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 ㅣ 동화 쫌 읽는 어린이
고수산나 지음, 해마 그림 / 풀빛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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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나면 할 말이 많아지는 책이 있는가 하면, 입을 꾹 닫게 되는 책도 있다. 온전히 형제간의 우애라는 목적을 가지고 선택했던 <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는 후자다. '세월호'가 잊힐 수 없는, '세월호'를 잊으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언제 어떻게 올지 알 수 없는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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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하준이를 못 본다고?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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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준이와 하준이는 두 살 터울의 형제다. 동생 하준이는 형 서준이와 놀고 싶어 집 안에서도 졸졸 따라다닌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데 방까지 따라 들어와 이것저것 만지작거리고 서준의 옷을 걸쳐본다. 하다하다 안 되면 읽지도 않는 책을 꺼내 뒤적이기도 한다. 

 둘은 한 배에서 나왔지만 말과 행동이 참 다르다. 여자친구가 생겼다며 당당히 선언하는 하준이를 보며 모태 솔로인 서준이는 약이 오르지만 애써 태연한 척 맹물을 들이켠다. 가족 모임이라도 있는 날이면 하준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태권도 품새 동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어른들은 박수를 보내며 지갑 열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하지만 서준은 자기 감정을 쉽게 드러내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하며, 언제나 싱글벙글 웃는 하준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학원에서도,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하준이 부러운 건 사실이지만 닭살 돋을 만큼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하다. 


 어느 날 아침, 등교 준비를 하던 서준은 하준과 말다툼을 벌인다. 그날따라 떼를 쓰는 하준이가 보기 싫어 엄마가 보지 않을 때 하준이에게 꽉 쥔 주먹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너 오늘까지 게임이 안 주면 죽을 줄 알아."

 그때까지만 해도 서준은 알지 못했다. 불에 그을린 것처럼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남기게 되는 말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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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도 있어. 하준이가 듣고 싶은 말, 하준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가 있다고. 그게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가 있어."

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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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오후, 하준이는 하교길에 교통 사고를 당했다. 소식을 듣고 놀란 서준은 엄마 대신 자신을 돌보러 달려온 할머니에게 하준이의 상태에 대해 묻는다. 

 "많이 다쳤어요? 아프대요?"

 "아프, 아프진 않을 거야. 하, 하늘 나라로 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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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서준 엄마는 죽 한 숟가락도 넘기지 못했다. 서준은 밀려드는 후회에 혼자 어쩔 줄을 몰랐다. 하준이가 내는 수수께끼에 답해줄 걸, 종이접기로 하준이가 좋아하는 공룡을 접어줄 걸, 같이 보드 게임할 때 애써 이기지 말고 한 번쯤은 져 줄 걸, 학교나 학원에 갈 때 혼자 쌩하니 먼저 가지 말고 발걸음을 맞춰 나란히 걸어 볼 걸.


 사고 이후 서준은 이름 대신 '동생 죽은 애'로 불렸다. 사고 보상금으로 맛있는 걸 사달라는 불량배들을 피해다니는 것도 고단했다. 그 즈음 서준의 부모님은 장례식에서 들었던 AI 추모 서비스를 신청한다. 지난 토요일 사촌 동생의 결혼식에 갔던 엄마가 먼저 돌아가신 이모부가 마치 살아 있는 듯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는 영상을 보고 마음이 급해진 것이었다. 

 서준의 부모는 새끼 손톱보다 작은 칩 안에 하준이의 생전 모습을 입력했다. 하준이의 사진과 동영상을 시작으로 하준이가 쓰고 그린 그림일기, 학교에서 쓰던 공책, 하준이의 방과 집의 모습 등. AI 안경을 쓰면 입력된 자료를 학습해 '진짜' 하준이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기계 속 하준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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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 다녀온 서준을 반긴 것은 AI 안경을 쓰고 허공을 쓰다듬고 있는 엄마였다. 하준이 죽은 뒤에도 여전히 관심 밖인 것 같아 마음이 쓸쓸했지만 그저 울기만 하던 엄마가 살아난 것 같아 참을만 했다. 처음 AI 추모 서비스를 제안받았을 때 엄마는 가짜 하준이는 싫다고 했었다. 하지만 서비스가 시작되자 AI 안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하준이를 보느라 그 주위를 맴도는 서준을 잊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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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준은 혼란스러웠다. 가짜 하준에게 질투를 느끼다니 얼마나 우스운가. 두려움도 커져갔다. 아빠가 서준이의 운동화가 작아지고 있다는 것을 모를까 봐, 엄마가 서준이가 좋아하는 카레를 만드는 방법을 영영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죽어서도 엄마, 아빠를 빼앗아가는 동생이 미웠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다. 만약 동생 대신 내가 죽었다면, 엄마와 아빠가 덜 슬퍼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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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는 그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도 하준이를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했다.

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 126쪽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몇 가지 소동을 거친 후에야 서준과 그의 부모는 하준을 제대로 추모하기 시작한다. 하준과 함께 갔던 쌀국수 집에서 하준이가 좋아했던 것들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그럴수록 서준은 믿음이 생겼다. 하준이도 틀림없이 우리와 함께 웃고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하고 있을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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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준이가 떠난 뒤에야 하준이가 왜 그토록 자신의 방에 놀러오라고 했는지 알게 된 서준은 이제 슬픔에 잠겨 있지 않기로 했다. 분명 하준이는 하늘 나라에서도 여전히 수수께끼를 내며 좋아하고 있을 테니까. 하준이가 없는 하루가 더 지나가고, 서준이는 그렇게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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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는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다. 어느 정도 슬플 거라 각오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안타까운 상황과 서준이의 복잡한 심경에 감정 이입이 돼 몇 번이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루에도 수십 번 적이 되었다 소울 메이트가 되었다 하는 우리 집 두 아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쉬지 않고 떠들던 입을 꾹 닫았다. 책 속으로 빠져들었던 둘째 아이가 마지막 장의 마지막 글자까지 읽더니 아무 말없이 이 책을 꼭 끌어안았다.

 "내 독후감 공책의 베스트가 바뀌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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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이 얇은 한 권의 책이 이토록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 놀라웠다. 아마 서준과 하준 또래의 형제를 키우고 있다는 게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죽음 뒤에 따라오는 다짐.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곧 짧은 여름 방학이 시작된다. 내일은 아이들과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우리만의 여름방학 대작전을 짜봐야겠다. 제 1 순위는 서로 사랑하기. 늘 곁에 있다고 소중함을 잊지 않기. 그리고 수학, 영어, 한국사... 음, 일단 물놀이부터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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