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사랑하고 꽃피운 윤동주 김소월 필사북 - 뮤지컬, 영화, 노래가 된 동주·소월 시 108선
윤동주.김소월 지음 / starlogo(스타로고)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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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단숨에 읽고 나서 한 사람이라도 더 읽게 하려고 들고 다니며 권해주는 책이 있다. 또 어떤 책은 한 장 두 장 읽으며 차오르는 감정에 진도가 잘 나가지 않기도 한다.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알록달록한 표지의 <한글을 사랑하고 꽃피운 윤동주 김소월 필사북>이 후자의 경우다. 게다가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을 기념하는 필사북이라니 세종 대왕의 자주 독립과 애민 정신을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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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가장 사랑한 시인 윤동주.

한글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시인 김소월.

그들의 시는 영화가 되었고, 노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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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인은 일제 강점기 같은 하늘 아래 살았다. 조선의 말과 글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고, 학교에서 조선어 교육이 전면 금지되었다. 조선어학회까지 강제 해산된 마당에 우리말로 글을 쓴다는 것은 저항이었고, 우리말로 시를 남긴다는 것은 용기였다. 말을 잃으면 민족도 사라진다. 때문에 윤동주와 김소월은 짧은 생을 예상이나 한 듯 부지런히 써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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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자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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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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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많기도 하다

한글을 사랑하고 꽃피운 윤동주 김소월 필사북,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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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자는 걸까 안 자는 걸까.

늦은 밤, 이른 새벽까지 깨어 있는 일이 많은 요즘의 나는 정답을 안다. 못 자는 밤도 있고, 안 자는 밤도 있다. 나 같은 경우 적막하고 고요한 이 시간이 아까워서 못 자고 안 잔다. 낮동안의 소음이 사라지고, 온 세상에 나만 홀로 남은 것 같은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십대 청년이었던 윤동주의 밤은 어땠을까. 무엇을 걱정하느라 그리 잠 못 들었을까. 스물 일곱 짧은 생을 살다 간 시인의 고독이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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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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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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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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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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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금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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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사랑하고 꽃피운 윤동주 김소월 필사북.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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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미처 몰랐다. 결혼 전에 한 번 지나가 보지도 않았던 이 도시에서 아이를 둘이나 낳고 농부의 아내로 살게 될 줄은 상상도 안 해 봤다. 또 이렇게 살아 보니 알겠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거.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거.

하나 더 하자면. 그때 그 일은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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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게 없던 젊은 시절엔 마른 하늘에 떨어진 날벼락에도 종종 내 탓을 했다.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 의사를 좀 더 분명히 전달했어야 했는데, 그 사람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누군가 말했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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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살아 보니 알겠다. 그 자리에 서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들이 참 많다는 것. 막연히 '이해'한다고 했던 일들이 얼마나 가벼운 것이었는지. 어느 날 늘 그 자리에 있던 달을 올려다 보며 느낀 시인의 설움을 나는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써 본다.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눈으로 지나칠 때와는 사뭇 다르게 무언가 머무는 느낌이다. 윤동주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을 쓸 때는 국룰인 듯 비장해진다. 손 끝에 남겨진 그 기운은 곧 나의 다짐이 된다. 이것이 필사의 힘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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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필사 책을 접했을 때는 정한수를 떠 놓고 기도하는 심정이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예쁜 글씨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의 머리말 말미에 있는 문장으로 이 밤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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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있어 시가 있었고, 시가 있어 우리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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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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