자의 감정 수업, 41쪽

모두 다 나다. 가족을 위해 기본 욕구까지 내팽개쳐가며 희생하는 것도 나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며 악다구니를 쓰는 것도 나다. 자랑스러울 일도 창피할 일도 아니다. 그저 서퍼처럼 파도에 올라타 즐기는 자가 고수다.

이를 위해 스님은 '연기하듯 살라'고 말한다. 촬영장에서 슛이 들어가는 순간, 배우들은 배역에 완전히 빠져들어 궁극적인 진리인 전제의 몰입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다가도 감독의 "컷!" 소리에 다시 일상의 진리인 속제로 돌아간다. 이 동시성이 핵심이다. 두 마음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하나가 되어 나아가며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힘을 얻는다.

누구도 희극만, 비극만 선택할 수 없다. 인생의 파도를 즐기는 사람은 그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뿐, 파도와 충돌하지도 계산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연기하듯 살아가는 동시에 자신을 돌이켜 살펴봄으로써 나를 지켜야 한다. 원인과 조건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에 몸을 맡기면서 한편으로는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끊임없이 되비추어 보자.

자현 스님의 감정 수업은 행복을 위해 고장난 수도꼭지를 고치는 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수도꼭지에서 찬물이 나오든 따뜻한 물이 나오든 아니면 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든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행복을 유지할 것인가를 다룬다. 우리의 감각을 무디게 하는 편리라는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밖으로 향했던 시선을 우리 안으로 돌려놓자. 우리는 애초에 불완전함 그 자체를 부여받았다. 그러니 감정을 부정하거나 억제하지 말자. 대신 억눌린 감정이 화산처럼 폭발하기 전에 압력밥솥의 코크를 통해 김을 빼주듯 적절히 분출하자. 감정은 오고가는 파도일 뿐,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바다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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