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물에 잠기던 날, 내 뱃 속에는 첫째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행여 아이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전해질까 그 믿기 힘든 소식에서 눈을 돌리려 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울고 울고 또 울었다.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에 구명 조끼를 입고 선실에서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견뎠던 아이들. 뒤늦게 마지막임을 깨닫고 엄마에게 고맙다, 사랑한다 메시지를 보낸 아이들. 곧 엄마가 될 나에게 '만약'이라는 말 뒤에 달라붙는 상상력은 떨쳐내기 힘든 고통이었다.
2025년 4월 10일. <토끼풀>의 문성호 기자는 경기 안산의 단원 고등학교에 있는 '단원고 4.16 기억 교실'을 찾았다. 기자의 거주지에서 왕복 3시간 거리였지만 기사를 작성하기 전 희생자들이 생활하던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기억 교실 안에는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개개인의 책상과 물품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고 한다. 가수를 꿈꾸던 학생에서 역사학자를 꿈꾸던 학생까지. 그저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었던 우리의 아이들.
기자는 세월호 참사가 단순히 '과거의 사건'으로만 소비되거나 특정 정치 세력의 전유물로 소비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안전 불감증과 관행적 부실이 여전히 우리 주위 곳곳에 만연한 현실 속에 제 2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다. 다음 번에도 운 좋게 나를 비껴갈지 아무도 모른다.
혹자는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의 활동이 정치로 뛰어들기 위한 것이라거나 좋은 대학 가기를 위한 징검 다리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아무 걱정 없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일개 중학생이 봐도 개탄스럽고 한심하다는 12·3 비상 계엄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물려받고 싶다'는 일갈에 무슨 잔소리를 덧붙일 수 있겠는가.
오늘도 청소년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대한민국 리틀야구 메이저(U-12) 대표팀은 대만을 꺾고 7년 만에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진출권을 따냈다. 나이만 먹은 어른들을 향해 기후 위기에 맞서 싸우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똑부러지게 연설했던 스웨덴의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우리집 아이들은 쾌적하고 조용한 도서관에서 만화책 <수학 도둑> 신간을 보고 있다.
지난 4월 30일 <토끼풀> 창간 2주년을 기념한 칼럼에서 편집장 문성호 기자는 후원금이 없어 사비를 들이고, 단체 계좌 잔고가 6만원 밖에 되지 않아 진지하게 휴간 또는 폐간을 고려했던 지난 날을 회상했다. <토끼풀> 홈페이지를 둘러 본 뒤 뉴스 레터를 신청하고, 후원금도 보냈다. 내 아들은 아니지만 자랑스럽다. 내 아들은 이 책을 제대로 읽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 미자모 카페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