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 김상근 교수가 전하는 인류의 위대한 유산
김상근 지음 / 페이지2(page2)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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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준 영화 <오디세이>의 관객수는 847만명이다. n차 관람객이 늘어나며 천 만 관객 달성은 이미 예정된 미래나 다름 없어 보인다. 사람들은 왜 3,000년 전 한 인간의 이야기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그 시절 사람들이 겪었던 실패의 아픔, 이별의 고통, 배신의 상처, 저항할 수 없는 유혹, 죽음의 공포 등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한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이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다. 이오니아 지방을 떠돌던 유랑 시인이었던 호메로스. 그는 비록 맹인이었지만 인간은 시련과 고통을 통해 단련되고, 그 과정에서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할 수 있다는 진리를 내면의 눈으로 들여다 본 선구자였다.

인간은 언제나 본능에 충실합니다. 겉으로는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몰래 요령을 부리는 인간의 행동, 정의를 외치면서도 작은 부정에 기꺼이 손을 담그는 인간의 모습에 대해 호메로스는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합니다.

오디세이, 94쪽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오디세우스는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게 된다. 그러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감옥, 칼립소의 동굴이 있는 섬에서 7년을 보내게 된다. 그 섬은 신들도 탐낼 만한 곳이었다. 섬 전체가 싱그러운 포도 넝쿨로 뒤덮였고, 네 갈래의 샘물이 사방으로 흘렀으며, 부드러운 풀밭에는 제비꽃과 파슬리가 가득했다. 한 마디로 지상 낙원이었다.

오디세우스에게 반한 아름다운 요정 칼립소는 그를 자신의 동굴 안에 숨겼다. 그리고 인간이 꿈꿀 수 있는 모든 것을 약속하며 그를 붙잡아 두려 한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 영원한 생명, 지상 천국에서 보내는 고통 없는 나날. 누가 이 평화와 행복을 단칼에 마다할 수 있을까.

매일 밤, 오디세우스는 제 발로 칼립소의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매일 아침, 그 동굴에서 나와 혼자 해변가를 걸었다.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 위에 앉아 그가 한 일은 사랑하는 아내 페넬로페를 그리워하며 우는 것이었다. 낮의 눈물과 밤의 동침의 상대가 달랐고, 7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그 시간동안 오디세우스의 마음은 모순으로 뒤범벅돼 있었다. 결혼한 아내에 대한 의무와 요정과의 안락한 삶을 동시에 갈구했던 것이다. 호메로스는 이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저 나와 너, 우리 모두가 가진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었을 뿐.

인상 깊었던 것은 오디세우스가 칼립소를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신들의 명령이 내려진 이후였다. 저자의 말처럼 어쩌면 인간은 신이 개입하지 않으면 본능적 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설렘은 처음에 찾아왔다가 시간과 함께 옅어지지만, 둘만의 비밀은 세월이 흐를수록 오히려 튼튼하게 뿌리를 내립니다. 올리브 나무가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디세이, 280쪽

흔히들 결혼을 가리켜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일이라 한다. 적극 동의한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결혼이 이 모양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하는 쪽을 선택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오디세우스가 그 험난한 과정을 뚫고 고향으로 돌아간 가장 큰 이유는 아내인 페넬로페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장장 20년동안 전쟁터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며 108명의 구혼자와 사기꾼들에게 시달렸던 페넬로페. 늙은 유모에게 오디세우스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녀는 감정보다 이성적 판단을 앞세웠다.

"오디세우스의 침대를 신방 밖으로 옮겨놓아라. 그 분이 직접 만든 그 튼튼한 침대를."

그것은 일종의 시험이었다. 진짜 남편만이 알 수 있는 둘만의 비밀을 품고 있는 침대를 이용한.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에게 그 침대는 단순한 가구가 아니었다. 오디세우스가 직접 살아 있는 올리브 나무 기둥으로 삼은 침대, 뿌리가 땅속에 박혀 있는 침대, 따라서 어떤 힘으로도 옮길 수 없는 두 사람의 흔들리지 않는 관계를 나타내는 징표였다.

누구에게나 연애의 시작은 설렘이다. 결혼을 통해 그 설렘은 조용히 소멸하고 그 자리에 책임과 의무라는 생소한 얼굴이 찾아온다. 두근거림은 익숙함으로, 나아가 무감각으로 굳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결혼은 서로를 향한 열정을 신뢰로 전환하고도, 남아 있는 긴 세월을 함께 살아낼 수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호메로스는 말한다. 오디세우스가 젊음과 미모, 영원의 상징 칼립소를 뒤로 하고, 늙고 불완전하고 유한한 페넬로페에게 돌아간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20년이 걸렸고, 멀리 돌아왔지만 남는 것은 사랑이라고.

이 책의 저자인 김상근은 연세대학교 신학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학회장, 학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인문학 지원 재단인 플라톤 아카데미를 창립하는 일을 도왔고, 인문학 공부 모임인 루첼라이 정원에서 그리스, 로마, 독일, 인도, 프랑스, 르네상스 시대의 고전, 유대 문학과 셰익스피어의 명작 등을 주제로 8년 간 강의했다.

피렌체의 문화와 예술을 소개한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는 SBS 특집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고, EBS 인문학 특강과 세계테마기행,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등에 출연하여 인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 책을 위해 저자가 선별한<오디세이> 18개의 주요 장면은 오늘날 청년들이 맞닥뜨리는 시련과 정확히 겹친다. 이것은 예언이나 우연이 아니다. 영웅 오디세우스는 우리처럼 흔들리고 무너진다.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도 홀린 듯 어둠의 굴로 들어가고 다시 후회한다. 하지만 기억하자. 오디세우스의 20년 귀환기 역시 인생의 일부분일 뿐, 마지막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의 끝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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