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털 없는 원숭이 - 인류의 짧은 역사 이야기 ㅣ 과학으로 풍덩 시리즈 2
데즈먼드 모리스 원작, 세르지오 루찌에르 그림, 고호관 옮김 / 아울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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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무슨 책 읽어요?"

"털 없는 원숭이."

"우리를 말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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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을 발견했을 때 마치 세상에 나와 그 책만 존재하는 듯 몰입해서 읽는다. 그러면 여지없이 다가와 책의 정체를 궁금해 한다. 엄마가 되고 나서 늘어나는 연기력에 만족해 하며 <털 없는 원숭이>를 넘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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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사람은 어린 침팬지처럼 엄마의 털에 매달릴 수 없어요. 엄마도 자신도 털이 없거든요. 팔이나 손의 힘도 부족하고요. 그리고 울어서 관심을 끄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요. 그래서 웃어요. 웃음은 울음보다도 더 강력한 신호거든요. '나 여기 있어요.', '나는 엄마를 믿어요.', '나는 엄마가 필요해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지요.

털 없는 원숭이,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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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잊을 수 있을까. 걷지도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는 아기가 엄마인 나를 알아보고 함박웃음을 짓던 날을. 왕초보 엄마라 모든 일이 서툴어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던 그 시절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웃음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아이는 자신을 쳐다보는 두 눈에 먼저 반응한다. 그 뒤에는 입에 집중한다. 주위에 눈과 입이 있는 어른이 많지만, 3~4개월이 되면 엄마와 다른 사람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다. 7개월이 되면 엄마의 얼굴을 확실히 알아보고 평생 잊지 않게 된다. 아이는 엄마에게 웃기만 하는 게 아니라 손과 발을 흔들고 몸을 구부린다. 자기를 봐 달라고, 안아 달라고 온 몸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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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없는 원숭이는 입술로 쩝쩝거리지 않지만, 웃음으로 만족스럽고 기분이 좋다고 표현해요. 이 웃음은 소리를 함께 낼 때 더욱 효과가 좋아요. 말은 이렇게 기분 좋은 소리로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소리가 점점 정확해지면서 어떤 물체를 가리킬 때나, 과거와 미래에 관해 이야기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 때마다 똑같은 소리를 내게 되었지요.

털 없는 원숭이,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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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 작은 입에서 "(음)마. (압) 빠." 소리가 나던 날을. 어린 아이는 2살이 되면 거의 300단어를 말할 수 있다. 3살에는 900단어, 5살에는 무려 2,100단어를 쓸 수 있다. 동료와 함게 사냥하기 시작한 이래로 사람에게 말하기는 매우 중요했다. 먹이를 가지고 무리로 되돌아가려면 서로 정보를 교환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과학자들은 침팬지에게도 말을 가르치려고 했지만, 6살이 되어서야 겨우 7단어를 배운 데다 더 이상은 배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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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람은 도시를 건설하고, 위대한 명화를 그리고, 음악과 시를 짓고, 하늘을 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커다란 원숭이에 불과하다. 온 몸이 거의 털로 덮여 있는,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나 오랑우탄, 고릴라와 비교해서 말하자면 털 없는 원숭이다.

물론 나무를 오르는 일에서는 여전히 침팬지보다 못하지만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생각하고 주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키우고 있다. 우리는 이런 지적 능력을 자랑스럽게 여겨 스스로를 호모 사피엔스라 부른다.

현재로서는 털 없는 원숭이를 넘어설 동물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거 지구를 호령했던 여러 특출난 동물이 멸종했듯 앞일은 아무도 모른다. <어린이를 위한 털 없는 원숭이>를 통해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원시적인 본능을 살피고 더 나은 동물이 될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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