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기록법>에는 누구나 따라해 볼 수 있는 다산의 기록법이 몇 가지 소개돼 있다. 가장 쉽게 기록을 시작하는 3단계, 기록을 책으로 만드는 3단계, 나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3단계, 다음 세대로 기록을 전송하는 3단계다. 그 중 기록을 책으로 만드는 3단계 중 3단계인 퇴고에 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퇴고의 첫 단계는 소리내어 읽기다. 눈으로는 매끄럽던 읽히던 문장이 소리 내어 읽었을 때 부자연스럽다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두 번째 단계인 독자의 눈으로 읽는 것과도 같은 맥락인데, 몇 달 혹은 몇 년을 내가 쓴 글을 들여다 보면 그 안에 갇히는 모양이 된다. 때문에 밖에서 안을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덜어내며 읽기다. 누군가 '초고는 버리려고 쓴다'는 말을 했듯 수정의 수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 글이 탄생한다. 그 과정에서 주로 할 일은 더하기보다 빼기다. 없어도 뜻이 통하는 문장, 반복해서 말한 이야기, 의미 없이 단순히 자랑을 위해 넣은 인용구 같은 것들은 과감히 덜어낸다.
네 번째는 단어를 바꿔 보며 읽는 것이다. 글의 가장 기본 단위인 단어는 적확한 자리에 정확한 방식으로 들어가야 비로소 쓸모를 얻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입에 익어 편하게 사용하는 말이라도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사용해야 한다.
위에 인용한 다섯 번째 단계까지 마친 뒤에는 완성된 글을 가장 보이고 싶은 사람에게 최종 확인을 부탁한다. 정약용은 책 한 권을 완성할 때마다 흑산도에서 귀양살이를 하던 형, 정약전에게 보내 냉정한 평가를 요청했다. 그때마다 겸손한 태도로 아낌없이 지적해 달라고 말했다. 이 과정을 통해 다산의 글은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었고,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에게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실질적인 물음에 대한 유용한 대답이 될 것이다.
사실 우리는 매일 기록하며 살고 있다. 잠들기 전 내일 해야 할 일을 적고, 갑자기 생긴 일정을 추가하고, 아이들에게 어른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 미안하다는 편지를 쓴다. 도대체 난 왜 이럴까 하며 눈물 자국 위에 흐린 글씨를 쓰기도 한다. 만약 그것이 훗날 하나의 기록물로 남겨진다면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고질라처럼 불을 뿜어댄 한 괴물이 아닌 읽고 쓰는 것을 사랑했던 한 사람, F와 T가 시의적절하게 잘 발현됐던 사람으로 회자되면 참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