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100년 가게 ㅣ 꿈터 책바보 23
소중애 지음, 홍선주 그림 / 꿈터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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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가면 떡볶이도 있고, 시장에 가면 생선도 있고, 시장에 가면 떡도 있고."

시장에 가면 없는 게 없다. 딱히 어떤 목적을 갖고 들르지 않아도 한 바퀴 휘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배부르고 즐거운 것이 시장 구경이다. 크고 화려하고 깨끗한 대형 마트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는 최신 장난감이 없어 조금 시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100년 가게>에서 알 수 있듯이 시장에 가면 다양한 사람과 풍성한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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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은 기회만 있으면 중앙시장을 떠나려고 하는데 아저씨는 늦게 돌아온 것을 후회하다니...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 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100년 가게,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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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중앙시장의 명물 '4대 기름집'이 있다. 시장 안 모든 사람들은 4대 기름집이 5대, 6대를 넘어 계속되기를 바란다. 그 집 손자인 명한이만 빼고.

명한이는 '오대야.'라고 불리는 것이 싫다. 그렇다고 이름이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다. "명한아."하고 이름만 부를 때는 괜찮다. 하필이면 성이 '현'인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명한의 이름은 낚시 미끼처럼 아이들의 비웃음을 낚았다. 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묻는 말에 대답을 못하거나 시험 점수가 나쁘면 슬쩍 고개를 저으며 이름을 중얼거렸다.

"으음- 현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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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명한은 중앙시장 역사 지도책 만들기 숙제를 하기 위해 종종 드나들던 '구두끈 우동집'으로 향했다. 3년 전 문을 연 구두끈 우동집은 중앙 시장 사람들에게 미운 털이 되어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일단 먹는 음식에 구두끈을 갖다 붙인 것과 알록달록 고운 색 대신 흑백으로 된 간판이 마음에 안 들었다. 수타면을 만들면서 호텔 셰프처럼 흰색 긴 모자를 쓰는 것도 흉거리였다. 뭐니뭐니해도 이마의 흉터가 강력한 증거인 사장님 전직 깡패설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동집은 문전성시였다. 점심 때나 장날이면 사람들이 버글버글하고 밖으로는 줄이 길게 늘어서곤 했다. 남다른 우동 가락이 눈길을 끌었고 수타라서 우동 발이 쫀득쫀득 맛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징어 먹물을 넣어 반죽한 까만 우동의 인기는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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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집 아저씨에게 구두끈 우동집은 아버지를 잊지 않으려는 고집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불편했던 아저씨의 아버지는 앉아서 일을 할 수 있는 구두 수선공이 되었다. 현재 우동집이 있는 건물 지하에서 구두 수선을 하던 아저씨의 아버지는 부끄러움과 불편함을 잊은 채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아저씨는 다리를 절뚝거리는 아버지 흉내를 내며 놀리는 아이들 앞에서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불만으로 똘똘 뭉쳐 있던 아저씨는 어느 날 버릇없는 아들을 매로 다스리는 엄마에게 서운하여 집을 뛰쳐나갔다. 그 후 몇 십년 동안 세상을 떠돌며 인생공부를 했고, 그 사이 아저씨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병세가 깊어 위독한 상태가 됐다. 그제야 집으로 돌아온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저씨의 아버지가 평생 지하실에서 구두를 고쳐 모은 돈으로 산 지금의 우동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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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기름집을 이어받을 마음이 하나도 없는 명한은 돌아올 때를 놓치고 후회하는 아저씨의 마음을 알 길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휘영청 달 밝은 밤이었다. 모두 잠든 밤 쿵쿵 소리에 이끌려 가게에 가 보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웬 근육질의 할아버지가 디딜방아에 올라 깨를 찧고 있는 게 아닌가. 오대, 아니 명한이는 오래지 않아 그 분이 흑백 사진으로 보던 고조할아버지임을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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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름집을 시작했어요? 난 기름집 하기 싫어요."

둥기둥기 할아버지가 쳐다봤다. 야단치는 눈빛은 아니었지만 지레 놀라 한 걸음 물러났다.

둥기둥기 할아버지는 말없이 바닥에 박혀 있는 돌확에서 방금 찧은 깨를 긁어 그릇에 담았다. 나머지 깨도 굵은 솔로 박박 긁어 담았다.

"농사지은 사람이 이 작은 깨알 하나하나 거두어들이느라고 시간과 땀을 다 쏟았지. 귀한 것이여."

우리 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100년 가게,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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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명한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소매부터 걷어올리고 기름집 일을 돕는 누나도 고조할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가업은 명한보다 기운이 세고 뜻이 있는 누나가 이으면 될 일이다. 요즘 세상에 여자 일, 남자 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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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마음이 편하지 않은 명한은 어느 날 손님이 부쩍 줄어든 중앙 시장 골목에 들어서다 무언가 타는 냄새를 맡았다. 설마 하는 마음에 곧장 뛰기 시작한 명한은 불이 번지고 있는 4대 기름집을 맞딱드렸다. 사람들 말에 의하면 '조금 모자란' 석구가 달걀을 구워 먹기 위해 불을 낸 것이었다. 둥기둥기 할아버지, 2대 할아버지, 3대 할아버지와 4대 아빠. 모두 아끼고 사랑하는 기름집이 사라질 위기였다. 명한은 어떻게든 불을 끄려 수도를 향했지만 겁에 질린 석구가 명한의 다리를 잡고 늘어지는 바람에 꽈당 넘어지고 만다. 그 사이 불은 점점 번졌고, 할머니가 보름마다 팥떡을 해가며 모시는 족제비 업이 달아나려고 했다. 집을 지켜주는 업을 놓칠 수 없었던 명한은 간절하게 외쳤다.

"가지 말고 우리 집에서 계속 살아. 5대, 6대, 7대 주욱 우리 기름집을 지켜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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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한이 눈을 떴을 때 모두 그만하기 다행이라고 했다. 발 없는 소문은 금세 시장 안에 퍼져 4대 기름집을 지킨 명한이는 영웅이 되어 있었다.

언젠가 나도 불에 타 새까맣게 변해버린 가게 앞을 지나간 일이 있다. 잿더미를 허망하게 지켜보던 사람들은 가게에 불이 나면 장사가 더 잘 된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맞장구를 쳤다. 전화위복이라도 믿어보는 수밖에.

"속상혀 ? 넌 천상 기름집 손자여. 난중에 현명한 기름집 사장이 될겨."

싫어했던 이름을 싫어하는 기름집 사장과 함께 불리웠는데 이상하게 명한은 싫지 않았다. 기름집에 애정이 많은 누나가 마음에 걸렸지만 이내 누나와 기름집을 함께 이어가는 모습을 떠올리니 스스로 기특해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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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이 오대가 있잖아요.'

우리 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100년 가게, 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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