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 수학천재가 되는 만화책 1 ㅣ 읽으면 수학천재가 되는 만화책 1
김지영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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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은 잘못이 없다. 내가 중학교 때 <풀하우스>를 보다 혼난 이유는 수업 시간에 교과서 밑에 만화책을 숨겨두고 읽다가 때마침 복도를 지나가시던 교장 선생님께 들켰기 때문이었다. 곧이어 씩씩거리며 교실로 들어선 꽤나 까칠했던 담임 선생님은 그 만화책을 뺏어가시더니 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북북 찢어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그날따라 선생님 기분이 바닥을 쳤거나 내가 미웠거나 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다. 아무튼 만화책은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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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그 일화가 떠오른 것은 만일 그때 내가 읽은 만화책이 <풀하우스>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반항심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읽으면 수학 천재가 되는 만화책> 같은. 혹시 선생님이 이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감히 수업 시간에 만화책을 봐?"라고 호통치시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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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 번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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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수업 시간에 딴짓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이 책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니 일단 한 번 들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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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작은 무시무시한 폭풍우로 폭삭 주저앉은 당신의 오두막이다. 거센 비바람은 당신의 옷과 신발, 침대와 식탁, 책과 악기, 심지어 그동안 열심히 모아 놓았던 돈도 전부 날려 버렸다. '이렇게 다 날아갈 줄 알았으면 좀만 덜 열심히 살 걸'하며 허무함에 널브러져 있던 당신은 '그래도 살아야지'하며 주섬주섬 집 안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벌어진 나무 판자의 틈으로 냉혹한 현실같은 찬바람이 들이닥친다. 그때, 당신의 발에 폭풍우에 실려 마당으로 날아온 수많은 채소가 발에 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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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식의 모양은 복잡하고, 때로는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 속에는 원인과 결과가 뚜렷한 이야기가 숨어 있어. 너희도 내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이제는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의 의미를 좀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겠지?

읽으면 수학 천재가 되는 만화책 1,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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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먹고 살기 위해 감자, 당근, 양배추를 수레에 잔뜩 싣고 시장으로 향한다. 우여곡절 끝에 최대공약수가 무엇인지 알게 된 당신은 감자 5개, 당근 3개, 양배추 2개를 넣은 채소 박스를 만들어 생각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 주머니가 든든해진 당신은 집을 고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공구와 에메랄드색 페인트를 한 통 샀다. 또 저녁으로 먹을 고기와 약간의 간식도 샀다. 발걸음도 가볍게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 당신은 실수로 B 버스에 고기를 두고 내린다. A 버스를 타고 가면서 B 버스와 출발했던 버스 정류장에서 다시 만나는 시각을 계산하다 보니 최소공배수에 대해 알게 됐다.

그날 저녁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되찾은 고기로 맛있는 카레를 만들어 먹었다. 배불리 먹고 깨끗이 설거지까지 마친 후 솟아나는 힘으로 집수리를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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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제까지 당신에게 숫자란 '눈에 보이는 값'을 기록한 것이었습니다.

그 값들은 언제나 0보다 컸죠.

읽으면 수학 천재가 되는 만화책 1, 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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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수직선을 그려놓고 음수의 존재에 대해 알려주던 날이었다. 그동안 알던 수 앞에 사실은 양수를 뜻하는 '+'가 생략되어 있다는 것과 그 반대편에 '-"를 가진 음수가 있다는 사실은 세계의 확장이었다. 0을 기준으로 하면 +3은 0에서 오른쪽으로 3칸 이동하는 것과 같고, -3은 왼쪽으로 3칸 이동하는 것과 같다. 즉 +3은 0보다 3만큼 크고, -3은 0보다 3만큼 작다.

<읽으면 수학 천재가 되는 만화책>에서는 망가진 집을 고치다가 지하에 있는 바닥의 높이를 어떻게 기록할지 혼란스러워하다 음수를 발견한다. 이쯤 되면 '일타 만화책'이다. 현실적인 이야기로 수학 개념이 생긴 과정을 풀어주니 이해하기 쉽고 오래 기억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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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작은 무시무시한 폭풍우로 폭삭 주저앉은 당신의 오두막이었다. 마무리는 그 후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은 행복이다. 태풍에 집이 날아갔을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삶의 여유도. 이 모든 게 다 수학 덕분이라니. 수학 숙제를 하는 애들 곁을 어슬렁거리며 그거 다 쓸데없다며 산통을 깨던 신랑의 품에 이 훌륭한 만화책을 안겨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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