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양장)
타샤 튜더 지음,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공경희 옮김 / 윌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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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타샤 할머니하면 동화 속 세상이 떠오른다. 일단 할머니 자체가 동화다. 은발 머리에 두른 꽃무늬 패턴의 두건부터 한 눈에 봐도 요즘 것이 아닌 고고한 치맛자락들. 할머니의 정원은 또 어떻고. 할머니가 자연 속에 사시는 건지, 자연이 할머니 곁에 머무르는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그 둘은 보기 좋게 어우러진다. 무엇보다 타샤 할머니가 동화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할머니의 엷은 미소 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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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정원이 어떤 모양이면 좋을지 선명한 그림을 마음에 품고 있다. 종묘상에서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됐어요! 나는 내가 원하는 걸 확실히 아니까요. 원하지 않는 것 또한 잘 안다.

행복한 사람, 타사 튜더,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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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할머니처럼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있을까. 정원에서 흙을 파고 있거나 작업실에 쪼그리고 앉아 그림에 색칠을 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 달려가서 뭐라도 도와줘야 할 것 같아 마음이 바빠진다. 하지만 할머니의 일상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누구도 그녀를 흉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독립심 강한 화가 어머니와 뛰어난 조선 기사였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타샤 할머니의 친가는 보스턴에서 대대로 저명한 가문이었다. 아버지가 마크 트웨인과 막역한 사이였다니 더 말해 무엇하리. 하지만 타샤가 어렸을 때 집안이 가난해졌고, 아홉 살 무렵에는 부모의 이혼으로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며 살게 되었다. 겨울에는 코네티컷주의 레딩에서 활달하고 사랑 많은 '보헤미안' 가족과 지냈고, 주말과 여름에는 어머니의 화실이 있는 뉴욕이나 보스턴의 비컨힐에서 지내기도 했다.

이후 타샤 할머니 역시 가정을 꾸렸으나 오래 가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꿈꾸던 현실에서 살게 되었다. 정원을 가꾸고 소젖을 짜며 그림을 그리는 일상. 어릴 적 꿈대로 살기 위해 단호한 정신과 강한 결단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소망하던 환경에서 살기 위해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쉬지 않고 일해야 했기 때문이다. 막내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수도도 전기도 없는 곳에서 네 아이를 키워냈다면 말 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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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래된 물건을 상자 속에 넣어두고 보지 않는 것보다는 차라리 매일 쓰다가 깨뜨리는 편을 택하겠어요."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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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할머니의 동화같은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어떤 하루들을 이어가고 싶은가. 계절마다 사방 천지에 피어나는 꽃들을 즐길 자신은 있지만 천 개도 넘는 수선화 구근을 심는 일은 끝마치지 못할 것 같다. 눈 덮인 숲에 갇혀 한 겨울을 보낼 일도 막막하다. 헛간을 청소하고, 소젖 짜는 일을 매일 해야 한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갈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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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할머니와 통하는 것도 있다. 바로 책이다. 어릴 때 즐겨 보던 책을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며 색다른 감동을 느끼는 부분도 닮았다. 어떤 소설은 읽을수록 깊이를 더해간다. 마치 영화처럼 인물들이 눈앞에 그려지고, 그 장면에서 나는 음식 냄새도 맡을 수 있을 것 같다. 타샤 할머니가 좋아했던 에밀리 디킨스의 "책 같이 우리를 머나먼 곳으로 데려가는 프리깃함(소형 군함)은 없다."는 말에 반기를 들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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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마음에 달려있다는 말. 타샤 할머니에게 들으니 더욱 와닿는다. 행복이 별 거 아니라는 호기도 생긴다. 내일을 위한 다짐까지 갈 거 뭐 있나.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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