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읽다 보면 무언가 남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인 벤자민 마이어스는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이며 시인이다. 덕분에 그의 작품은 풍경, 도덕성, 인간 관계 등의 주제를 아우른다. 그가 묘사하는 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의 옆에 앉아 함께 그 풍경을 보고 있는 것 같은 행복한 착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이 이야기의 도입부에 전쟁 후의 상황에 대해 길게 이야기한다. 전쟁은 끝났지만 끝난 게 아니었다.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남아 있는 흔적은 오래도록 남아 있을 테니까.
로버트와 덜시의 만남은 그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 중 하나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길. 누군가는 처음 만나는 강렬한 빛에 눈이 감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빛은 내게 어울리지 않아, 익숙한 어둠이 나아. 하지만 로버트는 포기하지 않는다. 망막에 새겨지는 강렬한 빛 앞에 무모하게 맞서는 대신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린다. 낯설지만 설레는 앞날에 적응하기 위해. 그러려면 반드시 버텨야 하는 구간이 있다.
로버트의 낯선 도전을 응원하며 읽다 보니 우리는 왜 이 바쁜 세상에 돈도 안 되는 문학을 읽는가로 생각이 미쳤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문학은 결국 인생이고 사람이다. 문학을 통해 우리를 잃지 않고 서로를 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되 같은 방향을 보며 천천히 나아가는, 이런 세상도 있다 안내하며 함께 가주는 덜시 같은 어른이, 인생 선배가 가까이 있다면 우리는 문학의 힘을 믿고 장기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미자모 카페에서 이 도서를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