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말 사전 - 새 학년 새 학기
이즐라 지음, 안광복 감수 / 가나출판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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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내 수준에 딱 맞는 철학책!

뭣 모르고 까불고 다니던 시절, 나에게 철학은 말장난 혹은 골치 아픈 것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왜 그토록 철학철학하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더 알아 보려고 여러 책을 읽어봤지만 사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 <철학자의 말 사전>을 보고 눈앞에 밝아지는 경험을 했다. 내 철학 레벨은 초등 수준인데 성인 코너를 뒤지고 있었으니 이해가 될 리가 있나.

공자는 아는 것과 좋아하는 것보다 더 높은 마지막 단계가 있다고 했어.

바로 '즐기는 것'이라고 말이야.

철학자의 말 사전, 64쪽

내가 아무리 철학에 문외한이라도 한 가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이 있다.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 즉 '어떤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라는 뜻이다. 사실 이건 공자님 말씀이 아니어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격하게 공감할 수 있다.

초등 남자 아이 둘을 키우며 매 순간 깨닫는 것은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시킬 수 없다는 것과 좋아서 하는 일을 말릴 수 없다는 것이다. 시키지 않아도 찾아서 하는 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질 수 있는 무언가. 그것이 재능이든 적성이든 돈벌이로 이어지든 말든. 냅두라. 밥은 먹고 살겠지.

잠시 기다리니 물결이 멈추고, 거울처럼 맑은 수면에 내 눈동자가 똑바로 비쳤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었어.

철학자의 말 사전, 84쪽

이 책에는 겁 많고 호기심 많은 평범한 초등학생 이소와 나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고양이 슈이링이 등장한다. 새학기를 맞이한 이소가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빠져 있을 때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슈이링이 나타난다. 이 때 슈이링이 갖고 있던 가방, 컵, 사물함 등에서 철학자들이 나타나 자신들의 이론을 기반으로 문제 해결을 돕는다. 책을 읽다 보면 내 주변에 있는 친구같이 친숙한 이소와 어디서 나타날지 기대하게 만드는 슈이링과도 금방 가까워진 기분이다.

슈이링과 철학자들의 도움으로 새학기의 어색함과 본격적인 학교 생활을 잘 헤쳐나갔던 이소.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시작됐지만 날은 덥고 딱히 할 일이 없어 심심하고 따분해 이리저리 뒹굴거린다. 그때 어김없이 슈이링이 나타난다. 슈이링은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이소를 보며 낡은 계산기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이소와 슈이링은 촛불이 일렁이는 어느 고풍스러운 서재로 순간 이동한다. 그리고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과학자, 수학자인 블레즈 파스칼과 만나게 된다. 계산기를 발명했다는 이 철학자는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와 같다며 인간의 나약함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또 바로 그 사실 덕분에 우리는 위대해질 수도 있다는 파스칼은 불안에 대해 이렇게 해석한다.

"사람들은 잠시라도 멈추면 자기 자신의 부족함이나 걱정과 마주하게 되거든. 그게 두려워서 자꾸 '심심풀이'를 찾아 도망치는 거란다."

이어 파스칼은 슈이링이 들고 있던 대야에 담긴 물을 마구 휘저었다. 물결이 출렁거려서 이소의 얼굴이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일그러졌다.

"자, 보렴. 네가 '심심해, 심심해!'라고 하면서 계속 뭔가를 하려고 할 때의 마음은 이 물결과 같아. 시끄럽고 어지러워서 '진짜 자신'을 비춰 볼 수 없단다."

나부터 반성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시간을 '논다'고 생각하며 책 한 줄이라도 읽어야 가치가 있다고 여겨왔다. 자연히 그것을 아이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놀 때도. 그냥 놀기만 하면 되는데 뭐라도 교훈을 얻어야 시간과 돈을 들인 의미가 있다고 믿었다.

2014년 서울 시청 앞에서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명상'처럼 조금 거리감 있는 수련 대신 누가누가 오랫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나를 겨루는 시대를 역행하는, 어쩌면 앞서간다고 볼 수 있는 퍼포먼스였다. 아이들 친구들과 책모임을 하는 날, 시작 전 모두 눈을 감고 1분~2분 정도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갖는다. 목표가 있어야 행동하는 남자 아이들이기에 누가 1분에 가장 가깝게 손을 드나 시합을 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오직 오차 범위를 줄이겠다는 의지로 불타는 아이들이 횟수를 거듭할수록 긴장이 풀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이 말은 여태 많은 것을 해 왔으니 또 다시 달리기 전에 잠시 쉬자는 뜻이다. 불멍이든 물멍이든 잠시 눈을 감고 낮잠을 자든,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처럼 다 내려놓는 거다. 괜찮다. 하늘 안 무너지니까 걱정 말자.

갑자기 궁금해져 찾아봤다.

철학 哲學

밝을 철

부수 총획 10획

1. 밝다2. 슬기롭다3. 알다

밝을 철. 밝을 철이라니. 철학이랑 조금 더 친해진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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