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찰을 전하는 아이>는 어느 한 보부상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보부상에게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다른 것들과 섞이지 않는 기억이 있었다. 바로 동학 농민 운동을 이끄는 녹두 장군 전봉준에게 서찰을 전한 일이었다. 사실 이는 보부상이 어린 아이였을 때 그의 아버지가 전봉준에게 전하려던 서찰이었다. 하지만 길을 나선 후 아버지는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했다. 아이는 슬퍼하기만 하지 않았다. 한 사람을, 나아가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서찰을 아버지 대신 전봉준에게 전하기로 결심한다.
길은 험했다. 무엇보다 아이를 답답하고 힘들게 한 것은 서찰의 내용이 무엇인지, 누구에게 전달해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서찰은 한자로 쓰여져 있었지만 아이는 글을 읽을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 덕분에 아이는 서찰에 적힌 글이 '오호피노리경천매녹두' 이며 그 의미가 '피노리에 사는 경천이라는 자가 녹두 장군 전봉준이 있는 곳을 알리려 하니 슬프다'라는 것도 알아냈다.
희곡에는 다양한 형태의 대사가 등장한다. 그 중 방백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방백이란 등장 인물이 말을 하지만 무대 위에 함께 있는 다른 인물들에게는 들리지 않고 관객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약속되어 있는 대사를 말한다. 이 대본집에도 그런 대사가 여러 번 등장한다. 주로 아이가 서찰에 담긴 비밀을 지키려 할 때다.
아이 (혼잣말) 아니지. 이건 아주 중요한 서찰이야. 그 서찰에는 사람을 구하고, 때로는 세상을 구할 만큼 중요한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내용을 알면 안 된다.
이 때부터 등장 인물과 관객은 하나로 뭉쳐 함께 비밀을 지켜나가고, 서찰이 무사히 전봉준에게 전해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