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다섯 번째 소제목은 이렇다.
'헛된 가정을 버려야 진짜 삶이 시작된다.'
이 문장을 보자마자 문해력이고 뭐고, '그럼 이혼?'이라는 생각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막을 사이가 없었다.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을 낳지 않았더라면. 결혼을 하더라도 이 분과 하지 않았더라면.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약에'는 현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 뿐이다.
책에서 말하듯 이와 같은 헛된 가정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그것이 결코 검증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때 그 길로 갔더라면 더 행복했을 것이라는 가정에 반박할 근거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 문장을 끝없이 되뇌고, 끝없이 부풀린다. 가지 않은 길은 늘 더 환하고, 만나지 않은 사람은 늘 더 따뜻하며, 잡지 못한 기회는 늘 더 결정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안다. 어떤 길을 가더라도, 가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선택한 길 위에서 또 다른 가정을 만들어 내고 말 것이라는 불편한 사실을.
후회와 가정은 다르다. 후회는 지난 선택에 대한 평가고, 가정은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망상이다. 따라서 후회는 다음 선택에 대한 자료가 되지만, 가정은 다음 선택을 지연시킨다.
긴 세월 자신만의 방향을 향해 나아간 그에 관한 글을 읽고 얻은 위로는 '냉정함'이었다. 천하의 강태공이라지만 어찌 후회와 가정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겠나. 하지만 그는 엎질러진 물 앞에 쪼그리고 앉아 두 손으로 그 물을 퍼담아 넣으려는 사람의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차갑게 말했다. 빈 그릇을 들고 일어나 저 쪽 우물로 가라고.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명징한 직시가 어떤 따뜻한 위로보다 사람을 일으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