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고요 - 자연의 지혜와 경이로움을 담은 그림 에세이
보 헌터 지음, 캐스린 헌터 그림, 김가원 옮김 / 책장속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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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느 집들이에 초대받아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오래된 농가 주택을 멋들어진 한옥으로 개조했는데 안팎 곳곳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낼만큼 세심하고 아름다웠다. 설계와 인테리어 전반을 맡은 분들은 다름 아닌 중년의 남매였다. 순간 손가방 안에 있던 <낯선 고요>가 생각났다. 남동생인 보 헌터가 글을 쓰고, 누나인 캐스린 헌터가 그림을 그린 책이었다. 3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는 나는 의구심을 가득 담아 물었다.

"어떻게 남매가 같이 일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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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뒤, 캐스린도 제 뒤를 따랐습니다. 옐로스톤에서 보낸 첫 여름, 그녀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했죠. 오랜 세월을 거친 옐로스톤의 매력은 쉽사리 캐스린을 놓아주지 않아, 결국 그 곳에서 10년 가까운 세월을 머물게 되었죠. 캐스린의 예술은 언제나 우리 곁의 자연을 품고 있고, 마음은 언제나 그 고지대 어딘가에 머물러 있습니다.

낯선 고요,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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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분이 환하게 웃으며 오빠와 일하는 방식이 잘 맞는다고 하셨다. 여기에 무언가 부족하다 싶으면 오빠가 그것을 들고 나타나는 일이 많다고 하셨다.

<낯선 고요>를 만든 헌터 남매는 앨라배마주 디케이터의 테네시 강변 마을에서 함께 자랐다. 그곳의 숲과 물길을 함께 탐험하던 모험 가득한 날들의 추억은 여전히 그들 사이를 끈끈하게 한다. 어른이 된 그들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암컷 무스가 새끼를 낳는 장면과 밤하늘을 향해 수백 피트 높이로 뿜어져 나오는 간헐천 등을 지켜보며 자신이 이 행성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삶과 죽음의 활동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그 곳은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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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우리에게 말없이 일러줍니다. 지금 당장은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믿으라고요.

낯선 고요,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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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이들과 번데기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번데기 안에서 애벌레의 몸이 완전히 분해된 후 다시 나비로 성장한다는 내용이었다. 듣기만 해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 움직임도 없어 보이는 번데기 안에서 그토록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니.

그렇게 탄생한 나비를 다시 보게 된 것은 '나비 효과'라는 말을 접하고 나서다. 1961년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는 리우데자네이로에서 한 마리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며칠 후 시카고 어딘가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개념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혼돈 이론의 핵심인 이 발상은 당시 과학계의 중심이던 아이작 뉴턴의 '시계 태엽 우주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었다. 뉴턴은 모든 것이 정해진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모든 현상이 예측 가능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로렌즈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비의 날갯짓이 토네이도를 막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작이 전혀 다른 결말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 그 끝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 팔랑팔랑 날갯짓하며 꿀을 따러 다니는 배추흰나비는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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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담긴 아름다운 그림과 빛나는 이야기를 감상했다면, 주저 말고 밖으로 나가세요. 그리고 당신만의 경이로운 세상과 마주하세요.

낯선 고요,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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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길수록 보 헌터와 캐스린 헌터가 크고 작은 자연의 곁에서 오래 머물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만히 지켜보고, 보이는 것 너머를 생각하며. 요즘 내가 가장 못하는 일이자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가을이 갈수록 짧아진다고 불평할 시간에 편한 운동화를 신고 나가 걸어야겠다. 뛰어 다니느라 놓친 '낯선 고요'가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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