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경청
김주현 지음, 오승민 그림 / 만만한책방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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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은 하나, 귀는 두 개. 한 번 말하면 두 배로 들어야 하는데 대체 그것이 왜 이리 어려운 건지. 나보다 삶의 경험이 적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말을 흘려 듣고는 한다. 내 기준에서 '쓸데없는' 말을 듣기 보다 나의 산 경험을 나눠주고, 그래서 아이들의 실패를 줄여주고자 하는 빗나간 욕심 때문임을 알고는 있다. '욕심쟁이 엄마 대회' 이런 건 어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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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앞표지에는 <커다란 경청>이라는 '길쭉길쭉한' 글씨가 있다. 책 안에도 다양한 꾸밈말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파도처럼 간질간질, 오돌토돌한 사랑, 납작한 무례, 뱅글뱅글 복수, 가지가지 아름다움, 담백한 사과, 축축한 실수, 포슬포슬한 죽음, 오락가락 코끼리. 단어 수집가인 분홍 코끼리는 어딜 가든 수첩과 연필을 들고 다니며 행운의 네잎 클로버를 발견하고 모으듯 나만의 언어를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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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곳에서는 살이 투실투실 찐 게 아름다운 거고, 어떤 곳에서는 삐쩍 마른 게 아름답고, 어떤 곳에서는 까만 게, 어떤 곳에서는 하얀 게 아름답고. 가지가지 아름다움이네. 어때? 가지가지 아름다움?"

커다란 경청,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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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그러워!"

돌멩이와 여행하던 코끼리가 송충이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다리가 많은 곤충들을 보면 제 몸 위로 근질근질 올라올 것 같고 그냥, 왠지 조금 무서웠다.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다리 수상자'인 송충이는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말을 더듬거리는 코끼리를 빤히 보았다. 얼굴에 달린 기다란 코, 넓적하고 팔랑이는 큰 귀 역시 송충이의 눈에는 징그럽고 무서웠다.

"낯설어서 그래. 나랑 다른 것들은 낯설거든. 낯설면 두려워하게 돼. 하지만 알고 나면 두렵지 않지. 그냥 다른 것뿐이니까."

알쏭달쏭한 돌멩이의 말에 코끼리와 송충이는 생각에 잠긴다.

"아름답다, 아니다, 기준은 뭘까? 정말 궁금하네.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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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는 한 때 스타의 등용문이었다. 똑같은 색의 수영복을 입고, 비슷한 헤어 스타일을 한 채 전통처럼 내려오는 정해진 미소를 지으며 아름다움을 평가받는 자리. 유치원 재롱잔치 같은 과정을 거쳐 진선미를 기준으로 선발된 미녀들은 드라마와 영화 등에 섭외 일순위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다. 아름다움에 순위를 매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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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 수학 시간에 '분류하기'를 배운다. 그 단원의 단골 문제는 '다음 중 분류 기준으로 알맞지 않은 것을 고르시오.'하는 유형이다. 색깔, 모양, 구멍의 수, 바퀴의 수, 크기. 정답은 크기다. 개미 입장에서 본 사탕의 크기와 코끼리의 시선으로 본 수박의 크기는 다르기 때문이다. 즉,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혹은 기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은 기준이 될 수 없다. 너무 오래 전에 배운 내용이라 그런지 어른이 된 우리는 종종 이 사실을 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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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돌멩이야. 넌 참 작고 특별한 돌이구나. 아무도 내 말을 들어 주지 않는데, 조그만 너는 커다랗게 들어줬어. 누군가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건 커다랗게 두 팔로 안아 주는 기분이야. 고마워, 네가 해 준 말을 꼭 마음에 넣어 두고 다녀야겠어. 이제 눈물이 쏙 그쳤어. 이제 안 속상해. 이상하게 너한테 말하고 나니까 마음이 가벼워졌어. 고마워, 특별하고 소중한 작은 돌아."

커다란 경청, 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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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주 잊는 것 하나. 답답한 속이 풀리는 것 같고, 단단하던 것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고, 바닥을 치고 다시 솟아오를 수 있을 것만 같은 그 기분. 누군가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었을 때의 그 고마운 마음. 커다란 두 팔에 폭 안기는 따뜻한 기분. 이 세상에 그 사랑받는 느낌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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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면 <커다란 경청>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다. 하지만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어릴 때 봤던 동화를 잊고 지내는 어른을 위한 책인 것 같다. 간단하다. 누군가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기를 바라는 만큼, 나도 하던 일을 내려놓고, 눈을 맞추며 온 마음을 활짝 열자. 그리고 경청하자. 분명 서로의 마음이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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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들어줘서 고마워.

누군가 내 말을 들어 준다는 건

참 근사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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