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곤충이 진화하는 목적은 레벨업이 아니라 그저 어떻게든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앞다리를 퇴화시키고 날개를 단다든지, 다리 길이를 좀 더 늘린다든지, 천적의 눈에 띄지 않게 몸 색깔을 바꾼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모든 것은 곤충의 의도가 아닌 주어진 환경에 따른 것이다. 이에 적응하지 못한 녀석들은 가차없이 사라지고, 어쩌다 보니 생존에 유리한 조건을 가진 곤충들이 남아 세대를 이어나간다.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를 보며 다시 한 번 만화책의 순기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낯선 분야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는 만화가 제격이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이 '교양서'나 '학술서'에 담긴다면 분명 <코스모스> 급의 벽돌책이 될 것이다.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도 354쪽이라는 만만치 않은 두께를 자랑하지만 치고받고, 밀고당기는 글과 만화 사이를 오가며 낄낄대고, 끄덕끄덕하다 보면 단숨에 완독하게 된다. 이제 곤충의 진화 뿐 아니라 생명과 인류, 나아가 우주로까지 관심사를 넓힐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