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 ㅣ J Mystery 1
쓰치야 우사기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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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 소설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다. 여기저기 복선과 단서를 보일 듯 말 듯하게 숨겨놓고 "그것 봐라, 못 찾았지?"하며 놀림 당하는 기분이랄까. <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를 선택한 이유는 어떤 '수수께끼'냐 하는 것보다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빵집'이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압박하지 않아도 내가 먼저, 내가 먼저하며 읽을 게 뻔할 테니.




내가 좀 더 일찍 알아차렸으면 유키코가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생각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맴돌았다.

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 55쪽


 주인공 이치쿠라 고하루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빵을 좋아해서, 집에서 가까워서,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실 다른 곳이 아닌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팔고 남은 빵을 받아올 수 있다는 점이 혼자 사는 가난한 대학생인 고하루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는 다섯 개의 빵 이야기가 나온다. 탄 크루아상, 꿈꾸는 바게트, 사랑하는 시나몬롤, 안녕, 초코소라빵, 추억의 카레빵. 그 중 탄 크루아상과 사랑하는 시나몬롤은 청춘 만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혹시나 싶어 저자 소개로 돌아가 보니 이 책은 1998년 생 만화가 작품이었다. 어쩐지. 

 책날개에 이어지는 책 소개처럼 <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는 작가의 오사카 생활과 빵집 아르바이트 경험, 만화가로서의 활동 등 살아 움직이는 삶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따뜻하고 무해한 생활 밀착형 미스터리. 인정.


 이 책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탄 크루아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여러 번 상상해봤을 법한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유명인과의 연애. 물론 그건 철저히 비밀이어야 한다. 온 세상 사람 대 오직 두 사람. 이보다 더 특별할 수 있을까.

 고하루와 유키코는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 친구다. 대학 입시 날 당황해서 길을 잃어버린 고하루를 역에서 기다렸다가 시험장까지 데려다준 사람이 바로 유키코다. 둘은 대학 진학을 위해 같이 도쿄에서 오사카로 이사왔고, 얼마 후 먼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유키코의 소개로 고하루도 빵집 '노스티모'에서 함께 일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유키코에게서 '수상함'이 감지된다. 두 사람이 한참 전에 약속했던 <상검연무>라는 공연의 라이브 뷰잉(해외나 먼 지역에서 하는 콘서트나 공연을 위성 생중계로 송출받아서 보는 것)에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하루 전에. 사실 유키코가 그 공연에 나오는 배우 하세피의 열렬한 팬이라서, 그녀의 뜨거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이 고하루도 완전히 빠져버렸다. 그런데 대체 어떤 사정이 있기에 이 중요한 약속을 깨트리려는 걸까. 그것도 레나 선배 대신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거짓 핑계까지 대가면서.


 알고 보니, 유키코는 오사카의 라이브 뷰잉이 아니라 도쿄 공연을 직접 관람했다. 그것도 하세피의 연인으로서.

 "미안해. 네 말이 맞아. 숨겨서 미안해."

 "왜 숨긴 거야? 솔직하게 말하면 되잖아."

 "너한테 말하려고 했지만, 혹시 그 사람에게 폐가 될까 봐."

 누가 유키코의 순수한 마음에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과연 고하루는 어떻게 유키코가 전날 빵집에서 일한 게 아니라 도쿄에서 하세피의 공연을 직접 관람했을 거라 추리했을까. 먼저 유키코의 외적 변화였다. 공연 전날, 유키코가 평소와 다르게 네일을 붙이고 왔었다. 장갑을 끼고 벗고 하다 네일이 망가질 수도 있는데,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해가며 네일을 붙이고 왔다는 것은 멋을 부릴 만한 특별한 일이 있다는 증거였다. 또 빵집 주방에서 일하다 보면 신발까지 밀가루로 뒤덮이곤 하는데 그날 유키코는 예쁜 펌프스를 신고 있었다. 

 그리고 공연 다음날, 함께 공연을 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둘은 유키코의 집에서 녹화 영상을 보기로 했다. 고하루가 보기에 보통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과 어댑터는 집의 콘센트에 계속 끼워두는데 그날 유키코의 집은 달랐다. 이 말인즉, 유키코는 어제 충전기를 들고 집을 떠났었다. 그리고 깜빡 잊고 충전기를 놓고 오는 바람에 집 콘센트가 비어 있었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크루아상. 공연이 있었던 날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던 유키코는 일을 마치고 탄 크루아상을 싸들고 갔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고하루가 유키코의 집을 찾은 그날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다.





만약 레나 선배가 아타미 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사토미씨를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레나 선배한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 70쪽


 빵집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을 따라가다 보면 고개를 갸웃할 때가 있다. 다소 억지스러운 상황에도 노스티모 빵집으로 한 발자국 더 다가가게 하는 것은 바로 고하루다. 그녀는 감사할 줄 알고, 미안해할 줄 안다. 마음만 한 가득으로 끝나지도 않고 진심을 전할 줄도 안다. 현실에서도 책 속에서도 '순수'와 어울리는 인물은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다.  


 <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를 선택할 때 '빵집'이 원인이었다고 말했었다. 그 선택의 결과는 '향기'로 남았다. 갓 구운 빵 향기, 그리고 좋은 사람의 향기. 

 왠지 이런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다. 사랑스러운 빵 이야기, 잘 먹었습니다. 







* 미자모를 통해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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