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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호수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76
앤지 강 지음, 장미란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5월
평점 :

형제, 아빠, 수영.
이 세 키워드로 선택한 책이었다.
'아빠의 부재'라는 책 소개를 보고 굳이 아이들에게 그런 상상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내 품 안에 있던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있었다. 우리네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다름 아님을 알만큼.
오늘, 형은 나를 데리고 수영하러 가요.
아빠와 함께 다니던 그 호수로.
형이 단단히 일러요.
"조심해. 가파른 길을 한참 올라가야 하니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여요.
아빠 없이 형제만 호수를 찾은 건 얼마만일까. 마지막으로 세 사람이 함께였을 때, 아마 동생은 아빠의 등에 업혀있었던 모양이다. 지금보다 작은 아이였던 형이 오르기에도 조금 버거웠던 길인지 두 사람은 서로를 다독이며 '추억의 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형은 장난감처럼 아빠의 머리 위에 있던 빨간 모자를 쓰고, 동생은 아빠의 어깨 한 쪽에 걸쳐져 있던 수건을 든 채로.
누군가 말했다. 그때의 너와 내가 그리운 거라고.
아빠와 함께했던 호수에서 형은 망설임 없이 물 속으로 뛰어든다. 어쩌면 스스로 짊어진 형이라는 무게감에 망설임이 없어 보이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동생은 형을 믿고 마음껏 망설인다. 시원하고 좋으니 어서 뛰어 보라는 형의 말에 겨우 조금씩 나아가 바위 끝에 서 보았지만 물은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고 발 밑이 울렁거린다.
동생은 아빠를 떠올린다. 몸을 풀고, 휙 날아올라 첨벙 물 속으로 뛰어들던 아빠. 물 밖에서 기다리는 형제를 향해 활짝 웃으며 어서 뛰어들라고 손짓하던 아빠. 아빠의 웃음 소리가 스며들자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지면서 아빠와 함께했던 기쁨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어서 뛰라니까!"
아빠같은 형 덕분에 동생은 용기를 낸다. 아빠가 가르쳐 준 대로 몸을 화살처럼 만들어 힘껏 날아오른다. 지켜보던 바람도 잘했다는 듯 아빠처럼 휙 휘파람을 불어준다. 모두 다 우리 편이다.
물속에서 만난 형은 유독 아빠와 닮아 있었다. 동생은 형에게 이곳에 데려와 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형을 와락 껴안았다. 형도 동생을 꼭 그러안았다.
그럴 수 있다면, 정말 하늘에서 아빠가 이 형제를 지켜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그림책으로는 드물게 책커버를 가지고 있다. 바깥 쪽 커버에는 현재 호숫가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형제의 모습이, 안 쪽 표지에는 너무도 그리운 어느 지난 날의 세 사람이 나와 있다. 지금보다 작은 꼬마였던 두 형제 사이에 앉아 있는 아빠의 뒷모습은 커다란 바위, 혹은 곰을 떠오르게 한다. 그런 아빠의 빈자리는 얼마나 클까.
어느 새는 때가 되면 새끼들을 절벽에서 밀어버린다고 한다. 살고 싶으면 날아라. 물에 빠져 가라앉기 싫으면 헤엄을 쳐라. 넌 할 수 있다.
언젠가 내 몫의 시간이 다 지난 뒤, '우리들의 호수'를 찾을 아이들을 상상해 본다. 그때 거기, 우린 모두 함께할 것이다.



* 미자모 카페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