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양육의 재발견 - 미디어를 중독이 아닌 몰입의 경험으로 만드는
에얄 도론 지음, 이은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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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당했다. '집착'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 뭐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알아내면 된다는 것. 무엇보다 자녀의 성장을 제대로 지지하기 위해서는 어른인 우리 자신에 대한 깊고 정교한 성찰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또 다시 '나부터 잘하자'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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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등학교 5학년, 3학년인 아이들에게 휴대폰을 사주지 않았다. 이 사정을 아는 옆집 엄마가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그 집 딸 아이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사회 수행 평가 중 하나가 수업 시간에 휴대폰으로 관련된 영상을 보고 댓글을 쓰는 것이었다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을 그들의 '사회 생활'에 끼지 못하게 만든 명분은 확실했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내가 바로 스마트폰의 노예이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들여다 보며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깝고, 매번 후회만 하는 내가 너무 한심해서 밤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잠금 설정을 해 두었다. 아이들이 등교한 후에도 몇 번 딴 짓을 하느라 한두 시간을 훌쩍 넘기고 나서는 오전 9시부터 10시 30분까지 잠금 설정을 추가했다. 처음에는 나름 효과가 있었다. 나를 옥죄어 시간을 알차게 썼다고 느낀 날에는 나 스스로가 퍽 대견했다. 하지만 문제는 휴대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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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민감기를 겪는 많은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수업에 늦지 않으려고 서두르거나 워크북 과제에 쫓기며 중요한 시기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낸다. 학교가 끝난 뒤에도 방과 후 수업이나 또 다른 이상적인 목표를 위한 시간만 주어질 뿐, 정작 아이들이 자신만의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진짜 여유는 허락되지 않는다.

AI 시대, 양육의 재발견,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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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아이들의 주간, 월간 일정표 만드는 일을 그만 두었다. 아이들이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적절히 배치한하느라 골머리를 앓았지만 시간대별로 빈틈없이 짜여진 하루가 계획대로 흘러갈 리 만무했고, 주말에나 겨우 한 시간 남짓 끼워맞춘 '자유 시간'이 영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실상 아이들이 자유 시간을 한 시간만 갖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참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브레이크를 거는 일은 언제나 달갑지 않다.

창의적 사고, 전략, 리더십 개발 분야의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기업 강연자인 에얄 도론은 이 같은 상황을 가리켜 '균형에 대한 집착'이라 말한다. 그의 말처럼 한 개인이 삶의 목적이나 열정을 찾아 몰입하는 마법 같은 순간은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한 모습으로 비친다. 왜냐하면 우리는 늘 '모든 건 적당히'를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창의적인 부모는 아이가 선택한 분야에 대해 '균형 잡히지 않은'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몰입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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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하면서 그때그때 알아내면 돼."

순간 나는 마치 수년 간 이해할 수 없었던 뭔가를 발견한 과학자가 된 것 같았다.

'유레카! 바로 그거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알아내는 것!'

이것이 바로 21세기 교육 혁명이 의미하는 바다. 즉, 규칙에 대한 사전 인지 없이 게임에 몸을 던지고 자신을 믿으며 규칙을 알아내는 것이다.

AI 시대, 양육의 재발견,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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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의 훌륭한 모범 사례로 젊은 유튜버들을 꼽을 수 있다. 그들은 진지함과 재미, 성숙함과 미성숙, 직업과 취미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같은 새로운 세상은 부모에게도 새로운 사고 전환을 요구한다. 저자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유튜브에 푹 빠진 아들을 통제하고 싶은 충동과 싸워야 했다. 결국 그 충동을 누르고 아이가 유튜브를 보든 말든 내버려두는 데 성공한 뒤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아이의 영어 실력에 눈에 띄게 향상되었고, 아이가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아 직접 숏품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어느 날 아들과 함께 카페에 간 저자는 각자의 볼 일에 심취해 있었다. 아이는 태블릿으로 게임을 하고, 저자는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 아이가 그간 보지 못했던 복잡한 게임에 빠져 있는 걸 발견하고는 "너, 전에도 이런 게임 했었어?" 하고 물었다. 아이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 전까지는 보통의 부모가 그러하듯 자신의 아들이 인내심이 부족한 편이고 난관에 부닥치면 쉽게 포기한다고 생각했던 저자는 이어진 아들의 대답에 유레카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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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그때그때 알아내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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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정해진 길이 없을 때 오히려 더 잘 성장한다고 말한다. 조직의 기준과 상관없이 내면의 열정을 따라가는 아이들은 명확하지 않은 길을 스스로 개척해나간다. 이를 위해서는 무언가에 중독된 듯 몰입하는 경험이 절실하다. AI 시대인만큼 그 대상은 미디어가 될 확률이 크다.

중독의 부정적인 면에 익숙한 부모는 겁부터 나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지혜롭고, 즉흥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행복하고, 유연하고, 직관적이고, 개성 있는 어른의 롤모델이 되도록 나를 갈고 닦아봐야겠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양육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은 가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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