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찰을 전하는 아이 대본집 - 어린이 역사 연극
한윤섭 원작.각색 / 푸른숲주니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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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 장군 전봉준이 김경천의 밀고로 관군에 붙잡혀 처형되었다.

만약, 전봉준이 김경천이 밀고할 것을 알고 있었다면?

<서찰을 전하는 아이>는 교과서 속 한 줄의 역사에서 시작되었다.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목숨도 아까운 줄 모르고 발로 뛰어다니던 인물들 중 하나인 전봉준. 녹두처럼 작지만 단단했던 그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었다. 하지만 배신은 참혹했다.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열망만큼 안타까운 그의 죽음을 다룬 이야기 <서찰을 전하는 아이>가 어린이 연극 공연을 위한 대본집으로 재탄생했다. 저자인 한윤섭은 동화 작가이자 극작가이며 연극 연출가이기도 하다. 앞서 발표한 작품을 새롭게 각색하며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덕분에 아이들과 하나의 이야기가 다양한 장르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과 여러 가지 예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참 좋았다.

희곡은 인물의 대사와 행동으로만 채워진 글입니다.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라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보고 이야기를 파악한다는 점이 동화와 희곡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 대본집, 5쪽

<서찰을 전하는 아이>는 어느 한 보부상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보부상에게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다른 것들과 섞이지 않는 기억이 있었다. 바로 동학 농민 운동을 이끄는 녹두 장군 전봉준에게 서찰을 전한 일이었다. 사실 이는 보부상이 어린 아이였을 때 그의 아버지가 전봉준에게 전하려던 서찰이었다. 하지만 길을 나선 후 아버지는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했다. 아이는 슬퍼하기만 하지 않았다. 한 사람을, 나아가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서찰을 아버지 대신 전봉준에게 전하기로 결심한다.

길은 험했다. 무엇보다 아이를 답답하고 힘들게 한 것은 서찰의 내용이 무엇인지, 누구에게 전달해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서찰은 한자로 쓰여져 있었지만 아이는 글을 읽을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 덕분에 아이는 서찰에 적힌 글이 '오호피노리경천매녹두' 이며 그 의미가 '피노리에 사는 경천이라는 자가 녹두 장군 전봉준이 있는 곳을 알리려 하니 슬프다'라는 것도 알아냈다.

희곡에는 다양한 형태의 대사가 등장한다. 그 중 방백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방백이란 등장 인물이 말을 하지만 무대 위에 함께 있는 다른 인물들에게는 들리지 않고 관객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약속되어 있는 대사를 말한다. 이 대본집에도 그런 대사가 여러 번 등장한다. 주로 아이가 서찰에 담긴 비밀을 지키려 할 때다.

아이 (혼잣말) 아니지. 이건 아주 중요한 서찰이야. 그 서찰에는 사람을 구하고, 때로는 세상을 구할 만큼 중요한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내용을 알면 안 된다.

이 때부터 등장 인물과 관객은 하나로 뭉쳐 함께 비밀을 지켜나가고, 서찰이 무사히 전봉준에게 전해지기를 기도한다.

아이 스님, 저는 미륵산 스님의 말을 듣고 여기 주지 스님을 뵈러 왔습니다. 스님의 병세가 위도하시다는 말을 듣고 왔습

니다.

주지승 어린 것이 아주 먼 걸음을 했구나.

아이 스님께 노래를 들려 드렸으면 합니다.

주지승 네가 나한테 노래를 들려준다고? 왜 내게 노래를 하느냐?

아이 장터에서 배운 게 제 노래에 약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지 스님께 불러 드리려 합니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 116쪽

<서찰을 전하는 아이>를 읽으며 약이 되는 아이의 노래가 무척 궁금했다. 이 대본집에도 아이가 노래를 통해 사람을 살리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는데 실제 연극 공연을 통해 그 노래를 듣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연 일정을 찾아 봤는데 작년에 종료되어 많이 아쉬웠다.

얼마 전 아이들과 정읍으로 기차 여행을 갔었다. 떠나기 전 정읍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 내장산과 녹두 장군 전봉준에 대해 알아보았다. 여러 가지 책을 펼쳐 놓고 읽던 중 마주한 그의 사진 앞에서 아이들은 잠시 얼어붙었다. 나 역시 이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당장이라도 사진을 뚫고 나와 달려들 것 같은 기세에 자꾸 눈을 피하게 된다.

만약 전봉준이 큰 뜻을 함께 품었던 동지를 믿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가 밀고하기 전 피신했다면 어땠을까. 아이들은 김경천을 믿고 도망가지 않은 전봉준을 이해할 수 없다 했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그때 몸을 숨겼더라면 훗날 그가 원하는 동학 운동은 더 크게 뻗어나갔을 텐데.

크리스마스에 종종 아이들과 가족 공연을 하곤 한다. 악기 연주나 아이들의 즉석 개그 공연이 주인데, 올해는 이 대본집을 가지고 멋진 연극을 만들어봐도 좋을 것 같다. 또 모르지. 아이들에게 연기자의 피가 흐르고 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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