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이 이렇게 쉬웠어?
류치 지음, 이지수 옮김, 정동은 감수 / 동아엠앤비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기 시작할지 말지 굉장히 고민했다. 결국 싱그러운 표지와 제목에 낚여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후루룩 넘겨봤을 때 바로 깨달았다.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내가 느끼는 수학의 가장 큰 매력은 재미이다. 수학이 처음 재미있다고 느꼈을 때에는 왜 지금껏 이런 재미를 모르고 살았을까 안타까운 생각이 들 정도였다. 

미적분이 이렇게 쉬웠어?, 215쪽


 네? 물론 나도 수학이 술술 잘 풀리던 시절이 아주 잠깐 있었는데, 그렇다고 뭐 안타까울 정도는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세상에는 수학보다 재미있는 게 널리고 널렸다. 

저자는 긴 편지를 쓴다는 기분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수학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과 미적분에 대한 경험들을 교과서처럼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신 일상과 연결해 풀어가기 위해서였다. 수학적 능력은 정의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차례부터 장벽이 좀 높았다. 축소 복사를 하러 갔는데 다변수함수에 능통한 복사집 사장님을 만난다던지, 명절날 타고 가는 고속 열차에서는 극한을 다루고, 함수를 통해 주식을 사고 파는 시점을 알아 본다. 과연 내가 이 책을 다 읽어낼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책 표지의 홍보 문구를 믿어보기로 했다.


 '수알못'인데 미적분이 저절로 읽어지네!

 "미적분학의 정수를 이토록 유머러스하고 날카롭게 파헤친 책은 드물다."






"수학과 물리의 관계는 매우 돈독하다. 그 이유는 여러 수학 문제가 물리로부터 탄생했으며, 여러가지 수학 이론도 물리를 바탕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미적분이 이렇게 쉬웠어? , 201쪽



 반칙이다. 미적분 얘기를 쉽게 해 준다더니 물리를 갖다 붙이다니. 아, 몰라몰라.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이라. 일단 따라가 보자.

 미적분이 탄생하기 이전에 사람들은 대부분 움직이지 않고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연구했다. 그래서 변화하는 힘에 대한 작용은 물리학자들이 가장 고민하던 문제였다. 17세기에는 이미 많은 과학자들이 세계가 움직이고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물체의 움직임과 변화에 관해서는 뚜렷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던 중 미적분이 발명되었다. 미적분은 수학 뿐 아니라 물리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이상적인 도구였다.


제아무리 놀라운 발명이어도 실생활에 쓰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람.

미적분을 이용해 좋은 어항 고르기에 도전해 보자. 아름다운 관상용 물고기들은 어항의 수압과 수온에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물고기를 잘 키우려면 좋은 어항을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심 h 지점에서 단위 넓이당 압력은 다음과 같다.

 p = pgh

어항 속의 수압이 수심 h지점에서 S라는 평평한 면이 측면에서 받는 압력이라고 한다면 평평한 면이 수평의 위치에 있을 때 받는 압력은 이렇다.

P = p·S


그런데 만약 평평한 면이 수평으로 놓여 있지 않다면 각 지점에서 받는 압력 p는 모두 다르다. 수심이 h인 직사각형 어항의 측면 벽에서 받는 수압은 얼마일까? 어항의 가로를 a, 세로를 b라고 하면 P = p·S에 따라 어항이 받는 수압을 구할 수 있다.

p=pgh·ab


수압처럼 계속 변하는 힘에 대한 작용은 이것을 아주 작은 구간으로 나누어 작은 구간 안에서는 힘이 변하지 않는다고 간주하고 계산해야 한다. 그러면 아주 작은 공간 안에서는 일정한 힘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몇 년 전 아이들의 정서를 위한답시고 물고기 기르기에 도전했었는데 왜 여러 번 실패했었는지 이제 알았다. 수학을, 미적분을 못해서였네. 

 "수학을 대체 어디에다 써먹는다는 거죠? 살면서 더하기 빼기만 잘하면 되지 복잡한 공식은 알아서 뭐해요?"라는 합리적인 질문에 대한 이 책의 답은 이렇다. 수학 공부는 매일 밥을 먹는 것과 같다고. 아주 오래전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먹은 그 음식은 우리 몸에 영양소를 공급해 주었다. 수학을 공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떤 공식을 배워도 금세 까먹을지 모르지만 그 공식을 배우고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영혼의 일부분이 된다, 는 저자의 말씀이다. 

 Better than nothing.

 미적분을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언제 어느 순간에는 조금 더 나을지도. 어쩌면.





  * 미자모 카페를 통해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