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평전 - 2026년 개정증보판
앤드루 킬패트릭.정주용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윌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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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 가장 부러운 사람은 워런 버핏 할아버지의 부인이다. 어떻게 이렇게 멋진 남자와 결혼했는지. 그녀의 남자, 아니 사람 알아 보는 눈이 부럽다.

<워런 버핏 평전>을 통해 알게 된 버핏 할아버지는 잔잔하다. 오랫동안 세계 10대 부자로 손꼽히고 있지만 호들갑이나 거들먹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41년 동안 같은 집에서 살고 있고, 오래된 차를 탄다. 오마하 걸스의 자선 행사를 위해 1999년 자신의 지갑을 내놓기 전까지, 무려 20년 동안 하나의 지갑만을 사용했었다.

버핏 할아버지 스스로도 자신은 물건을 쉽게 갈아치우는 편이 아니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의 이런 성격이 독보적인 장기 투자를 가능하게 한 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 버핏이 보여주는 한결같은 모습에 지루할 때도 있지만 그의 매력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워런 버핏 평전, 11쪽

무려 838쪽이나 되는 <워런 버핏 평전>의 작가 앤드루 킬패트릭은 365일 중 364일은 버핏에 대한 자료 수집과 집필에 할애한다. 나머지 하루는 무얼 하느냐. 먹고 놀고 마시는 대신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주총회에 참석한다. 워런 버핏의, 워런 버핏에 의한, 워런 버핏을 위한 삶을 사는 이유는 명확하다. 알면 알수록 버핏 할아버지 인간적인 매력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올해 96세인 그는 멀리서 보나 가까이서 보나 경이로운 인간이다. 투자에 관한 천재성과 흠잡을 데 없는 도덕성,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유머 감각을 동시에 갖춘 보기 드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버핏은 자신의 투자 세계에서 이룩한 모든 것을 넘어서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해 열정을 사르는 사람들의 빛나는 사료가 되고 있다.

첫 번째 법칙 - 절대로 돈을 잃지 마라.

두 번째 법칙 - 첫 번째 법칙을 절대 잊지 마라.

워런 버핏 평전, 336쪽

버핏 할아버지는 온갖 술수와 음모가 난무하는 월스트리트에서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멀찍이 떨어져 지낸다. 그 곳에서 자신만의 원칙으로 독자적인 판단을 내리며 절대로 돈을 잃지 말라는 그 유명한 법칙을 지키기 위해 바쁘게 살고 있다. 이 밖에도 그에게 세 가지의 원칙이 더 있는데 절약, 효율성, 균형과 도전이 그것이다.

이 원칙을 단 번에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일화가 있다.

버핏 할아버지는 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와인을 즐기던 중, 그의 친구 중 하나가 골프 내기를 제안했다. 단지 잠시 즐기려는 것 뿐이었고, 버핏 할아버지를 제외한 다섯 명의 친구들이 동조했다. 그의 성정을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은 버핏 할아버지를 시험해 보려 했다. 그에게 야유를 보내며 내기에 동참하게 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결국 이 원칙쟁이 투자자가 제시한 금액은 단돈 10달러였다.

그는 충분히 숙고했다. 그리고 그 내기가 결코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친구들과의 심심풀이 내기가지고 뭘 그리 진지하냐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바로 워런 버핏다움이다. 작은 일에도 자신이 세운 원칙을 지키는 것.

저자에 말에 의하면 버핏 할아버지는 비즈니스에도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투자가이다. 그는 외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가 세운 도덕적 원칙을 지키려 노력한다. 또 전화에도 잘 응대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신속히 메일을 보내 사람들이 대답을 기다리지 않게 한다. 버핏 할아버지에게는 가식도, 위선도, 가장도 없다. 오래된 가치들을 우선시하고, 정직과 품위를 당연시한다. 또 초 단위로 바뀌는 세상이지만 지금 해야 하는 업무에 깊이 집중하고, 그 일을 끝낸 후에는 다음 번 업무에 열정을 가지고 주력한다.

한 마디로 버핏 할아버지는 바른 생활 사나이다. 그 생활에 도전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옳은 말과 행동이 막상 내 일상으로 들어오면 지켜나가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을.

버핏 역시 작은 실수를 종종 저질렀다. 실수가 없었다면 성공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는 실수를 통해서도 가르침을 얻었다.

워런 버핏 평전, 353쪽

<워런 버핏 평전>은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 중 <나니아 연대기> 다음으로 두껍고 무겁다. 나는 무얼 기대하며 이 책을 읽었을까. 좋은 주식을 싼 값에 사서 비싸게 팔아 부자가 되는 비법을 발견하는 것? 주가가 크게 오를 만한 종목을 보는 눈을 기르는 방법? 아니면 로또 같은 행운?

너무 커서 어디 들고 다니며 읽을 수도 없는 이 책을 읽고 깨달은 점들 중 하나는 주식은 버핏 할아버지 인생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성공에 도취되기보다 지금도 매일 장시간을 공부하고 책을 읽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어디선가 돌발 상황에도 유연하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남성을 보고 '안정형 남친상'이라며 엄지를 추켜 세우는 영상을 봤다. 버핏 할아버지야 말로 '안정형 투자가'이다. 내일 오르나요 내리나요를 두고 동전 던지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원칙을 지켜나간다.

주식을 시작하고 두 가지 후회가 뒤섞인다. 진즉 시작할 걸, 끝까지 하지 말 걸. 그 끝에 늘 자기 성찰로 끝난다. 주식을 사느냐 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차리는 일이다. 일희일비하며 요즘 같은 하락장에 한강 수온을 체크하네 마네 하는 사람인지, 올랐으면 내리고, 내리면 오를 일만 남았다며 흐름을 탈 것인지.

몇 달 후면 97세가 될 워런 버핏 할아버지. 내년엔 저도 주린이 티를 벗도록 힘써 볼게요. 책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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