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결혼을 가리켜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일이라 한다. 적극 동의한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결혼이 이 모양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하는 쪽을 선택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오디세우스가 그 험난한 과정을 뚫고 고향으로 돌아간 가장 큰 이유는 아내인 페넬로페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장장 20년동안 전쟁터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며 108명의 구혼자와 사기꾼들에게 시달렸던 페넬로페. 늙은 유모에게 오디세우스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녀는 감정보다 이성적 판단을 앞세웠다.
"오디세우스의 침대를 신방 밖으로 옮겨놓아라. 그 분이 직접 만든 그 튼튼한 침대를."
그것은 일종의 시험이었다. 진짜 남편만이 알 수 있는 둘만의 비밀을 품고 있는 침대를 이용한.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에게 그 침대는 단순한 가구가 아니었다. 오디세우스가 직접 살아 있는 올리브 나무 기둥으로 삼은 침대, 뿌리가 땅속에 박혀 있는 침대, 따라서 어떤 힘으로도 옮길 수 없는 두 사람의 흔들리지 않는 관계를 나타내는 징표였다.
누구에게나 연애의 시작은 설렘이다. 결혼을 통해 그 설렘은 조용히 소멸하고 그 자리에 책임과 의무라는 생소한 얼굴이 찾아온다. 두근거림은 익숙함으로, 나아가 무감각으로 굳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결혼은 서로를 향한 열정을 신뢰로 전환하고도, 남아 있는 긴 세월을 함께 살아낼 수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호메로스는 말한다. 오디세우스가 젊음과 미모, 영원의 상징 칼립소를 뒤로 하고, 늙고 불완전하고 유한한 페넬로페에게 돌아간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20년이 걸렸고, 멀리 돌아왔지만 남는 것은 사랑이라고.
이 책의 저자인 김상근은 연세대학교 신학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학회장, 학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인문학 지원 재단인 플라톤 아카데미를 창립하는 일을 도왔고, 인문학 공부 모임인 루첼라이 정원에서 그리스, 로마, 독일, 인도, 프랑스, 르네상스 시대의 고전, 유대 문학과 셰익스피어의 명작 등을 주제로 8년 간 강의했다.
피렌체의 문화와 예술을 소개한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는 SBS 특집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고, EBS 인문학 특강과 세계테마기행,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등에 출연하여 인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 책을 위해 저자가 선별한<오디세이> 18개의 주요 장면은 오늘날 청년들이 맞닥뜨리는 시련과 정확히 겹친다. 이것은 예언이나 우연이 아니다. 영웅 오디세우스는 우리처럼 흔들리고 무너진다.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도 홀린 듯 어둠의 굴로 들어가고 다시 후회한다. 하지만 기억하자. 오디세우스의 20년 귀환기 역시 인생의 일부분일 뿐, 마지막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의 끝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